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이륜의 풍경을 바라보며
<화장>이란 작품으로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그보다도 <칼의 노래>로 한국 독서 시장을 강타한 김훈 작가가 자전거 애호가란 사실은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 젊어서는 산을 좋아했는데 나이 들어서는 자전거타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 글쓰기의 삶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책이 아니라 산과 자전거이다. 나에게 산은 마약이고, 자전거는 영양제다. <중략> 자전거는 나에게 몸과 세상 사이의 직립성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었다. 두 다리로 자전거 폐달을 돌릴 때 나는 내 몸이 땅에 들러붙어서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자전거를 타고 땅에 붙어서 굴러 가듯이 그렇게 언어를 사물에 밀착시켜 가면서 글 위에 올라타서 흘러가고 싶다.
사실 김훈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체감으로 느끼는 시선으로 많은 수필 또한 집필해 온 작가다. 그래서일까, 그의 수필을 읽어보면 독자가 마치 자전거를 타고 사방을 바라보는 것처럼 눈앞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문장은 힘이 있고 문체 또한 유려하다. 분명 자전거 덕택이 아니겠는가.
오늘부터 나흘간 강진고을에서는 은빛 이륜의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그들의 힘찬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강진고을에도 자전거 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출근하는 사람, 가볍게 나들이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모든 고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와 운동장을 누비는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연출된다면 비록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의 길목에 선 강진고을일지라도 활기차고 역동적인 모습이 아닐까.
1995년 무렵 수도 베이징(北京) 의 직장인 절반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고 한다. 지금은 자전거의 물결로 중국 도로를 뒤덮었던 장관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의 물결이 자전거의 물결을 몰아낸 셈이다.
그러나 강진고을에 자전거 붐을 꿈꾸는 것은 중국처럼 생활이 아니라 여유를, 도시의 긴장보다는 사색을, 돈 드는 편함보다도 운동이 추구되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폐달을 밟으면서 삶의 뜰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맛본다면 그보다 더한 스포츠가 있을까 싶다.
들리는 말로는 자전거가 시가 1천만원 짜리, 2천만원 짜리까지 있다고 한다. 승용차 값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렇게 비싼 자전거를 타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답변한다고 한다. 대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고,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이기에 전혀 기름이 들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어쨌든 자전거는 이제 ‘서민의 발’차원에서만 머무르는 시대는 아니다. 한 때 중국이 ‘평생의 꿈,으로 삼는 것이 자전거였다지만 우리가 자전거를 즐겨 타는 것은 삶을 즐기는 여유와 신체를 가꾸는 운동 그것이지 않겠는가. 앞으로 나흘간 많은 선수들이 강진고을의 도로를 달릴 것이다. 달리면서 그들은 강진 고을의 산과 들의 풍광을 뇌리 속에 담아갈 것이다. 그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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