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오 온 길 윤재준 (주)선도소프트 사장 회고록
1 기본도 제작 착수
9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정부에서 디지털 지도제작에 착수 했다. GIS 산업에는 기본도가 필요하다. 기본도 제작과 갱신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1:5000 지도는 법적으로 국토지리정보원(구. 국립지리원)에서 제작 관리하게 되어 있다. 기본도를 제작하는 국가 제1차 GIS 사업이 95년에 시작해서 2000년에야 결과가 나왔다. 그 동안 지지부진 했던 GIS 산업이 이제야 기지개를 펴기 시작 했다.
GIS 기술은 국가 정보 인프라로서 상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광케이블 등 시설물 관리 뿐 아니라 환경, 자원, 토지, 지적 및 도시계획 등 인프라 관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므로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LG CNS 를 시작으로 삼성 SDS, SK C&C, 쌍용정보통신, 현대정보기술 등 대기업의 SM(System Management)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GIS 사업을 시작했다. 선도소프트는 GIS 사업을 88년 부터 시작해서 GIS 엔지니어들이 국내에 없었으므로 92년 부터 사내 교육장을 만들어 GIS 엔지니어들을 길러왔다. 그렇지만 대기업에서 GIS 사업을 시작하자 3대 대기업 즉, LG, 삼성, SK C&C 에서 우리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은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도 힘들지만 비용과 시간을 들여 몇 년 동안 길러내면 대기업에서는 길러진 엔지니어를 공짜로 순간에 데려가 버리기 일쑤였다. LG CNS 로는 거의 일류급 GIS 엔지니어 20명 정도 우리회사에서 빠져 나갔다. 그래서 나는 사업 전략을 바꾸었다. 즉, 선도소프트는 GIS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즉, ESRI 소프트웨어만 팔고 대기업들로 하여금 개발 업무를 맡도록 하였다.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서 ESRI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교육에 힘을 썼다. 그렇지만 핵심소프트웨어만 팔아서는 매출을 크게 늘리기가 힘들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자를 길러낼 수가 없었다. 대기업들도 항상 우리 GIS 소프트웨어만 사 주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들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 이었다. 그래서 선도소프트도 개발사업에 차츰 참여하기 시작했다. 원래 정부사업에서는 이익을 내기가 힘든 법이다. GIS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의 범위와 내용에 따라 예산이 책정되지만 일의 스코프(scope)는 바꾸지 않고 예산만 삭감된다. 기획재정부에서 또 국회에서, 다시 입찰하면서 예산이 깍인다.
1 고통에는 뜻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어려움과 고통이 따를 때 우리는 보통 힘들어하고 절망한다. 왜 나에게 하필 이런 어려움이 닥칠까? 운도 없고 재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꼭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고통이 후에 축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축복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어려움이 다음기회를 위한 훈련과 단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러한 고통스런 선물이 많았다. 첫째로는 1976년 혀 밑에 있는 혹(tumor) 이 암(cancer) 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절망했다. 제대로 밝은 세상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다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 나를 따라 고생만 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불쌍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서 지금은 건강에 대한 상식이 많아졌다. 그 후 지금까지 건강식단으로 식사를 해 오고 있다.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를 알게 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나에게 더 큰 축복을 주신 것이다. 둘째로는 암 진단 때문에 마지막 박사학위 논문을 끝내지 못 했을 때는 정말 아쉬웠다. 박사 학위를 마치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아닌가 하고 생각 했다. 미국에 이것 때문에 왔는데 이게 무엇 이란 말인가! 내 주위 친구들은 전부 박사인데 나는 무엇인가라고 부러워 했다. 그렇지만 내가 박사학위를 마쳤다면 나는 사업에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아니면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나는 현재 회사를 운영하면서 GIS 사업을 하는 것이 즐겁다. 거의 70세가 다 되어가는데도 바쁘게 일 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GIS 사업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세번째로 기억되는 것은 다산시스템 경영이 어려워 다산시스템을 아남의 이경서 박사에게 넘겼을 때이다. 아남에 넘어 간지 3개월 후에 나는 아남으로 부터 쫓겨났다. 돈도 없고 미국에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막막했다. 이 박사가 섭섭하기도 하고 야속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아남에 남아 있었더라면 우리나라 1위 GIS 기업인 선도소프트도 존재하지 않았겠고 GIS 사업은 몽땅 아남에게서 이뤄졌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은 몇 억원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나 않아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하나님께서는 아남에서 나를 쫓겨나게 하심으로 한국에서 GIS 사업을 하도록 인도해 주신 것이다. 네번째도 하나님께서는 한국에서 GIS 산업이 빨리 활성화하지 못 하도록 하신 것이다. 나는 창업 후 거의 15년 동안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나에게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창업 초기부터 나는 삼천리 창투로 부터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삼천리가 상당한 양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금 때문에 삼천리에 주식을 맡기고 돈을 빌려다 썼다. 마지막에는 모든 주식을 삼천리에 다 맡기다시피 했다. GIS 산업이 잘 되었더라면 선도소프트는 삼천리 소유가 되었을 것이다. 선도소프트가 수익이 생기지 않으므로 삼천리는 삼천리 창투를 서울 창투에 손해를 보면서 팔아 넘겼다. 서울창투도 벤처 사업이 여의치 않으니 2001년경 장부가격의 두 배수로 나에게 주식의 전 수량을 넘긴 것이다. 제1차 국가 GIS 사업이 끝나서 GIS 산업이 활성화 될 즈음 하나님께서는 선도소프트의 모든 주식을 나에게 다시 돌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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