비가 오면 생각이 나는 음식, 배가 조금 출출할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노릇노릇한 빛깔과 고소한 냄새는 마음을 끌어당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침개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는 더 그렇다. 빈대떡이 가난한 사람이나 부쳐 먹는 음식으로 치부되었다는 것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어느 유행가 가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빈대떡은 황해도와 평안도 등의 서북 지방에서 많이 해 먹었다. 손님을 대접 할 때에 특히 많이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애주가들의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녹두는 껍질째 조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빈대떡을 만들 때는 껍질을 깨끗이 벗겨야 한다. 녹두 껍질은 고급스러운 파스텔톤의 올리브 빛깔을 가지고 있지만 노랗고 고운 속살을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래야만 녹두전이 빛깔도 곱지만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맛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트에서 쉽게 거피 녹두를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통 녹두를 사서 직접 벗겨 사용했다. 통 녹두를 물에 그냥 불리면 껍질을 벗기기 어렵다. 방앗간에서 지그시 눌러오거나 맷돌로 타서 껍질에 상처를 주어야 수분이 흡수되고 잘 붇게 된다. 물에 잘 불은 껍질이라 하더라도 속살과 분리해서 걸러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녹두의 껍질이 다 벗겨지기 전에 불렸던 물을 버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껍질이 안 벗겨진 녹두를 한 알 한 알 골라 손으로 벗겨야만 된다.
녹두를 불린 물에는 사포닌 성분이 녹아 나와 있어 그 물속에서 비벼야만 껍질이 잘 벗겨지기 때문이다. 요즘 마트에 있는 껍질 벗겨진 녹두라 하더라도 깨끗이 다 벗기기 위해서는 불린 물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같다.
정성이 없이는 도저히 잘 만들 수 없는 음식이다. 녹두가 불어서 껍질이 다 벗겨지기 전에 내 손이 먼저 녹두 물에 불어서 쪼글쪼글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조리과정을 볼 때, 빈대떡을 잘 부친다면 그 조리 실력은 인정해 주어도 될 듯하다. 녹두를 불리고 껍질을 곱게 벗겨 갈아서 녹두전을 잘 부치는 전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녹두의 성분 섭취의 주의점
녹두는 철분과 카로틴이 풍부해 아이들의 성장발육을 돕는다. 그리고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해독하는 작용도 있다. 그래서 몸이 허약하거나 발육이 늦은 아이들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여 기력이 없는 사람들이 먹으면 좋은 건강식품이다. 빈대떡을 먹으면 영양도 보충하고 입맛도 돋울 수 있다.
녹두전과 함께 술을 마시면 간에 무리가 덜 가는 이유도 녹두에 있는 해독 기능의 효과다. 그러나 한약을 먹을 때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녹두이기도 하다. 녹두빈대떡이나 녹두죽뿐만 아니라 녹두를 싹 틔운 숙주나물, 녹두 녹말로 만든 청포묵도 모두 녹두의 성분을 갖고 있으니 잘 기억하고 조리해야 한다.
녹두빈대떡을 부치는 방법은 집집마다 다르다. 섞는 재료나 고명 그리고 완성된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다. 간 녹두를 소금만으로 양념하여 동그랗게 지지기도 하고, 부재료나 고명들을 모두 간 녹두에 섞어 큼직하게 부치기도 한다. 모든 재료를 다 섞어서 지지면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는 있으나 고운 녹두색이 탁하고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양반가에서는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자그마하고 예쁘게 부치는 게 특징이다. 정성이 그만큼 더 들어가니 녹두전에서도 품위를 느낄 수 있다.
빈대떡은 지방마다 부르는 말이 다양하다. 전라도에서는 ‘부꾸미’, ‘허드레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해도에서는 ‘막부치’라 부르고, 평안도에서는 ‘녹두지짐’ 혹은 ‘지짐이’나 ‘부침’이라고 부르며, 이외에도 ‘빈자법’이나 ‘빈자병’, ‘녹두전병’, ‘녹두적’이라고도 불렀다.
