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진만 햇발 >
‘수월성(秀越性)’ 교육이 성공하려면
광주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송 길 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수월성(秀越性)’이다. 수월성(excellence for all)교육은 학생 개개인 속에 내재된 소질과 적성, 능력을 파악하고 계발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인재의 핵심가치인 창의성, 리더십, 전문성을 키운다는 의미다. 수월성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교육기본법을 준수해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1장 제3조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따라 학생은 학습권을 가진다.
이 법 제1장 제5조 제1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을 보장하여야 하며, 지역의 실정에 맞는 교육의 실시를 위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 및 제2장 제12조 제2항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되어야 한다”에 의해 학교는 ‘자율성’을 가진다.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자료 공개에 따른 후폭풍이 매우 거셌다. 지역·학교간 성적 차이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데이터(date)로 입증된 만큼 평준화를 통해 이룬 성과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미 평준화 정책에 금이 간 지 오래며, 평준화가 해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당장 교육계에서 일반계 고교 학생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보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숫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수 학생을 위한 학교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수월성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월성 교육의 대상자는 “영재성을 보이는 소수를 위한 엘리트가 아니고 공교육체제 속에 있는 모든 학습자”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다양성’과 ‘형평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수월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는 평준화 교육이냐, 경쟁을 강조하는 수월성 교육이냐라는 지루한 소모적 논쟁을 뛰어넘어야 한다.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비전’과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의 전개, 국가간 무한경쟁 상황 등은 국가마다 자국의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고, 주요 선진국은 예외 없이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핵심정책을 교육의 수월성(excellency)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교육개혁이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가의 위기’를 선언하면서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한 이래, 부시 대통령에 의해 추진되었던 ‘낙오자 없는 교육정책(No Child
Left Behind)’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책무성, 그리고 학교선택권을 강조하는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미국은 학생들이 가진 자신만의 능력과 관심 분야를 키울 수 있도록 영재교사 자격증제도, AP(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광범위한 적용, 조기 입학과 졸업, 멘토십 프로그램 적용 등이 활성화돼 있다.
독일의 경우 차별적인 교육시스템을 동원, 그들만의 독특하고 전통 있는 직업교육 및 훈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수준 차이와 무관하게 동일한 교육을 받되, 중등단계에선 영재와 일반 학생을 분리하는데 일반계 고교인 김나지움과 전문계 고교인 직업학교 등을 통해 특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수월성을 추구하지만 소외계층 학생이 그랑제콜 같은 우수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진로선택의 폭을 넓혀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우수교원의 확보다. 우수교원의 확보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 수월성 교육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대학입시제도 개혁이 수월성 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열쇠다.
대학입시제도는 중등단계에서 수월성 교육을 지원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중고교에서 ‘수월성’을 위해 다양한 수준과 내용의 교육이 제공되는 것을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는 실제 입시전형에서도 학생 개개인이 받은 다양한 프로그램 내용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입학 사정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월성은 영재나 학습부진아 등 모든 학생에게 ‘형평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교육이 되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기회를 질적으로 확대하고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글로벌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최상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1세기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새로이 생각해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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