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를 좌시하지 않는 토마스 기자
김현철(전 언론인)
제2차세계대전 중 영국의 세계적인 대부호인 유대계 은행가 로스차일드(Rothschild)는 영국 정부에 전함과 전투기 생산을 돕는 조건으로 전 후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 건설을 약속받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히틀러는 적국의 전력 증강을 돕는 유대인을 뿌리 채 뽑아버려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이를 실천하게 된다.
지난 2천년 간 아랍계 사람들이 살아 온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가지고 있던 당시의 강대국인 영국 정부는 그간 거금의 전쟁 비용을 부담해준 로즈차일드에게 수에즈 운하(Suez Canal) 건설에 턱 없이 모자라는 재원을 또다시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로즈차일드는 이에 응하면서 영국 정부와 이스라엘 국가 건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단지 구약성서에 그 땅에서 자기네 조상이 살다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는 구절뿐인데도 국익만을 생각한 영국은 아랍계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유대인 측에 똑 같은 2중 외교로 팔레스타인 거주 아랍인들을 기만함으로써 2차 대전 후 지금까지 중동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총격전과 전쟁으로 힘없는 나라 백성들의 피눈물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후 미국마저 돈 많은 유대계의 로비 활동으로 억울한 아랍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기보다 강자 이스라엘 편에 섰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는 아랍권과는 마치 이스라엘의 용병이나 된 듯 원수가 되어 이라크 등과는 전쟁까지 벌였다. 미국은 이렇게 해서 세계 매장량의 4분의 1이라는 막대한 이라크 오일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지만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대부분 인류의 눈총만은 피할 수 없었다.
인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에는 없지만 비굴해서 강자가 끌고 가는 대로 순종하는 반면 극소수 정의파들만은 목숨을 걸고 불의에 저항한다.
한국의 언론계를 돌아보아도 야만과 광기가 몰아치던 군사독재 시대에 한 줄기 등불 역할을 했던 한국의 지성 리영희(전 한겨레 편집 고문, 전 한양대 언론학 교수) 기자를 비롯해서 박정희 정권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 직에서 쫓겨난 후 한겨레신문 초대 발행인 겸 편집인을 지낸 송건호 기자 등 극소수 정의파 인사들이 한국 민주 역사에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많은 동료 기자들은 독재 정권에 빌붙어 온갖 호강을 다하는데 이 분들은 여러 차례의 옥고 등 고초를 치르면서도 끝내 양심을 팔지 않았던 항일 투사와 똑 같은 애국지사들이었다.
유대계가 판을 치는 미국에서 겁도 없이 그들의 양심을 때리는 언행으로 유명한 토마스 기자의 소식이 들린다.
최근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Deerborn Michigan)에서 열린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한 워크숍(연구모임)에서 얼마 전 '반 유대주의' 발언으로 기자직을 잃은 백악관 최장수 언론인 출신인 헬렌 토마스(89, Helen Thomas) 기자가 초청돼 연설을 했다.
"우리는 아랍인들을 반대하는 선동가들에게 사로잡혀 있다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유대주의(시온주의 = Zionism)자들이 미국의 의회, 백악관, 헐리우드, 월스트리트(미국 주요 은행들이 모여 있는 뉴욕의 거리)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일이 있은 후 유대계의 '반 명예훼손연맹' 에이브 폭스만 국장은 토마스 기자에게 수여되었던 모든 상훈을 철회해 주도록 전 미국의 저널리즘(언론) 대학에 촉구했고 토마스 기자의 모교인 '웨인주립대학'(Wayne State University)은 곧 토마스 기자에게 주었던 '다양성의 정신상'(Spirit of Diversity Award)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토마스 기자는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슬픈 날이다. 웨인주립대학 지도자들은 수정 헌법 제 1조(표현의 자유 = U.S. the 1st Amendment, Freedom of the Press Rights)를 조롱했고 그에 내재된 언론과 출판의 자유에 대한 이해심을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중동 레바논(Lebanon)계 미국인인 토마스 기자는 현역시절 존 케네디(John Kennedy) 이후 오바마(B.Obama)에 이르기 까지 모두 10대 대통령을 취재했고 사임 직전까지 백악관 브리핑 룸(기자회견장) 맨 앞줄 중앙에 고정석을 배정받는 예우를 받아왔다.
유대계를 제외한 전 세계의 양심 있는 기자들은 인류 역사는 정의파 언론인들에 의해 발전해 나간다는 사실을 믿기에, 용감한 토마스 기자를 마음속으로 존경하면서도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후환이 두려워 함구할 뿐이다.
토마스 기자는 90세를 1년 앞두고 정의를 위해서 전 세계의 기자들이 부러워하는 백악관 출입 넘버원 기자의 영예조차 헌신짝처럼 버렸고 불의와 맞서 오늘도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정의의 투사'(Political justice activist)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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