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시인의 쉽게 풀어쓴 노자이야기
제 32장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자
道常無名樸. 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
도상무명박. 수소. 천하막능신야.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빈. 천지
相合. 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始制有名. 名亦旣有.大亦將知止.지소. 이강감로. 민막지영이자균. 시제유명. 명역기유.대역장지지.
知止所以不殆. 譬濤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지지소이불태. 비도지재천하. 유천곡지어강해.
도의 떳떳함은 이름이 없다. 박(樸)은 비록 작아도 천하가 능히 신하로 하는 일이 없다. 후왕이 만일 능히 지키면 만물이 장차 스스로 빈(賓)하게 된다. 천지가 서로 합하여 그로써 단 이슬을 내린다. 백성이 시키는 일이 없이 스스로 고른다. 비로소 끊겨져 이름이 있다. 이름이 또 이미 있으면, 또 장차 그침을 알려고 한다.
그것을 아는 것으로 써 위태롭지 않는 것이다. 비유하면 도가 천하에 있는 것은 내와 골짜기가 강과 바다에 대한 것과 같다.
노자 철학의 중심은 있는 그대로의 삶이다.
이것을 자연이라 하는데 자연의 대표적인 모습이 박(樸)인 것이다. 박(樸)이라는 용어는 노자 이론에서 자주 등장한 이름이지만 박이 땅속에 있어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물과 양분을 찾아 나무의 생명을 말없이 소리 없이 밑에서 묵묵히 키워주고 길러주는 나무 등걸을 말한다. 등걸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원목과 같아 이를 일러 박 이라 하는데 모양은 울퉁불퉁하고 볼품없을 뿐 만 아니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땔감에 불과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볼품없는 이런 나무 등걸을 갈고 다듬어서 조각하고 모양을 내어 하나의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등장시킨다. 값으로 따지자면 부르는 것이 값이라니 누구나 탐낼 만도 하다.
우리인간들 역시 이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 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본래의 모습이 박처럼 못 생겼다하여(박색) 뜯어 고치는 성형수술이 폭 넓게 유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 중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의술이 성형외과 의사라고 한다. 거리 곳곳에 성형외과 간판이 눈에 띠게 많은 것을 보면 짐작이 갈만도 하다.
성형뿐만이 아니다. 얼굴이 조금 잘났다 싶은 여자도 무슨 색조 화장이라고 하여 짙은 색깔로 자기의 본 모습을 감추고 더 예쁘게 꾸며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취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실력보다는 미인계를 써서 취직하려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것은 박색을 가지고 겉모습을 다듬어서 상품화 하자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설령 취직해서 근무한다 할지라도 변장한 얼굴처럼 아름답고 예뿐 마음씨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노자는 무위자연을 말 할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도에 가깝다고 했다.
장자는 말했다. 자연이란 무엇인가? 소의 네발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소에게 코를 뚫어 걸어둔 코뚜레다.
네발로 걸어 다니면서 자유롭게 푸른 초원을 누비며 풀을 뜯고 있는 소를 보라. 누구도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풀을 뜯고 있는 소의 모습을 가리켜 한가롭고 평화스럽다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와는 달리 소에다 코를 뚫어서 코뚜레를 끼워 새끼줄로 묶어 끌고 다니면 누가 일러 그를 가리켜 한가롭고 평화스럽다 하겠는가. 문화란? 인간이 자기의 편리함을 이유로 원래의 모양을 제멋대로 바꾸어 버리거나 편리함을 이유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이기적인 산물에 불과하다.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는 통나무 등걸과도 같은 자연의 모습 이런 것을 가리켜 도의 영원한 모습이라고 할 때 통나무의 등걸은 비록 작아도 천하에 이보다 큰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천하의 사람들이 이러한 박의 이치를 잘 깨닫고 지켜나가기만 한다면 만물이 스스로 찾아오고 천지가 서로 화합하여 단 이슬을 내릴 것이니 모든 사람들은 명령을 받기 전에 스스로 먼저 따를 것이다, 라고 했다.
통나무가 잘리게 되면 그 순간부터 이름이 생겨난다. 이름이 생기면 제도가 생기고 계급사회가 형성되면서 비로소 명분이라는 것이 있게 된다. 만약에 제도와 명분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그야말로 혼란해 빠질 것이니 제도와 명분이 혼란에 빠지기 전에 그만 둘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진실 된 도리이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혼란한 사회는 없다. 이런 와중에서 도덕성을 팔아가며 성인군자처럼 행세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날로 늘어만 가는데 이것이야말로 자기 이름을 더럽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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