고기가 들어가고 숙주나물이 들어간 오늘날의 빈대떡은 북한에서 전래 된 것일 수도 있다. 평안도의 빈대떡은 서울의 빈대떡보다 각종 고물이 다채롭게 들어가면서 3배가량 크고, 2배가량 두껍기 때문이다. 먹는 음식에서 치유의 효과를 보는 것은 단지 먹어서만은 아니다. 보는 즐거움에도 그 힘은 있는 것이다.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사용한다.>
맛있는 녹두빈대떡을 왜 ‘빈자貧者 떡’이라고 했을까? 가난한 자의 떡이라는 뜻인데. 거기에는 마음 따듯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부터 흉년이 들면 부자들은 비축해둔 식량이 많아 걱정이 덜했지만, 없는 자(빈자)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 양반가에서는 녹두전을 만들어 남대문 밖에 모인 유랑민들에게 던져주었다고 한다. 기름진 녹두전이 굶주렸던 빈민들에게는 분명히 배고픔을 면하게도 해주었지만 영양 보충의 좋은 기회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할 일은 없겠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일부 굶주린 백성들은 그 빈대떡이 먹고 싶어서 흉년 들기만을 기다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빈자들을 위한 떡, 그래서 녹두로 만든 전을 빈자貧者 떡이라고도 불렀다는 일설이다.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전병처럼 부쳐 만든 음식으로, 빈대떡이라는 명칭은 병자병餠子餠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빈자떡이 되고 다시 빈대떡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빈대떡의 유래에 대해서는 제법 많은 설이 떠돈다. 빈대떡은 원래 제사상이나 교자상에 기름에 지진 고기를 높이 쌓을 때 제기祭器 밑받침용으로 썼는데 그때는 크기가 작았다고 한다. 그 뒤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바뀌면서 이름은 빈자貧者 떡으로 바뀌고 크기도 큼지막하게 바뀌었다는 설이 하나 있다. 두 번째는, 서울 정동貞洞을 빈대가 많다고 하여 빈대골이라 했는데, 이곳에 빈자떡 장수가 많아 빈대떡이 되었다는 설이다.
빈대떡 유래, 어디서 시작됐을까?
빈대떡이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었던 것일까?
빈대떡은 간 녹두에 도라지, 고사리, 파, 김치, 고추, 고기 등을 넣어 팬에 얇게 부쳐낸 전 종류의 음식이다. 고기는 주로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를 이용하며, 들어가는 재료를 달리 사용할 수 있고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대표 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빈대떡은 빈자병貧者餠, 녹두지짐, 녹두전병, 녹두적, 빈자법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빈대떡이라는 명칭은 병자병餠子餠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빈자떡이 되고 다시 빈대떡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물기략’(名物紀略, 1870년경)에 ‘중국의 밀가루 떡인 알병의 ‘餲애(알, 기름에 튀긴 음식)’자가 빈대를 가리키는 ‘蝎(갈)’로 잘못 알려져 빈자떡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빈대떡 : 본의 아니게 빈민들의 떡이 되다
「주모, 빈대떡을 부치는 구려. 내 코가 개코여서 멀리서도 그 냄새를 맡아 서둘러 달려왔다오.개코 맞네요. 다른 손님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좀 기다리셔야 차례가 오겠어요.
하루 종일 먼 길을 달려오느라 시장기를 참기 어려우니 나부터 먼저 주면 안 되겠소?할 수 없지요. 몹시 시장하시다니 다른 손님들을 좀 기다리게 해야겠군요.이 글은 <반가음식 이야기>의 일부분
‘빙져’가 ‘빈대떡’이 되기까지
‘빙져’가 ‘빈대떡’이 되기까지를 알아보면 연구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빈대떡의 어원은 중국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해방 직후 서울 문리대 학장을 역임했던 국어학자 방종(1905~1952)은 조선 시대 통역관들을 담당하는 사역원司譯院에서 1677년(숙종 3년) 최세진에 의해 간행된 중국어 교본의 우리말 해석본인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 ‘병식자餠食者’의 중국식 발음인 ‘빙져’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빙져’는 녹두를 맷돌에 갈아 지져 먹는 떡을 의미한다. 즉, 빈대떡이 우리 고유 음식이 아니라 중국에서 이름과 함께 직수입된 음식임을 뜻한다. 이 ‘빙져’라는 단어가 17세기에는 ‘빙쟈’로 변했고, ‘빙쟈’는 19세기 말 문헌에서 ‘빈쟈떡(ㄸ을 ㅼ으로 표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빈쟈떡(ㄸ을 ㅼ으로 표기)’을 알 수 있는 19세기 말 문헌은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이다.이 책에서는 빈대떡을 ‘빙자떡’으로 쓰고 있다. 그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녹두를 되게 갈아 즉시 번철에 기름이 몸 잠길 만큼 붓고 녹두즙을 숟가락으로 떠 놓고 그 위에 밤꿀 버무린 소를 놓고 녹두즙으로 위를 덮어 숟가락으로 강하게 눌러가며 작은 꽃전 모양같이 만들고 그런 후 위에 잣을 박고 대추를 전면으로 박아 지지느니라. 녹두 갈은 것을 오래두면 삭아서 못 쓰게 되느니라.”
현재와 같은 빈대떡의 모습보다는 오히려 화전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꿀과 잣, 대추 등의 귀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이기에 19세기까지는 빈대떡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떡은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어 보인다. 그러다 20세기 초 문헌들에서 ‘빈자떡, 빈자떡’ 등으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이런 어원의 변천 속에서 20세기에 이르러 ‘빈자떡’의 발음이 ‘가난한 사람’을 말하는 ‘빈자(貧者)’와 같아 빈대떡을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떡’으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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