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 칼럼(8)
이형문(영랑기념사업회 자문위원·수필가)
불효자는 부모가 만든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 (1)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 하지만,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닐 수 있습니다. 이 뜻은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이 없다는 말입니다. 자식을 버리는 부모는 없으나, 자식은 키우고 먹여준 부모를 박대하고, 내다 버리는 요지경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식이 바람만 불면 자빠질세라 오냐오냐하고 기른 부모의 잘못입니다. 오직 자식만을 위해 못 입고, 못 먹으며, 논 팔고, 밭 팔고, 소 팔아서 자식 잘 되도록 유학 시키고, 의대나 로스쿨 법대까지 긴 세월 동안 일편단심 뼈 빠지게 가르쳐 오직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 자식들이 오늘 날 부모에 효도하며 모범의 자식들이 되는 경우는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통계수치입니다. 이 문제는 어릴 때 그저 오냐오냐 기르며 참 인성교육(人性敎育)을 시키지 않은 부모의 크나큰 잘못입니다.
옛말에 사랑스런 자식일수록 매로 가르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열 살 전의 인성교육은 평생을 갑니다. 그런 부모는 자식들이 다 커서 장가보낸 다음 잘 되기만을 바라고, 집 사주고, 일생동안 있는 재산 다 털어 줍니다. 빈손 되어도 오직 자식 며느리 손주 보며 잘 살리라 믿었는데 부모가 나이 들어 지니 부모를 하인 취급 하고, 골방에다 재우고 용돈도 개밥주 듯하다가 나중에는 그것도 귀찮다고 양로원으로 보내 버리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집에 기르는 애완견이 병이 들면, 서둘러 가축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부모가 병이 들어 신음하고 있으면, 의당 그러려니 하고, 태연하게 외면 해 버리는 요지경 세상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낳은 자식들과는 외식도 잦지만, 늙은 부모와는 한 번도 다정히 손잡고 외출 한번 하지 않고, 자기자식 장난치면 싱글벙글하면서 부모가 손주들을 훈계하면 듣기 싫다고 얼굴을 찡그립니다. 자기 자식들에게는 장난감, 과자봉지가 널려 있으나 부모님에게는 쇠고기 한번 사 드리는 일이 없습니다. 결국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불효자로 기르고, 만들어버린 탓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2 )
이제 힘없는 노인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종로 4가 종묘 앞 노인들 놀이터에 가 보면, 그렇게 실패한 노인들이 갈 곳 없고, 돈 없어 무료 급식하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밥을 먹습니다. 종일토록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구경하며 서성이고, 그 곁에 지하철 입구에는 갈 곳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해진 저녁에는 노숙하는 노인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흩어져 잠자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식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부모의 몫입니다. 이 모습을 자기 자식이 보면 어떤 심정이 들까요? 그 모습을 보고 깊이 깨우치는 자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회한다는 것은 늦어버린 일입니다. 누굴 잡고 호소할 길 조차도 없습니다. 그 큰 원인 중에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예의범절도 없고, 상하도 없는 더러운 서양풍을 마구잡이 들여와 배우고 그게 좋다고 수입한 나라의 위정자들이나 젊은이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상 부모는 세상 사람이 다 손가락질하는 잔인한 살인범의 자식일망정 그래도 그의 부모만은 내 새끼라고 돌아서서 따뜻한 눈물을 흘립니다. 이게 동양과 서양이 다른 정과 눈물의 나라 부자유친(父子有親) 관계입니다. 부모의 일생은 오직 내 자식 뿐인데 왜 자식들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100 분의 1도 모르는 것일까요. 옛말에 인고토감은(咽苦吐感恩)이란 말은 부모가 자식에 사랑이 깊어져 맛있는 것을 자식에게 먼저 준다는 뜻입니다.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 외출복 한 벌 사 입지 않아도 내색치 않고, 등이 굽어지도록 일하며 일생을 자식 잘 되기만을 오직 바라는 부모의 한길 같은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자식만이라도 편하게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 (身體髮膚 는 受之父母)라 했습니다. 내 몸과 피부는 모두 부모로부터 받았다는 뜻으로 유교의 삼강오륜에도 부효시어사친(夫孝始於事親) 이면 혈육지연(血肉之緣)이듯 어버이 섬기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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