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신문화의 큰별 탄허스님의 생생한 육성 법문
탄허스님의 선학강설④
가족 모두가 득도한 방거사와 부설거사
가족 모두가 다 득도(得道한 집안이 방거사(龐居士) 집안과 부설거사(浮雪居士) 집안인데, 가족 네 사람이 다 득도해. 이 방거사도 딸 하나하고 아들 하나하고 마누라하고 자기 넷이 있는데, 아주 선비 가족으로 부자야. 마조(馬祖) 스님한테 가서 도를 얻고 보니까 재산이 필요 없거든. 옛날 10만 금이라면 굉장한 큰 거액인데 친구한테 갖다 줬어.
“이제 자네 가져”
왜 그러느냐고 그러니까
“내가 도를 알고 보니까 뭐 쓸데없는 거야. 자네 가져가”
“아 이 사람아. 자네 쓸데없는 걸 왜 나한테 갖다 놓는가?”
이렇게 그때는 맨 도인뿐이야. 아 그 돈 우리들 갖다 줬으면 얼마나 좋아. 그래서 10만 금 돈을 강에다 띄워버렸어. 그러고 마누라 보고는 “인자 당신 도를 얻었으니 당신 멋대로 빌어먹고 댕겨” 또 아들놈 보고도 “음, 너도 도를 얻었으니 네 멋대로 가 빌어먹어라” 딸은 과년 찬 딸이니까 데리고 있었단 말이야. 또 밥을 해 먹어야 해서 데리고 있는데, 하루는 세상을 떠날라고
“야 해가 어떻게 됐나 봐라. 오정(午正)이 되면 내가 세상을 떠날란다. 가봐라”
“아버지. 해가 오정이 되기는 했는데 해 무지개가 뜨고 이상하네요”
방거사가 나가 보는 사이에 들어가 방거사 자리에 앉아서 먼저 가버렸어. 힘이 대단하지. 공부 힘이 그 정도는 돼야지. 방거사가 등을 치면서 ‘아녀봉첩의(我女鋒捷矣)라. 우리 딸의 칼날이 빠르다’ 칭찬해 주고 그 뒤에 일주일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다. 방거사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서 마누라는 광주리이고 그 장사하러 댕기다가 광주리 인 채로 길에서 가버려. 아들놈은 어디 가서 남의 집 모 심어주다가 그 자리에 서서 갔다. 장난꾼들이지.
우리나라에는 부설거사 가족이 그렇게 된 거야. 부설거사 가족 넷이. 부설거사 마누라 묘화부인(妙花婦人), 아들 등운(登雲)조사, 딸 월명(月明) 각시, 부설거사는 경상도 사람이다. 부안 내소사(來蘇寺) 월명암(月明庵)에서 수도하다가 친구 영희 ‧ 영조와 함께 세 친구가 오대산으로 공부하러 가다가 어느 집에 묵었다. 그 집 딸이 부설거사 마누라 될 사람인데, 열아홉 살 먹도록 말을 못해. 그 집에서 자는데 신도집이라 가족이 나와서 법문을 해달라고 그러거든. 그래서 영희‧영조‧부설 셋이 자기들 나름대로 법문을 해줬단 말이야.
그런데 그 열아홉 살 먹은 색시 딸이 입이 터져버렸어. 엄마 아빠 그러면서 “나 부설거사 그이한테 나 시집 안 보내주면 나 죽겠어”
시집보내달라고 그러거든. “야 그렇지만 스님한테 어떻게 시집을 보내니?” 입이 터진 건 좋지만 거기 시집보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이러니. 그 이튿날 그래 저기 떠나는 걸 보고 “여보, 여보! 내가 딱한 사정이 있다오. 그러니깐 뭔 사정이냐고. 우리 딸이 열아홉 살 먹도록 벙어리였는데, 엊저녁 스님들 법문을 듣고서 입이 터졌어. 그런데 부설거사 저 스님한테 꼭 시집을 보내달라고 그러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스님한테 그러는 거 아니라고 그러니까 ”죽겠다고 그러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이러니까 좀 있다 한참 생각을 하더니 내가 생명을 살해할 수 있느냐, 나 때문에 죽게 되니까. 그래서 영희‧영조가 ”너는 거기 빠졌다“ 그렇게 조롱하고 사라뎠다.
