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 2 )
개인생활의 존중과 관심많은 사생활
김현철(전 언론인)
미국인들은 누구를 이쪽으로 오라고 부를 때 팔을 앞으로 뻗고 손바닥을 하늘 쪽으로 올려 손가락들을 안쪽으로 구부리며 팔을 구부려 자기 앞으로 잡아당긴다. 또 가라고 할 때는 손바닥을 상대 쪽으로 보인 체 아래로 손 전체를 내리고 올린다. 그와 반대로 우리는 팔을 90도 각도로 앞으로 펴서 손바닥을 땅 쪽으로 내린 체 손가락을 내가 있는 쪽을 향해서 아래위로 흔들면 오라는 뜻이다. 가라고 할 때는 같은 자세로 손만 밖으로 '가라'고 내 민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을 보면 상대방의 속을 좀 더 알고 친해지고 싶어서 미국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사생활 침해’내용의 질문을 마구 퍼붓는다. '애인 있어요?', '결혼 했어요?', '어느 학교를 졸업했죠?' 등.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미국인들에게 이런 질문은 큰 실례가 되는 것이다. 또 상대방을 위 아래로 훑어보는 한국인들의 습관적인 행동은 그런 짓을 할 수 없는 미국인들에게는 불쾌한 감정을 자아내게 한다. 미국에서는 상대방을 절대로 주시하는 법이 없고 최대 2초 간(슬쩍 스치는) 정도로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 게 예의다. 더 보고 싶을 때는 계속 볼 수 있지만 역시 스쳐지나가듯이 보면 된다. 개성이 뚜렷한 미국 사람들은 음식 한 가지를 시켜도, '양과 요리 방법, 좋아하지 않는 음식 제외, 양념용 소스 선택' 등 요리를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 주문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 통예인 듯하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는 식은 미국처럼 고객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낯선 이국땅이니 그런 경우 어쩔 수 없이 그냥 먹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렇게 자기 취향을 무시하는 나라라면 다시는 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전번 호에서도 잠간 지적했지만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서있는 사람 옆에 지나가게 되면 부딪치지 않았더라도 '신경을 쓰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실례합니다'(excuse me)라고 겸손하게 인사한다. 이때 '아이엠쏘리'(I am sorry)를 써서는 안 된다. 무슨 잘못이라도 있을 때 쓰는, 즉 '용서하세요'라는 뜻이 포함돼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을 밟았거나 직접 몸을 스쳤다면 당연히 'I am sorry'라고 사과해야 한다. 미국인과 얘기 중에 '땡큐'(Thank you)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고맙게 느껴지는 경우가 아닌데도 대화 도중에 이 말을 쓰면 미국인은 '당신 말을 다 알아들었으니 이제 이야기 그만 합시다, 나는 지금 떠나야 하겠습니다'라는 뜻으로 오해하고 더 할 말이 있어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대화를 끊고 일어서게 된다. 또 무엇이든 상대방(어린이라도)에게 부탁할 때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앞에 또는 뒤에 '플리즈'(Please) 를 부쳐서 말해야 실례가 안 된다. '플리즈'는 무슨 일 '좀' 해 주시겠어요? 정도의 부탁하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 줘서 상대방이 기분 좋게 도와주게 된다. '플리즈' 없이 부탁하면 명령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들린다. 미국인들은 왼손으로 글을 쓰는 왼손잡이가 상상 외로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왼손잡이라면 이것을 나쁜 습관으로 보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대로 길러 주는 것이다. 절대로 이상한 눈초리로 왼손잡이를 봐서는 안 된다. 여성을 대할 때는 각별한 배려로 항상 남성이 여성을 받들어 주는 자세를 취하는 게 미국이다. 문을 열 때도 남성이 열어 여성이 나갈 때까지 문을 잡고 있는다. 여성에게 뺨을 맞아도 그 자리에서 여성에게 같은 행동으로 복수하면 법으로 처벌 받는 것은 남성이니 그냥 맞고 보복할 생각을 않는 게 현명한 처신이다. 이혼할 때는 부인 쪽에 큰 결함이 없는 한 대부분이 재산의 절반을 여성 쪽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 부부 수가 결혼한 부부보다 배나 많다. 결혼 않고 동거하는 부부의 경우는 삼자에게 '남편'이나 '부인'이 아닌 '남친'(Boy friend), '여친'(Girl friend)으로 소개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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