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세상에는 그만큼 많은 종류의 책이 있고 그것을 읽는 목적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도 읽는다. 교양을 쌓기 위해 읽기도 하고 자신을 위로하거나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읽는다. 이제 책은 여러 이유로 소비되는 문화 상품이 되었다.
이 책에는 중국 역대 명인들의 독서와 관련된 발언이 모여 있다. 독서에 대한 방법을 언급한 말만 모아도 이렇게 많으니, 그만큼 독서는 정답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을 줄 모른다고 비판하면서, 책을 읽어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같다면 책을 읽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한다. 책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하라는 조언이다. 배움은(學)은 깨닫는다(覺)와 같은 말이라고 했다. 깨달음이 없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는 조언으로, 곱씹을수록 감탄스러운 말이다. 범부는 스스로 범부가 되었고 영웅은 스스로 노력해서 영웅이 되었지 하늘이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인간이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을 잘 읽으면 깨달을 수밖에 없고, 깨닫게 되면 인생을 헛되게 살 수 없다. 훌륭한 독서란 책을 읽고 깨달아서 각자의 하나뿐인 소중한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는 데 있다. 대충 살고 말겠다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중략>
중국의 긴 역사 속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많은 사람이 명멸해 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말이 기억되고 읽혀지는 고전(古典)이 된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이전 시대의 책을 잘 읽은 분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분들의 책도 이미 바다처럼 많아 이루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다. 더구나 초학자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 책은 장밍런(長明仁) 선생의 ⌜고금명인독서법(古今名人讀書法⌟을 번역한 것이다. 중국 역대 학자들의 글에서 독서와 관련된 글을 뽑아 시대순으로 모아놓았다. <역자일동>
이 책은 제1부 주(周)와 진(秦)나라에서 시작하여 제11부 청(淸)나라에 이르기까지 2500년 독서 잠언을 집대성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자의 말이 첫 페이지에 나온다.
‣공자(孔子)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 不赤設乎) 논어 ‘學而’”
‣가의(賈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되, 반드시 수업을 받아야만 그것을 맛볼 수 있고, 자기가 즐기는 것을 선택하되 반드시 먼저 익히는 것이 있어야만 그것을 누릴 수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려서 이루어지면 타고난 천성과 같아지고, 습관을 들이면 본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진다”
‣원준(袁峻)
원준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으나 뜻을 굳건히 하고 학문을 좋아했다. 집이 가난해서 책이 없었고, 항상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 오면 반드시 모두 베꼈다. 날마다 50장의 종이에 쓰는 것을 자신이 완수할 과업으로 삼아서, 종이의 수만큼 쓰지 않으면 그치지 않았다.
‣맹교(孟郊)
부싯돌을 부딪쳐야 불을 만들 수 있으니
부딪치지 않으면 원래 연기도 피우지 못한다.
사람은 배워야 비로소 도를 알게 되니
배우지 않고 절로 그렇게 될 수 없다.
모든 일을 반드시 자기가 실행해야지
남의 지식이 나의 현명함은 아니라네.
모름지기 청춘엔 일찍부터 공부해야 하니
젊음이 어찌 영원할 수 있겠는가?
‣한유(韓愈)
옛 학자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이란 도(道)를 전해 주고 학업을 가르치며 의혹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의혹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의혹이 있는데도 스승으로부터 배우지 않는다면, 의혹을 삼은 것이 끝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내 앞에 태어나 도를 들었다면, 진실로 나보다 앞서므로 나는 그를 좇아서 스승으로 삼을 것이고, 내 뒤에 태어나도 그가 도를 들었다면 또한 나보다 앞서므로 나는 그를 좇아서 스승으로 삼을 것이니,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기 때문이다. 어찌 그 나이가 나보다 많거나 적음을 따지겠는가? 이런 이유로 귀한 이도 없고 천한 이도 없으며, 나이가 많은 이도 나이가 어린 이도 없이, 도가 존재하는 곳이 스승이 존재하는 곳이다.
학업은 근면함에서 정밀해지고 노는 것에서 거칠어지며, 행동은 생각함에서 이루어지고 게으름에서 무너진다.
