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칼럼36>
인연은 뿌린대로 거두고 사람은 죽은 뒤에 이름이 남는다
이형문(수필가.영랑기념사업회 자문위원)
인간은 많은 생명체 중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尊在)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공평하게 사랑받을 권리와 자격이 충분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모두가 다 공짜 같은데 따지고 보면, 공짜란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의 건강, 생활, 감정에서부터 자연환경에서 오는 해택까지 그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으로부터 몸을 빌려왔기에 대물(貸物),차물(借물)이 됩니다. 그러니 빌려왔으니 다시 갚아야 하고. 갚을 적엔 깨끗이 돌려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한 세상을 살아가며 몸을 깨끗이 썼다가 돌려 드려야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러지 못하고 몸이 만신창이 돼 돌려드리고 마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니 죄(罪)많은 인생이라고들 하지요. 사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올 때는 "저"로 왔지만, 떠날 때는 완전한 "나"로 가는 것입니다."저"는 과정이고, 유한하지만,"나"는 영원하듯 완전한 존재로, 실은 잠시 잠깐입니다. 누구나 "나"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듯 아름다운 사람은 앉은 자리가 빛나고 아름답게 남습니다. 가령하여, 천주교 "김수환"추기경이나, 재벌 일본의 "마스시다 고노스께"같은 사람입니다 ".마스시다"분은 자기 재산을 모두 사회에 되돌려주고 가신분입니다. 이들이 앉은 자리는 훗날, 주렁주렁 넝쿨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며, 많은 열매가 맺어 질 것입니다. 우리는 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시궁창에 뿌려진 싹처럼 앉은 자리에 풀 한포기 돋아나지 않는 황량한 자리가 되도록 살아가서는 안되겠습니다. 자기가 않은 자리는 남이 머물기 좋은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공원 같은 명당이 되는 아름다운 자리의 일생을 남겨야 하겠습니다.
위대한 사람은 죽은 뒤에 이름이 남는다고 하지요. 우리가 죽을 땐 부(富)나 명예(名譽)도 가져 갈 수 없습니다.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영혼이 있기에 인격(仁格)과 업보(業報)만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죽은 시신 복에는 포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죽어서 영원히 사는 삶, 즉 하느님의 사랑에 안길 수 있는 일생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상(無常)하다는 것은 영원히 없다는 뜻이며, 영원한 것이 없기에 집착하지 않고, 놓아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분수를 벗어난 과욕(過慾)에서 탈이 납니다. 그러므로 인연(因緣)이란 뿌린 그대로 돋아나고, 거둔다고 하지요.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그것은 저들 자신의 내면에 물어봐야 답이 나옵니다. 한 예를 들어 봅니다.
필자가 과거 이승만 정부 시절 당시 여자고등학교 교직생활 때의 일입니다. 나이 13~14세정도의 남자 아이가 아침 등교 시간이면, 교문 입구에까지 학생들과 함께 걸어오다가 갑자기 교문 옆 야산으로 노루가 뛰어 올라가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 제도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아이 아버지가 평소 사냥을 즐기는데 어느 날 새끼를 벤 어미노루 한 마리를 잡아와 동네 사람들과 잡아서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헌데, 그 때가 당시 이 아이가 태어나던 달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이 아이가 15세 무렵 집에 혼자 있던 늙은 할머니 목을 물어 죽이고, 도망을 간 후, 어미 노루가 잡혔던 바위틈에 죽어 있는 것을 동리 사람들이 나무하러 갔다가 발견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소년이 노루 같은 털이 온 몸에 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어는 날 학교 옆 길 산으로 생애를 매고 가는 모습을 보며 사연을 알게 돼 인과(因果)는 속일 수없는 인연이기에 뿌린 대로 거둔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태어나는 모습만 다를 뿐이지요.
요 얼마 전, TV에서 보니 한 아파트에 사는 어떤 분이 엽총을 들고 나가는 것을 본 한분이 그냥 지나쳐 버렸으면 될 일을 왜? 아파트에서 그런 것을 들고 다니느냐는 말에 시비가붙어 서로 열을 올리며 다투다가 엽총가진 사람이 시비건 그 사람을 쏴 버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죽었다는 뉴스를 보며, 전생에 무슨 악연(惡緣)이었기에 하필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끼리 그런 끔찍한 일이 생겼는가 생각 해 봤습니다. 이들끼리의 전생에 보복을 이승에 살아가며 죽일 기회와 때를 만난 것이겠지요.
인간살이 모두가 인연 따라 맺어지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한 세상을 살아 가다보면, 어떤 이는 상대에 사기를 처 헐벗게 하여 남의 가슴에 대못을 치게 만들고, 그 돈으로 잘 살 것 같아도, 길게 두고 보면 반드시 신상(身上)(몸에 중병)이나 사정(事情)(세상사 얽히고설킨 일)이 생겨 집안이 망하게 되는 꼴을 많이 보고 살아갑니다.
세상살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힘들 때도 많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소중하고, 뒤가 깨끗해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살아 갈 수 없으며 서로 기대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훗날을 위해 만남에서 좋은 인연을 남겨야 합니다. 더구나 동반자와의 인연은 서로가 온 정성을 다해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랑이 더 돈독 해 지는 것이지요.
불가에서는 부부가 전생에 3천 번 이상 스치는 인연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다 늙어 갈수록 동반자의 따뜻한 회로는 정말 값진 사랑이며 부러움입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옛말에 칼에 찔린 자 죽은 약을 써서 나을 수 있으나,한번 뱉은 말은 다시 담아 넣을 수 없다고 합니다. 수구여병(守口如甁)이듯 입을 병같이 꼭 다물고 신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남의 소중한 인연의 진실한 사랑이 어디 있는지? 참된 믿음을 주는 곳을 우리 인간들은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인연은 가장 쉬운 만남이면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이며 어려운 처신입니다. 위대한 사람은 죽은 뒤에 반드시 그 사람의 행적으로 남습니다. 자기만 잘 되겠다고 남을 음해(陰害)하고, 얻은 뒤는 하늘에서 신(神)이 빤이 내려다보고, 점수를 놓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이 좀 어려워도 견디며, 노력하고 정직하게 살아 갈 때 훗날 후손들의 값진 열매가 많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남에게 고개 숙이며,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합니다.
인연은 자기가 뿌린 대로 싹이 돋아나기에 살아가며 상대에 한(恨)이 맺히는 짓만은 절대로 남기지 말고, 좋은 인연의 만남을 승화 시켜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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