영희‧영조는 오대산에서 10년을 공부했다. 그러다 “야 부설이 제도를 하자” 그래서 부설을 찾아갔던 말이야. 부설은 아들딸 둘만 낳아놓고서 그냥 사랑방에서 문 걸어 매고서 그냥 공부만 하는 거야. 그래 찾아가니깐 “자네들이 10년 공부하는 동안 나는 이 속가에 떨어져서 이제 이러고 있다네. 여하튼 우리 공부한 거 시험이나 해봄세”하고 물을 세 동이 떠다가 매달아놓고서 이거 깨보라고 하니, 영희‧영조가 깨니까 물이 확 쏟아져버리잖아. 부설 거사가 탁 깨니까 병만 깨지고 물은 그대로 있어. 육체는 떠나도 그 혼은 그대로 있다. 정신은 이 안에 있다. 그걸 표시한 거다. 영희‧영조가 탄복을 했지. 그러니까 공부는 꼭 산중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거기는 만경(萬頃)에 나랑골이라 하는데, 내 집하고 한 십리 사이가 된다. 진묵 스님 난 데하고, 부설 거사 집하고 한 십 리 사이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부서울, 부서울’ 그런다, 부설거사 난 땅이라 이 소리다.
⌜동양의약원리(東洋醫藥原理)⌟ 제자기(題字記)
병종하래(病從何來)오.
“병이 어디서부터 왔나?”
병종업생(病從業生)이니라.
“병은 업으로부터 왔다. 죄로부터 왔다. 우리가 죄업으로부터 왔다”
업종하래(業從何來)오.
“업은 어디서부터 왔나?”
업종망생(業從妄生)이니라.
“업은, 죄업은 망상으로부터 왔다는 거여”
망종하래(妄從何來)오.
“망상은 어디서부터 왔나?”
망종심성(妄從心生)이니라.
“망상은 마음으로부터 생하느니라. 마음으로부터”
심종하래(心從何來)오.
“마음은 어디로부터 왔나?”
심본무생(心本無生)이니라.
“마음은 본래 나온 적이 없느니라”
심본무생(心本無生)이니
“마음은 본래 나온 적이 없거니”
병종하래(病從何來)오.
“병이 어디로부터 왔을꼬?”
*이정래(李正來 1943~)가 쓴 <동양의학원리>의 제목 제자(題字)에 간단한 가르침을 넣은 글이다. 한의학자로서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탄허 스님은 그를 만나러 몸소 대전까지 왔고, 이후 두 사람은 두터운 교분을 나눴다고 한다.
운명은 개척해야 하는 것
중국에 당개(唐介)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운명을 감정하니까, 그 운명 보는 사람이 뭐라 하는고 하니 “천정무원(穿井無源)이니라” 우물을 파는데 근원이 없다, 그게 뭔 소린고 하니, 우물은 웅덩이거든. 웅덩이를 암만 파도 근원이 없다, 물이 안 나온다, 빌어먹을 팔자다 이 소리야. 그러니까 당개가 거기사 반박을 해버린 거야.
“천정무원((穿井無源)가?” 한문은 토(吐)가 있거든. 우물을 뚫는데 근원이 없을소냐? 파다가 마니까 그렇지 몇 길, 몇 백 길, 몇 천 길이고 파다 보면 근원이 나오지 어찌 없을 리가 있느냐, 반박해버려.
그리고 70년 동안 공부를 했거든. 공부를 해도 과거에 붙지 못했지만 조금도 이 세상을 원망 안 해. 우리 같으면 원망할 것 아니야, 이놈의 세상이 날 몰라준다고. 당개는 전혀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학문이 넉넉했으면 붙었을 텐데 내가 학문이 부족하니까 되질 못하겠지’
늘 반성하고 꾸준히 공부를 하는데 0되던 해 글을 읽고 앉았는데 공중에서 “당개~ 당개~” 뭐가 불러. 나가보니까 아무것도 없거든. 귀신이 그러는 거라. “뭐가 나를 찾나?” 그러니까 그 귀신이 하는 말이 공중에서 “기여운명(其如運命)이 하(何)오!” ‘네 운명을 어찌 하겠니. 네 운명이 기박(奇薄)한데 어찌하겠니’
20 시절에 들은 그 천정무원이란 말이랑 뜻이 똑 같거든, 말만 다르지 거기서 또 반박했어. “야 이놈아. 기여당개하(其如唐介何)오!” 그 해에 당선(當選)했어.