선생께서는 입으로는 욕예(유가의 육경인 예, 악, 서, 역, 춘추)의 문장을 끊임없이 읊조렸고 손으로는 제자백가의 책을 그치지 않고 펼쳐보았습니다. 사건을 기록한 것에서는 반드시 그 핵심을 뽑아냈고, 명언을 모은 것에서는 반드시 그 심오한 도리를 밝혀냈습니다. 많이 배우기를 탐하고 배운 것에서는 얻기에 힘써서 작은 가르침이든 큰 가르침이든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등잔 기름에 불을 붙여 밤에도 계속 공부를 하였고, 항상 부지런하며 1년 내내 공부하셨습니다.
성격이 본래 문학을 좋아했으나 곤궁함과 슬픔, 근심을 알려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드디어 유가 경전, ⌜사기⌟, 제자백가의 학설을 깊이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뜻풀이에 깊이 몰두하고 구두(句讀)를 반복해서 고려했으며 사업에서 갈고 닦아, 문장에서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어서 학문을 하고 말씀을 모아서 문장을 짓는 것은, 독서량의 많음을 자랑하거나 문장의 화려함을 다투려는 것이 아니다. 학문은 도를 닦기 위한 것이고 문장은 이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만약 일을 행할 때 그 일의 마땅함을 얻고 말을 할 때 그 말의 핵심을 갖추고 있다면, 비록 내가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가 문장과 학문에 뛰어나다는 것을 믿을 것이다.
‣소순(蘇洵)
저 소순은 어린 시절에 배우지 못했고 2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독서할 줄을 알게 되어 학식이 있는 군자들과 교유했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이미 늦었음에도 다시 뜻을 굳건하게 하고 행동을 엄격하게 해서 옛사람들의 글을 배우는 것으로 스스로 기약하려 하지 않고, 저의 동료들과 비교해서 동료보다 뜅나면 마침내 ‘됐다’라고 여겼습니다.
그 후 곤궁함이 심해진 뒤에 옛사람의 글을 가져다 읽어 보니. 비로소 옛사람들이 말을 한 의도가 제 생각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때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재주를 생각해 보니, 다시 여기에 머물러 그만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예전에 지은 수백 편의 글을 모두 불태우고 논어, 맹자, 한유의 글과 기타 여러 성인과 현인의 글을 가져다 꼿꼿이 단정하게 앉아서 하루 종일 읽는 것이 7,8년이었습니다.
처음에 그 속에 들어가서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그 밖에서 널리 보고서는 매우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하자, 읽는 것이 더욱 정밀해져서 가슴 속이 확연히 밝아지고 다른 사람의 말은 진실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감히 제 말을 스스로 드러내지는 못했습니다.
시기가 오래 지나자, 가슴속에 쌓인 말이 날로 더욱 많아져 자제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시험 삼아 그것을 드러내어 글로 써보고 연이어 두세 번 읽어보니 물 흐르듯이 쉽게 써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감히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는 못합니다.
‣주희(朱熹)
학문을 하는 길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없고,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요점은 반드시 책을 읽는 것에 달려 있으며, 책을 읽는 방법은 순서에 따라 매우 정밀하게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매우 정밀하게 읽는 것의 근본은 또한 신중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뜻을 지키는 것에 달여 있습니다. 이것은 바꿀 수 없는 이치입니다. (중략)
공자께서 “일이 급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면 달성하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시고 맹자께서 “나가는 것이 빠른 자는 물러나는 것도 빠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자께서는 또 “군자는 너그럽고 듬직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운 것도 견고하지 못하다”라고 하시고 맹자께서는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없고 자신이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라고 하신 것은 매우 정밀하게 읽는 것의 근본은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육유(陸游)
배울 때는 반드시 책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처음 볼 때는 매우 요약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뒤의 내용과 앞의 내용을 서로 참고하고 이것과 저것을 서로 따져보며,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 정밀한 부분과 엉성한 부분을 서로 드러내어 분명히 하면, 글에 연관된 것을 이루 다 살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많아진다.
한 권의 책에도 결락된 것과 순서가 바뀐 것이 있어서, 다른 책에서 살펴보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모르게 된다. 같은 글자지만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말이지만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는 서체에 예서(隸書)와 고서(古書)의 다름이 있고 언어에도 남쪽 지방과 중원의 차이가 있어서이니 널리 많은 책을 다 살피지 않으면 한 권의 책일지라도 갑자기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학자들이 널리 익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다.
