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유적지 순례 7
다산 초당과 丁石에 대한 생각
안경순 (전 초등학교 교장)
다산께서는 자찬묘지명(1822년 61세)에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무진년(1808년) 봄에 다산으로 이사를 했다. 그 곳에 대를 쌓고 못을 파서 줄을 맞춰 꽃과 나무를 심고 물을 끌어다 비류 폭포를 만들었다. 동암과 서암 두 초막을 짓고 바위로 된 절벽에 丁石 두 글자를 새겨 표시해 놓았다.” 다산초당 四景을 뽑아(정석, 연지, 약천, 다조) 각 경관에 대한 제찬시(題贊詩)를 지어 4경첩을 만들어 남겼는데 제1경 丁石에 대한 찬시는 다음과 같았다.
竹閣西頭石作屛(죽각서두석작병) : 죽각 서편 바위는 병풍져 있고
蓉城花主已歸丁(용성화주이귀정) : 부용성 꽃주인은 벌써 정씨에게 돌아왔네
鶴飛影落苔紋綠(학비영락태문록) : 학이 날아와 그림자 지듯 이끼무늬 푸르고
鴻爪痕深字跡靑(홍조흔심자적청) : 기러기 발톱 흔적처럼 글자는 이끼 속에 또렸하다
米老拜時徵傲物(미노배시징오물) : 미로처럼 바위를 경배하니 외물을 천시한 증거요
陶潛醉處憶忘形(도잠취처억망형) : 도잠처럼 바위에 취했으니 제 몸 잊은 것을 알리라
傅巖禹穴都蕪沒(부암우혈도무몰) : 부암과 우혈도 흔적조차 없어졌는데
何用區區又勒銘(하용구구우륵명) : 무엇하러 구구하게 또 명을 새기리요
丁石은 신선이 산다는 부용성의 주인 丁도와 石만경 두 신선의 성을 따서 丁石이라 다산이 이름 짓고, 이제는 부용성 같은 이곳에 자신이 왔으니 丁씨 자기에게 주인의 권한이 돌아왔다고 하였다. 즉 다산초당 이곳은 이상의 세계 부용성에 견주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만이라도 신선같은 깨끗한 사람이 될 것을 꿈꾸었다.
다산은 이곳에서 집필하였던 경세유표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 가만히 살펴 보건데 이 사회가 무엇 하나 병들지 않는 것이 없다. 지금 와서 이 병을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를 망친 후에야 고치게 될 것이니 어찌 충신과 열사가 그저 팔짱만 끼고 옆에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어떻게 부패한 이 나라를 개혁하여 바로 잡을 것인가 밤낮으로 생각 끝에 <경세유표>를 집필하게 된 것이다.
다산이 정석바위에 앉아 미불처럼 도연명처럼 생각하고 명상하며 부귀와 영화에는 초연하면서 많은 작품을 구상하였을 정석바위야말로 다산과 함께 유서 깊은 유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재 다산초당 안내판에는 다산이 해배 무렵에 자신의 성인 丁자만 따서 새겼다는 내용은 너무도 실망스럽고 경망스럽다. 차라리 丁石 제찬시와 해석문을 안내판에 게시했으면 다산의 생각이 잘 전해지지 않겠는가?
요즘 우리나라 형편은 나라가 온통 비리투성이인 것 같다고 말한다. 국가청렴도는 39위로 OECD국가중 하위권에 속하고, 부산저축은행은 4,300억 중 3,000억이 행방묘연하고, 국토부 木金연찬향연, 통일부 장관이 귀순자 9명이 온것을 닷새 후에야 알고, 경기도 교육청 5초 엎드려 바쳐에 교사 징계, 관내 대학 교수들 봉급은 13만원... 무상.무상 대책없는 복지정책 선거공약... 가히 썩은 나라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걱정이다. 이런 때에 우리는 다산의 경세유표의 서문만이라도 상기하고 丁石에 대한 깊은 뜻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丁石의 의미는 정직(청렴), 근면, 검소, 친절의 정신이 내포되어 있다. 이것은 다산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정,근,검,친>은 강진 군민이 힘써야 할 정신이요 이는 또한 丁石의 정신이다. 요즘 강진이 ‘청렴교육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다산이 손수 써서 새긴 丁石을 강진군의 심볼로 브랜드화 하였으면 어떨까요
다산 초당 본체는 18제자를 가르쳤던 강학소였다. 애초에는 정석 제찬시에 죽각(竹閣)이라 표현하였듯이 초가였던 것을 1958년 유적보존회에서 지금 같은 기와집으로 복원되어 네티진들로부터 초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어 군에서는 원당으로 복원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 차라리 초의가 그렸던 다산초당도(1812년)를 광고판 그림으로 게시하여 옛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어떨까. 본체 현판 茶山竹當은 추가 김정희의 글씨를 집자 모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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