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億)의 돈 잔치에 줄줄 새는 군민 혈세
국역 경회집 발간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 권의 책 내용이 설령 많다 해도 9.300만원의 번역료 지급에 납득할 학자도 군민도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산출기초에 따라 책정되었다고는 하지만 통상적인 상식의 범위를 넘는 번역료이고, 특히 두 사람이 작업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 국역 경회집의 번역자 중 한 사람은 매당 7.000원으로 현저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도도립대학산학협력단의 산출기초는 일차적으로 다른 대학과 현저하게 다를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생각에도 쉽게 납득하지 못할 만큼 고액이다.
무엇보다도 기초작업을 한 이모 한학자의 노역에 대한 대가는 비참할 정도다. 한 자 한 자 풀어서 원고지 칸을 메웠을 노 한학자의 원고료 대가는 1매당 7.000원 밖에 되지 않았다. 500매를 썼다 해도 350만원이고 설령 1.000매를 썼다 해도 그 엄청난 작업량에 비해 기껏700 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콧등이 시큰할 만큼 평생 한학을 해온 높은 학문적 위치는 그렇게 초라한 대접을 받는 세상인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남도도립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최모 교수가 수령할 수 있는 번역료는 얼마인가. 산출기초와 이 모 한학자가 고작 원고지 1매 당 받은 금액이 7.000원이라고 볼 때 9.000 여 만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집필자가 두 사람으로 나타난 이상 그렇게 단정할 수밖에 없다면 그야말로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1억 사업의 결과물치고는 책자의 품격이 현저하게 떨어져 누가 보아도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1억원 중에서 겨우 발간비를 700만원 밖에 잡지 않았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뼈를 발라내듯 번역료의 극대화를 위해서가 아닌가.
국역 경회집을 발간함에 있어서 남도도립대학산학협력단이 도비 5.000만원을 따냈다면 그것으로도 얼마든지 사업의지를 펼칠 수 있는 금액이다. 열악한 강진군의 재정까지 축내가며 소속 교수에게 9.000여 만원의 번역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처사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강진군이 매년 영랑문학제 때 시상하는 국내 최고 시인에게 영랑시문학상의 상금도 1천만원에 불과하고, 그 행사비도 제1회 때 5천 여 만원(상금 포함) 밖에 되지 않았다. 1억이란 돈은 국내 최고 문학작품현상공모 액수와도 같은 금액이라고 볼 때, 경회 김영근님의 문학적 학술적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그 번역료가 가히 천문학적이라는 점이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최모 교수가 지금까지 여러 국역작업을 해왔다는 점에는 그 노고에 감사를 드리고 싶을 뿐 의혹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열악한 강진군의 재정상태로 볼 때 한 개인에게 지출되는 번역료가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지나치다는 것이고, 이는 비록 그 학문적 수준이 있다 해도 많은 다른 학자나 예술가들에게 이질감을 크게 느끼게 하는 일임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아울러 남도도립대학산학협력단은 비록 문집 발간의 사업성이 크다 해도 지역의 군민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일은 자제하고 앞으로 좀 더 신중히 대처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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