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강진과 조국의 운명이 공무원들 손에 달린 까닭 3
황 주 홍
강진군수·정치학 박사
중국(中國)의 역대 400여 명의 황제들 중 최고로 숭앙(崇仰)받는 청(淸)나라 강희제(康熙帝)는 재위(在位) 60여년 동안 탐관오리(貪官汚吏)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없이 극형(極刑)에 처했다.
그 일족에 대해서까지 공직(公職) 진출의 기회를 아예 부여하지 않았다. 일벌백계(一罰百戒)로 간 거다. 그 때 중국은 세계 최강이었다.
영부인 프란체스카(Francesca Donner Rhee) 여사가 구멍난 헌 양말을 전구에 씌워 기워내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에게 신게 하였기에, 급서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혁대 구멍이 헐렁헐렁해질 정도로 헤져있었고, 그의 손목에 채워진 세이코(SEIKO) 손목시계의 금 도금이 벗겨져 있었기에, 그래도 오늘의 대한민국(大韓民國)이 있다.
■ 공무원 스스로 깨끗해져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우리 공무원들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 결국 스스로 깨끗해져야 한다. 미국 역사상 초대 해밀턴(Alexander Hamilton) 이래 최고의 재무장관인 루빈(Robert Rubin)전 재무장관은 클린턴(William Jefferson Blythe IV)대통령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공직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과 고강도 노동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사직하는 일이 허다하다. 생긴 것 없이 책무(責務)만 많은 것이 선진국의 공직 사회다.
이처럼 투명함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가 된 지 오래다. 우리 한국의 공무원들도 글로벌해져야 한다. 우리 공직사회가 보다 확실히 깨끗해져야 하는 거다.
공무원들의 불친절(不親切)과 불성실(不誠實) 문제 역시 오랜 과제며 숙제다. 서분서분한 은행이나 백화점에 가본 뒤 시청이나 군청에 가보면 공직 사회의 불친절이 얼마나 위험 수위에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공무원의 자질과 실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친절(親切)’이다. 마음만 먹으면 곧 될 것 같은 게 친절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쉽게 보고 만만하게 보아서 친절을 체득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막상 실천해보려고 해도 그리 쉽게 말을 듣지 않는 게 바로 친절이다.
불친절해지기는 쉬워도 친절해지는 어렵다. 친절은 가장 배양하기 어려운 실력이다. 미적분(微積分)보다 더 어려운 게 친절이다.
공무원은 한국 사회에서 특권층이기 때문에 친절해지기가 더더욱 어렵다. 공무원은 그 어떤 직종(職種)보다도 불친절해지고 오만해지기 쉬운 자리다.
그래서 공무원의 친절이 중요한 거다.(다산 정약용은 달려와 호소하는 백성들을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편하게 해주어야 좋은 ‘목민관’이라고 강조했다.)
■ 불친절한 공무원은 그 자체가 징계대상이다
불친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함부로 대하는 것과 빈둥거리는 것이 다 ‘불친절’이다.
첫째는 정성(精誠)을 다하는 거고, 둘째는 노력(努力)을 다하는 거다. 잘난 체하며, 함부로 대하는 것이 첫 번째 유형의 불친절이라면, 두 번째 유형은 빈둥거리며 허송세월(虛送歲月)함으로써 주민께 누를 끼치고 지역에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질적으로 훨씬 고약한 ‘불친절’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배워서는 안 될 천하(天下)에 못된 말이 소일(消日)”이라고 경계했다.
불친절한 공무원은 아무리 유능해도 무익(無益)하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것이 불친절 공무원이다. 불친절 공무원은 그 자체로 징계대상이다.
GE의 전설 웰치(Jack Welch)는 무능한 사람보다 무익하게 위험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했는데, 불친절 공무원이란 무익하고 위험하다는 점에서 가장 불필요하다. 유능한 불친절 공무원보다 무능한 친절 공무원이 차라리 윗길이다.
불친절(불성실)의 ‘지역오염’과 경제 침체의 주범이기도 하다. 공직 사회의 불친절은 지역의 ‘화합’과 ‘신뢰’를 저해한다. 이는 지역사회 내의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
불친절은 이렇게 지역경제 발전을 방해한다. 공무원의 불친절은 가장 고약한 ‘경제사범’이다. 이른바 ‘불친절의 경제학(經濟學)’이다.
불친절의 ‘경제적 역효과’에 대한 이 인식이 강하게 환기될 필요가 있다.
