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늦었지만 향토문화관 현판 내린 일 잘했다
(구) 향토문화관을 건립할 당시 군수까지 참석한 회의에서 영랑문학관으로 정할 것을 결의했었지만 군수가 바뀌면서 향토문화관으로 다시 바뀌고 말았다. 향토문화관이란 전국 어디를 가도 향토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영랑문학관은 하나 밖에 없는 희소성 때문에 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영랑과 같은 대시인도 전국 각 지방마다 수십 명씩 있는 향토작가 한 사람으로 추락하고만 것이었다.
사실 향토문화관이 눈에 띄었을 때 호기심이 얼마나 발동할 것이며 굳이 감상하고자 하는 충동이 얼마나 일겠는가. 수 없이 (구)향토문화관을 가보았지만 이렇다싶게 관람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영랑처럼 문학사에서 빛을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문학과 예술에의 길을 걸었던 작가들은 많았다. 현구가 그런 예이다. 그러므로 영랑의 시혼을 느껴보기 위해 영랑문학관을 방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현구를 비롯한 향토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게끔 하자는 것이 본 뜻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만들어진 영랑문학관 현판을 걸어보지도 못한 채 향토문화관이란 현판이 내걸린 것이었고, 그 세월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말았다.
이제 그 현판이 내려지고 영랑· 현구 문학관이란 현판과 함께 향토미술관이란 현판으로 바꾼 것은 늦었지만 대단히 잘 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영랑문학관을 건립할 당시, 현구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현구시감상실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했으나 현구 역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감상실을 만들었는데 현판 또한 영랑· 현구 문학관으로 했다니 더욱 잘 한 일이다. 그렇게 현판을 만들기까지 영랑의 삼남 김현철선생의 의견에 의해 했다는 것은 아버지 영랑만을 고집하지 않고 큰 포용력을 영랑의 후손이 실천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판 하나는 한 개 판자에 박혀진 글자 몇 개에 불과하지만 현판이 갖는 의미가 기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 일이므로 추후로는 문화 전문가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폄하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실수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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