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신교인들의 불교사찰 침입을 보고
김현철(전 언론인)
최근 개신교 신자들이 '공격적 선교'의 하나로 서울 봉은사에 몰래 침입해 법당 안팎에서 '절이 무너지라'는 내용의 개신교식 기도회를 열고 '우상타파' 등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봉은사 땅 밟기’동영상을 만들어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전국에 퍼트리고 있다고 한다.
또 대구지역 일부 개신교인들은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이름으로 "동화사 땅 밟기"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 그 줄거리는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구의 모든 불상사가 불교 사찰이 많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모두가 어린이들 싸움질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어른들의 일치고는 너무 상식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개신교 목사 및 신도들은 우리 한국민의 조상인 '단군상'과 불교의 '불상'이 '우상'이라며 전국에서 수 많은 단군상과 불상의 목을 잘라버리는 추태를 벌여 왔었다. 심지어 서울 화계사는 개신교인들이 그간 서너 차례나 방화를 한 것으로 현지 경찰은 보고 있다.
불교계는 그 때마다 화계사를 재건했고 당시 천주교 대표였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개신교인들 보란 듯이 준공식 때마다 나타나 재건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일부 개신교인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민들의 존경을 샀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시장 시절, '서울시 봉헌' 발언은 서울 시민 90% 이상이 개신교인으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대부분 비개신교인들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지금의 이러한 일부 개신교인들의 행패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의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떤 몰상식한 짓을 자행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불교는 서기 372년 고구려의 소수림왕 때 중국에서 들어 왔으니 무려 17세기 동안의 긴 세월을 한국의 종교로서 자리해 왔다. 그러기에 한국의 문화유산은 바로 불교 유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을 우리 조상님 대대로 신봉해 오던 불교를 이제 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일부 개신교인들이 우상숭배 운운하며 물리적으로 배척한다면 일부 개신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인들을 비롯해 조상님들에 대한 '효도'가 무엇인지를 아는 대부분 국민들의 지지는 결코 받지 못할 것이다.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점은 유교, 불교, 천주교 등 모든 한국의 종교가 개신교인들이 주장하는 '우상숭배', 즉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왜 개신교인들은 그 중 불교만 괴롭히는 것일까? 그만큼 한국 불교의 뿌리가 탄탄해서 두려운 탓일까? 그래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상품으로 해외에 홍보하고 있는 '템플 스테이' 예산 지원 저지 운동 등 개신교인들의 배타적 공격은 계속되는 것일까?
지금이 중세기 때도 아니고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다.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내 뜻에 안 맞는다고 무조건 타종교 인들을 괴롭히는 행위를 과연 '사랑의 예수님'이 좋아하실까?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야말로 민주시민의 기본자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상식에 속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는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라는, 또 남의 생각이 진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모든 종교인들이 지녀야 할 바탕인 겸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기독교 국가들인 미국, 유럽 등 앞서가는 모든 나라도 자국 내의 불교, 이슬람 등 각종 종교 성전에 타종교인들이 침범한 사례가 없으니 이번 일부 한국 개신교인들의 몰지각한 행패가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진다면 한국인 된 자 창피해서 어찌 머리를 들고 다니겠는가?
개신교 신자들 중에서도 이번 사태를 '상식을 넘어선 창피한 기독교인의 모습'이라며 불교 측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압도적이라 하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래서인지 "봉은사 땅 밟기" 관련 개신교 신도들의 교회 측은, 그 후 봉은사를 찾아가 "실수를 용서 하라"며 사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측은 아직 사과의 뜻이 없는 듯하다. 사과를 하는 자세도 주위의 눈이 두려워 임시방편으로 사과하기 보다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가지고 '사랑의 예수교인'들이 될 수 있도록 신자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타종교인들이 개신교회를 침입해 똑같은 짓을 벌인다면? 하고 사건을 뒤집어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아쉬운 때다.
"예수는 사랑하나, 예수를 믿는다면서 그를 닮지 않은 기독교신자들은 사랑하지 않는다" 했던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의 따끔한 지적도 이번 기회에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헌데 이러한 사회면 톺감 뉴스거리가 발생했는데도 한국 국내 언론 매체 중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언론사들은 처음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온라인 매체가 떠들어 대니 하는 수 없이 소극적으로 기사를 다루는 등 얼버무리는 행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가는 곳마다 개신교인 CEO가 그만큼 많아서 자칫하면 광고가 끊기는 위험을 피해 보자는 속셈인가? 세상이 정의 보다는 돈이 우선시 되는 것으로 타락하고 말았다는 또 다른 증거를 보는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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