진나라 이전과 양한(兩漢)부터 당나라 오대(五代) 시대에 이르기까지 큰 전쟁을 겪으면서 이윽고 보존된 책도 적어졌는데, 배우는 이가 근근이 남아 있는 것 중에서도 무책임하게 자기 마음대로 나태하고 어물쩍거리면서 “나는 넓게 공부하는 것에 마음을 빠뜨릴까 두렵다”고 하니 어찌 비루하지 않은가?
‣정단례(程端禮)
한유의 문장을 읽을 때는 날마다 한 편 혹은 두 편을 익숙하게 읽되, 또 백 번을 완전하게 암송해야 한다. 일생토록 한유의 글에 힘입어 작문의 골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난 후에는 반복해서 자세히 보아야 한다. 매 편마다 주요한 뜻이 있는 곳을 먼저 보고서 한 편의 핵심을 깨치고, 다음으로 문세의 억양과 안배, 뜻의 운용과 전환, 설명과 논증, 문장의 서작법과 맺는 법, 문장의 구성, 처음과 중간부분, 맺는 부분과 끝부분, 상세한 부분과 소략한 부분, 선후순서 등의 서술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때는 먼저 글 전체에서 편법 등을 살펴보고 나서, 다시 전체에서 나누어진 작은 단락에서 장법(章法)을 보고, 다시 장법 중에서 구법(句法)을 보고, 다시 구법 가운데서 자법(子法)을 살펴보면, 곧 작자의 마음에서 어긋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san에 비유하여 종합해 보면, 뿌리에서부터 밖으로 나와서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고 가지에서 꽃과 잎이 생기니, 크고 작은 것이 차례대로 자라서 나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줄기와 한 그루의 나무처럼 조금도 혼잡한 것이 없다. 여기에서 문장의 법칙을 알 수 있다. 그의 문장을 볼 때도 이와 같이 오래도록 보면 저절로 봅을 깨칠 수 있다.
‣송염(宋溓)
나는 스승을 모시고 배울 때눈 책 상자를 지고 신을 끌고 깊은 산과 큰 골짜기 중에 들어갔는데 매우 추운 겨울 날, 매섭게 바람이 불고 크게 눈이 내려
깊이가 몇 척이 되어 발의 피부가 터서 갈라져도 모를 정도였다. 집에 이르면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가 없어, 시녀가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와서 씻겨주고 이불로 덮어주고 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몸이 따뜻해졌다. 여관에 머물 때는 주인이 날마다 두 차례 식사를 주었는데, 생선이나 고기 등 맛있는 반찬은 없었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은 모두 비단옷을 입었고, 구슬로 꿴 갓끈에 보석으로 장식한 사모를 쓰고, 허리에는 백옥 고리를 매고, 왼쪽에는 칼을 차고 오른쪽에는 향낭을 달아서 광채 나는 것이 신인(神人)과 같았다. 하지만 나는 허름한 도포와 해진 옷을 입고 그 사이에 있었으나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내 마음에 즐거워할 만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의식(衣食)이 남보다 못한 것을 몰랐다, 나는 이처럼 어려움 속에서 부지런히 노력했다.
‣왕수인(王守仁)
무릇 시를 읊조릴 때는 반드시 용모를 단정하게 하고 기운을 안정시켜야 그 음성이 맑고 시원해지고, 그 박자와 가락이 균일하고 바르게 된다. 조바심을 내어 성급하게 하지 말고, 흔들려 산만하게 하지 말며, 기가 죽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오래하면 정신이 또렷하게 퍼지고 마음과 기분이 온화하고 평온해 진다.
무릇 마음의 본체에 공을 들여야 한다. 분명하게 알 수 없고 실행할 수 없는 것은, 무릇 돌이켜 자신의 마음에 마땅하다고 여기면 곧 통할 수 있다. 사서오경도 이 심체를 설명한 것에 불과하니, 이 심체는 곧 이른 바 ‘도심(道心)’이요, 본체가 밝은 것이 곧 도가 밝은 것이니 다른 것이 없다. 이것이 학문을 하는 요점이다.
‣진계유(陳繼儒)
조계인이 나경윤에게 말했다.
“저는 평생토록 세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소원은 세상의 좋은 사람을 다 아는 것이고, 두 번째 소원은 세상의 좋은 책을 다 읽는 것이며, 세 번째 소원은 세상의 좋은 자연을 다 보는 것입니다”
<구성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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