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윤민화기자가 바라보는 세상읽기2
남과 나 사이(間)에 다리를 놓아
윤민화 기자
어르신들 생활을 살펴드리는 노인지도사 교육을 받고 있는 분들에게 노인 체험교육을 강의하고 있을 때였다.
노인 체험교육, 그게 뭐지? 다소 생소한 분들이 있을테다.
노인 체험교육은 노인 체험기구를 이용하여 70대 노인의 몸 상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교육이다. 노인 체험기구는 몸통, 다리, 팔, 어깨에 공학적으로 설계한 체험도구를 장착하게 하여 근력이나 이동에 어려움을 느끼게 설계되었다. 일찍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 활발한 교육인데, 교육 대상은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하지만 주로 학생들이나 어르신을 부양하거나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 대상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들면 근력에 힘이 빠지고 중심이 바로 잡히지 못해 어질하기도 하고 소리가 낯설게 들리기도 하고 시력도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안다는 것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또한 아닐 것이다. 생각으로는 머리로는 아는 것 같은데, 정말 이해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게 되면 스스로 마음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므로 좀 더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에서 생긴 교육이 바로 체험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서설이 길어졌는데, 그러니까 그 날도 노인지도사 교육을 받고 있는 분들과 체험교육을 하고 있었다. 모두 여성분들이었고, 이제 막 서른에 들어오는 새댁부터 며느리를 두고 있는 오십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잠깐 동안 교육 내용을 설명하고 체험교육을 시작했다.
어디서 듣고 보도 못했던 노인 체험기구가 참 신기하니, 하나 하나 장착할 때마다 ‘아이쿠’, ‘아이구’ 소리도 나고 신기하고 흥겨운 분위기이다. 다 장착한 후 백내장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고글(눈에 씌운 큰 물안경과 같은 것)을 끼고, 지팡이를 짚고 강당 문을 나선다.
계단이 있다. 계단을 내려간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한쪽 손은 계단 난간 손잡이를 잡고 있다. 한 치라도 헛디딜지 몰라 조심스럽게 발이 계단 중앙에 오도록 살피고 살핀 후라야 다리를 내려놓고 또 다른 한쪽 발을 띄우며 아주 천천히 천천히 내려간다.
휴~, 이제 바깥이다. 벤치가 있어 벤치에 앉아본다. 바로 앉지 못한다. 손을 벤치에 대고 엉덩이를 뒤로 밀어 다리를 앞으로 펴고 한 쪽 엉덩이를 걸친 후에서야 비로소 몸에 힘을 풀어 앉는다. 일어설 때도 마찬가지. 바로 일어서지 못하고, 손을 대고 엉덩이를 조금 든 후 지팡이로 의지해 일어선다. 그렇게 주위를 몇 차례 걷다가 강당으로 돌아왔다.
목이 마를 터, 손으로 종이컵을 빼어 드는데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사탕을 까서 먹는데도 한참동안 열심을 내야 한다.
모든 체험 코스를 마치고 돌아와 그 기구들을 다 벗어내니 다들 편한 숨을 쉰다.
이제 서로 의견을 나눌 차례이다. 다들, 어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느 분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시댁 어머니 이야기를 하니, 병상에 누어 계시는 친정어머니 이야기로 이어지니, 다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몰랐다고 몰랐다고 우리 어머니가 그리 걸어다니는 걸 귀찮아하고,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는 것이 왜 그런지를 몰랐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 중 한 아주머니 이야기는 아직도 귀에 남아있다.
그 분 이야기인즉, 좋은 마음으로 홀로 되신 어르신 동행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날은 몸이 너무나 좋지 않았는데, 어르신과 병원에 가야했다고 한다. 병원에 줄을 서서 앉아 있다가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데 한 걸음 띄우는데 1분 남짓 걸리는 모습에, 평소 동작이 느려 불만인터, 몸까지 좋지 않아 나를 골탕먹이려고 저러나 싶어 그만 짜증이 나, 내려오는 그 할머니 손을 잡고 쫌! 빨리 좀! 내려오시라고 손을 억지로 내려 잡았던 일이 생각난다고. 지금 이 기구를 입고 계단에서 내려오다 보니 다리에 힘이 없고 팔이 무거워 행여 한 발 잘못 딛으면 굴러지지 않을까, 내려가는 것이 막막하고 두렵기까지 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 할머니도 한 걸음 한 걸음 그래도 나를 따라 올려고 미안한 마음에 손발 떨면서도 내딛었던 것을,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그만 너무나 죄송스런 마음에 눈물이 난다고 하였다.
그 날은 교육을 하러 갔다가 도리어, 너무나 값지고 귀한 것을 배우고 왔다.
그렇지. 우리는 남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참 많은 것을 알고 있을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알고 있다는 미명아래 내 식대로 그 사람을 오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가 그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는 그를 온전하게 알지 못할 텐데. 너무나 쉽게 알고 있다고 짐작하고 행동한다.
어찌 이 일이 어르신들에게만 적용되는 일일 것인가!
멀리서 우리 고장으로 시집 온 여인들도 마찬가지일터.
추운 곳에서 온 이는 우리나라 더위가 숨 막힐 것이며, 더운 곳에서 온 이는 우리의 혹한이 견디기 힘들어 밖에 나가기가 참 어려울 것이다. 우리보다는 말이다.
나 아닌 남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면 할수록 더 깊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루에 단 1분. 내가 안다고 생각한 그 사람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소 엉뚱한 연결이긴 하지만, 지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오신 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실 일이다. 내가 위하겠다는 지역 주민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바램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이 시간만큼은 나와 그의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져, 부지런히 오고가는 시간이길. 그렇게 되면,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을런지....
2010년에는 나와 너 사이에 무수한 다리가 이어져, 우리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가올 봄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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