이게 운명을 개척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당개 선생을 본받아서 운명을 개척할 생각을 해야 해. 석가모니도 운명을 개척한 거야. 미륵불 후에 날 양반인데… 미륵불을 앞섰으니까 운명을 개척해버린 거지. 모두 운명을 개척할 생각은 않고 관상사주(觀相四柱)나 이런 거 봐 가지고서 좋다고 하면 헤헤 웃고, 나쁘다고 하면 주먹질할라고 그러거든. 나쁘다면 방법론을 물어야지, 응?
⌜선림묘기전서(禪林妙記前序⌟
스승을 의심하는 일에 대하여
“목우 여인이 음식을 쒀 가지고 부처님한테 올렸잖아. 그런데 그 우유죽이 특별히 뽀글뽀글 더 속구치더라 이 말이야. 그러니 목녀(牧女)가 경이(驚異)해가지고 부처님께 바쳤는데 부처님이 그걸 받어가지고서 기력을 차리셨거든”
여기에서는 이런 정도로 나왔지만 장경(藏經)에 보면 이 말이 기맥혀. 외도들이 막 비난하는 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똑같잖아요. 높은 나무에 올라가면 더 흔들리거든.
부처님의 명성이 원체 천하에 가득하니까 외도들이 막 질추를 해가지고 석가가 연애한다, 목우녀 여자하고 연애한다. 경에 그렇게 써놨을 때는 생각해 봐요. 외도들이 얼마나 이 주둥이를 놀렸겠는가. 말도 못한다.그러면 그때 당시 외도들이 그렇게 부처님을 비난했다면 부처님 제자로서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러 없다고 못 한다. 가섭존자 그런 수제자는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확신하지만. 그 이하 제자들은 ‘부처님도 혹 그렇게 하는가?’ 이렇게 의심하는 거야. 왜?
스승을 의심하는 일에 대하여
⌜논어⌟에서
자견남자(自見南子)하신데?
⌜논어⌟에 “공자께서 남자(南子)라는 여자를 봤어” 그 여자가 누군고 하니 위나라 임금의 소실인데 천하 음녀로 아주 소문에 찬 여자야. 이름이 남자다. ‘남녘 남(南) 자, 아들 자(子) 자, 남자가 보자니까, 임금의 마누라가 보자는데 안 볼 수가 있나? 선비가 안 볼 도리가 없지, 봤는데, 그것도 공공석상에서 봤으면 그런 말이 안 나왔겠지만, 괜히 뒷방에서 보자고, 아마 딴 방에서 조용히 뭐 예기하자고 보자고 했던 거야. 그래서 둘이 만나봤단 말이야.
자로불열(子路不說)이요
“자로가 좋아하질 않아” 자로가 자그마치 십대 제자에 드는 양반이야. 정치가로 유명한 공자의 자로가 불열이요. 자로가 ‘어~ 못났다’고 이야기 혀. ‘선생님 그럴 수 있소? 이런…’ 자로 같은 십대 제자의 경지에도 그를 의심했으니 그 이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 그래 공자가.
여소부자(予所否者)한데
“내가 만일 그런 짓을 할 것 같으며”
천염지(天厭之) 천염지(天厭之)니라
“하늘이 싫어하고 하늘이 싫어할 것이다” 그러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은 겁니다. 구마라습(鳩摩羅什) 삼장은 말이야 얼마나 천재였는지… 장경을 번역했잖아. 이런 천재는 천년 이천년에 하나 나기가 어렵다. 그 씨를 받아야 되겠다. 아주 젊은 예쁜 기생을 하나 갖다 맽겨. 하나만 맽겨? 그 다음엔 또 갖다 맽겨. 아홉을 맽겨 기생을. 씨 받는다고…“
공자와 제자 자로
공자의 문에 십대 제자에 정치가로 유명한 자로(子路)가 있는 데, 공자께서 자로를 얻기 전엔, 자로가 공자의 제자 되기 전에는 세상 사람들이 공자에게 얼마나 욕을 퍼부었던지 말이야. ‘누누약상가지구(櫐櫐若喪家之狗 )라 더럽고 더럽기가 초상난 집 개 같다는 말도 있고, 초상난 집 개는 사흘이고 나흘이고 밥을 굶기는 게 일이야. 밥을 안 주기 때문에 개구녁에 여기저기 기우려 먹을 게 있는가 이러는 거야. 또 사마상퇴(司馬向魋) 같은 사람은 공자를 죽일라고 얼마나 모략을 해. 또 소잡한 일이 있어 공자가 지나가는데 자철을 뿌려버려. 밉다고 발꿈치까지 다 쓸어버리려. 이렇게 별일이 다 있거든. 이거 공자만 그러는 게 아냐. 그렇게 못 당할 일을 부처님도 그랬잖아. 선성비구(善星比丘)니 조달(調達)이니 하는 그 친구들이 말이야 얼마나 비방을 했누. 그러니까 뭐 성인들도 그러는 거야.