강진군의 군정 목표는 그래서 ‘대한민국 정직수도·친절수도의 건설’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지역민에게 친절해야 할까?
친절, 친절, 또 친절해야 한다. ‘비굴 직전’까지 친절로 시종하는 거다. 어느 정도까지 지역에게 친절해야 할까?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해야 한다. “손에 굳은 살이 박히도록 일하라”(다산 정약용)는 거다.
‘가난과의 싸움’에서 가난을 섬멸하고,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그 날까지 분골쇄신(粉骨碎身)하는 거다.
■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고 뒤범벅인 ‘불철저함’
우리들의 불철저함이란 공(公)과 사(私)가 구분되지 않고 뒤범벅임을 뜻한다.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커녕 선사후사(先私後私)하는 행정행위(行政行爲)를 의미한다.
공직을 타성으로 수행하다 보면, 크건 작건 어떤 일을 할 때 확고한 조국관(祖國觀)과 뚜렷한 지역발전 의식을 갖고 임하지 못한다.
더 문제인 것은, 이같은 관행과 분위기에 대해 누구도 크게 회의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다.
예를 들면, 농업기술 교육에 초빙할 20만원 수당이 지급되는 강사를 고르면서 우리는 별 ‘죄의식’ 없이 그냥 가까운 선배나 주변의 지인을 찾아 맡긴다. 100만원짜리 농기계 보조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친구나 친척에게 주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이것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정부 공모사업에 신청조차 안하고 넘어가버린다.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절실히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내 집에서와는 달리, 공공청사의 종이도 전기도 수돗물도 아끼지 않는다.
모두가 ‘이것 하나쯤이야’ 하고, ‘나 하나쯤이야’ 한다. ‘관성(慣性)의 족쇄’를 끊지 못하고, 잘못된 관성으로 산다.
대한민국과 각 지역의 발전은 이렇듯 가랑비에 옷 젖듯 ‘부당 행정행위의 덫’에 걸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다.
아마존강(Amazon River)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이 멀리 미국 텍사스(Texas)에서 토네이도(tornado)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정(나비효과, butterfiy effect)을 토대로 하는 ‘카오스(chaos)이론’은 기존 계량화 방식으로는 설명(입증)이 어려운 ‘초기 조건에 대한 결과의 민감한 의존성’을 얘기한다.
우리들의 지극히 작은 행정행위 소홀이 어느 날 조국과 지역의 발전을 예리하게 저해할 수 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우리 공무원들의 무책임(無責任)과 무심함에서 야기되는 실수와 실책을 반드시 지적하고 질책한다. 선행(善行)과 성과(成果)에 대해서는 반드시 격려하고 칭찬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눈 밟으며 들길 갈 때 아무렇게 걷지 말라. 오늘 내 발자취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처럼, 우리들이 수행하는 공무 하나하나가 틀림없이 강진군과 조국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소박한 깨우침 때문이다.
■ ‘퍼블릭 비전’으로 공직의 길을 걸어야 한다
부족한 나를 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들 얘기한다. 나는 진정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나는 오직 공무(公務)만 생각하고, 공무만 얘기하고, 공무만 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 내게 맡겨진 책무이고, 애국(愛國)과 애향(愛鄕)에 이르는 ‘첩경(捷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모든 것은, 우리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조국과 지역의 미래로 직결된다.
사사로운 정(情)으로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에게 과분한 직책(職責)을 맡겨 비극적 종말을 맞은 유비(劉備) 현덕(玄德)보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군(軍) 기강을 확립해 촉(蜀)나라의 국운(國運)을 강화한 제갈공명(諸葛孔明)이 더 철저했기에 공직자로서 더 앞선 평가를 받는다.
탈영한 군관(軍官) 황옥천(黃玉千)을 놓고 관대한 처분을 요청한 장수들보다 끝내 효수(梟首)를 명한 이순신(李舜臣)이 더 철저했기에 그 이순신이 그의 조국인 조선(朝鮮)을 지켜낼 수 있었다.
선진국 공무원들의 특징은 친절하되 철저하다(gentle but firm)는 거다.
그냥 ‘봐주기’도 없고, 대충대충도 없고, 비리도 없다. 그들의 공무수행이 더 엄격하고 철저했기에 그들이 먼저 선진국이 된 거다.
오늘 공직자들의 퍼블릭 비전(public vision) 즉, 공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한국의 공직자들도 ‘퍼블릭 비전’으로 묵묵히 공직의 길을 걸어야 지역과 조국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 약 력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제작위원
· 국회정책연구위원 실장(1급)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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