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 칼럼(16)
외로운 인생(人生), 즐거운 인생(人生)
이형문(수필가·영랑기념사업회자문위원)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나와 잘 살든 못 살든 간에 살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승에 올 때 흑인, 백인 황인종이든, 짐승으로 태어나지 않고,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온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즐겁게 오손도손 잘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너무나 외로워 견딜 수 없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세상이 그만큼 불공평하다는 뜻이지요. 인간의 삶이 과연 무엇인가? 라고 답하라면, 한마디로 누구나 행복(幸福)하게 잘 살기 위해서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돈 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법정스님도 한평생 무소유를 화두삼아 살아왔고, 2천 년 전에 우리 곁에 오셨던 예수님께서도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라고 했습니다. 이 뜻은 현실에 만족하고,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나눔을 뜻합니다. 그러나 돈이 많고 잘살면 뭐 합니까? 인간답게 살다가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한 예로 어느 잡지책에서 읽은 얘기입니다. 서울에서 30년을 넘게 모범운전사로 일해오던 어느 날,서울 강남 부자촌 앞길에서 곱게 늙어 보이는 어느 한 노파분이 (80세가량) 차를 세워 탔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라고 물으니 핸드백에서 10만원권 수표 한 장을 꺼 내주며 아무 곳에나 10만원어치정도만 태워서 길 따라 전망 좋은 곳으로 가 달라고 했습니다. 운전경력 30년에 택시비를 선불 주며 가자는 손님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혹 이분이 치매 노인이 아닌가? 싶어 염려도 되고 의심도 했는데 이 할머니가 혼자말로 "세상이 말세여 말세. 철부지 새끼들 같으니..."라고 말하며 기사더러 지금부터 자기가 좀 말할 터이니 토를 달지 말고 들어만 달라고 해서 그러마고 대답했습니다. 그 첫 마디가 한 놈은 국회의원이고 ,둘째 놈은 사장이고, 사위는 판사고, 며느리는 교수고, 딸자식 하나는 의사라며 자식 자랑을 푸짐하게 늘어 놨습니다. 운전기사가 귀가 쫑긋해져서 훌륭하신 자제님들을 두셨습니다라고 말 하니 그런 자식 열이면 뭐 합니까? 자식들 얼굴보기도 어렵고, 지네들 즐기고 산다고 이 핑게 저 핑계 대고 어쩌다 한번와도 바쁜 일 때문이라면서 낯짝만 살짝 보이며 나가 버리고, 손주 녀석들도 공부, 공부하며 오지도 않아 덩그러니 90평 큰 집에 혼자 외로울 뿐이랍니다. 남편과 사별한지 3년이나 됐으나 추석, 설날, 생일 때나 자식들, 손자놈들 볼 수 있고, 통장에 돈 넣었으니 맛있는 것 사 잡수세요하고 난후 바쁘다며 한놈, 두놈 슬슬 빠져 나가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정말 인생이 외롭답니다. 자식들이 출세하고, 돈 많고, 명예 있으면 뭐 합니까? 태어난 근본과 분수도 모르는 철부지들인 걸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부자효친 사상과 인성교육(人性敎育)이 안 된 탓입니다. 정말 진정한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또는 없이 살 망정 온 가족이 함께 오손도손 정을 나누고 즐기며 사는 게 참된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돈 많고 명예만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자기들 분수도 모르는 주제들인데 말입니다. 남들은 자식들을 훌륭하게 길러 출세했다고 부러워하나 빚 좋은 개살구 신세랍니다. 세상이 어쩌자고 이렇게 되어 가는지? 늙은이는 이젠 쓸모없는 골동품같이 취급해 버리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그들인들 나중에 늙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허무하고, 원망스럽고 덧없는 인생 같아 이젠 다 털고 연감 곁에나 가고픈 생각뿐이랍니다. 또, 어떤 한분은 부부로 살아온 지 50년인데 일편단심 네 자녀를 위해 다 짝 지어주고나니 남는 건 병든 마누라와 80노후에 둘만이 쓸쓸한 농촌에서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돈을 챙겨보니 300만원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자식들에 짐이 되느니 그 돈을 장례비용에나 보태 쓰라며 한통의 유서를 남기고 약을 먹고 둘이는 조용히 잠들어 버렸습니다. 유서 속에는“자식들아 잘 살아라 비정한 부모를 원망하지마라. 마음이 괴로울땐 저 하늘에 부모 모습을 찾아보아라.” 다 구름 같은 인생이 아니더냐 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진정 두 분의 멋진 인생을 마무리한 노후의 쓸쓸한 삶이었습니다. 이 비정한 현실 세상 속에는 홀로 외로움에 살아가는 그런 류의 독고 노인들이나 외로운 노년을 맞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한번쯤 내 주위를 둘러보며 어려운 곳이 어딘지, 부모가 어떻게 하고 지내시는지? 뒤 돌아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야 참되고 즐거운 가정의 삶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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