그런데 자로(子路)가 완력이 아주 천하장사로 요새 말로 할 것 같으면 태권도 10단 이런 거야. 용력이 그냥 타고난 천연완력(天然腕力)이여. 그런데 또 천하웅변(天下雄辯)이거든. 공자의 십대 제자 중에 정치가로 제일가. 말이 천하웅변에다 기운이 천하장사이고. 그이가 떡~ 공자의 제자가 됐단 소리를 듣고 어느 놈도 꿈쩍을 못해. 어느 뇜이 감히 공자를 비방혀? 공자를 비방하다가는 주먹으로 맞아죽을 거고, 가서 말로 따져도 웅변을 당할 놈도 없고.
그래서 공자가 칭찬한 거야. 이 사람아 ‘오득자로아후(五得子路以後)’로, 내가 자로를 얻은 뒤로부터, 자로가 내 제자 된 뒤로부터 ‘악성(惡聲)이 불입어이(不入於耳)라. 고약한 소문이 귀에 한 번도 안 들어 왔어. 이게 그 소리여. 석문(釋門)에, 불교에 경(卿)이 있는 것이 마치 공자에게 자로가 있는 것과 한가지다 이 말이여. 불교 옹호를 잘한다고 시방 황제가 칭찬하셨어요.
승려로서 그릇되게 먹고사는 방식, 사명식(邪命食)
사명식이라는 것은 네 가지 사명(邪命), 사사명(四邪命)으로 먹고사는 것을 말한다.
1은 앙구식(仰口食), 첫째는 입을 우러러서 먹고 사는 거. 천문을 봐주고 이런 거를 앙구식이라고 해.
2는 하구식(下口食), 입을 밑으로 내려놓고 먹고사는 거. 농사짓고 사는 걸, 그걸 하구식.
3은 방구식(方口食). 사방이라는 방(方) 자, 모날 방(方) 자. 사방에 심부름, 궁중이나 나라 심부름하여 먹고사는 거.
4는 유구식(維口食). 오직 입으로만 벌어 먹고사는 거. 관상 봐주고, 사주 봐주고, 점 해주고 하는 거. 입으로 버는 거.
이상을 사사명식이라 한다. 네 가지 사명으로 산다. 팔정도(八正道)에 정명(正命), 정업(正業) 이게 있지? 정명이라는 것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정업이라는 건 행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명과 정업. 그걸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 그러면 사명식은 네 가지가 있는데 삿된 목숨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삿된 직업이라 이 소리여. 네 가지 사명, 삿된 명, 목숨이라는 건 ㅇ까 말한 양구식, 방구식, 유구식, 그럼 승려에게는 이 정명이라는 것이 걸식(乞食), 빌어먹고 다니는 걸 정명식(正命食)이라 그려. 빌어먹는 것이 중의 본분 직업이다. 그래 비구가 번역하면 걸식이거든. 빌어먹는 게 원칙이야.
거북이와 뽕나무
좌중담소(座中談笑)는 신상구(愼桑龜)니라
“좌중에 담소할 때, 상구를 삼간다”
아니 이 거북이라는 놈이 뭘 좀 아는 놈인데, 방정맞게 얘기를 다 하잖아.
“남산의 나무를 다 갖다 태워봐라. 내가 죽나”
나무를 백 수레를 갖다가 태워도 살아서 말을 그대로 해. 그런데 그놈이 나무하고 밤중에 얘기한 게 있잖아.
“이건 뽕나무를 갖다 태어야 죽는다”
그래서 뽕나무도 걱정을 했거든.
“그럼 너 때문에 나두 재앙을 받는다. 나를 네러 오면 그 재앙을 어떻게 면해야 하느냐?”
“야! 잠자코 있어”
이런 소리가 거북이 잡은 사람 귀에 들어갔던 말이야. 그래서 결국 거북이도 뽕나무도 죽었어. 그러니까 말이라는 건 삼가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저들끼리 밤중에 실컷 지껄인 소리가 샜다 이 말이야.
<정리-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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