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류 국회의원, 한국 지방자치에서 당장 손을 떼라!
권 문 용
전 서울 강남구청장
1620년, 지금으로부터 391년 전 대서양 해상에서 영국에서 미국으로 향한 메이 플라워(may flower)호의 선장실에 45명의 승객이 모였다.
그들은 이렇게 미국에서 자치정부를 구성하자는 역사적인 서약을 한다.
첫째, 시민이 직접 지배하는 자치 정부를 만든다.
둘째, 다수결에 의해서 모든 정책을 결정한다.
셋째,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신앙의 자유를 갖는다.
이로부터 1776년까지 150여년 동안 미국은 지방자치 정부만으로 자유와 번영을 누렸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와 훈련을 쌓았다. 그 결과 미국이 독립할 때 왕정이 아닌 세계최초의 위대한 민주 공화국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도 세계를 리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는 우리 미래의 1류 민주주의를 향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이 없는 3,4류 중앙정치가 이 지방자치를 질식시키고 있다. 어떻게 숨막히게 하고 있는가.
첫째, 국회의원들이 지방정부에 대한 국정감사(國政監査)를 하고 있는 것이다.
OECD국가에서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필자도 경제기획원에서 20년간 수많은 국정감사를 받았다.
신문 스크랩 수준 이상으로 현안 문제를 미리 분석해온 의원을 본적이 없다.
10월 중 국정감사 기간에는 장관, 차관 뿐 만 아니라 사무관, 과장, 국장까지 모두 국회로 가서 사무실이 텅텅 빈다. 민원도 못 본다. 필자는 30년 공직 생활 중 의미 있는 감사였다고 느껴진 적이 한 건도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국정감사는 대규모 공무원 파업과 같은 피해를 국민에게 준다고 본다. 그 피해는 수십조원이라고 본다.
이것도 모자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정부도 감사한다고 나선다. 시군구의원은 뭐하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마치 분가(分家)한 형제중 형이 제수씨에게 가계부 가져와라 너는 왜 이렇게 잘 못 썼느냐고 감사하는 것과 똑같다. 법리를 따질 필요도 없이 부끄러운 행태다. 이런 민주주의 소양 수준의 정치꾼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시민의 힘으로 준엄히 심판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의 장과 의원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에 의한 개인추천과 같은 성격의 공천이다. 이것이 정치 부패의 원천이다. 왜 부패의 원천인가. 2005년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위원장 이강래)에서 지방의원에게까지 정당공천을 결의했다.
그 후 민선 4기 지방자치는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기초단체장 중 230명 중 무려 130명(49.1%)가 인사비리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정치 부패가 우리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정치가 아주 깨끗하지만 자원이 없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는 1인당 GOP가 6만불 수준인 반면 부패한 중동국가 들은 석유자원에도 불구하고 1인당 GNP가 5천불 수준으로 자스민 혁명이 일어났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정치 청렴도와 1인당 GDP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므로 KDI는 우리나라 청렴도가 지금의 5점 수준에서 OECD 평균인 7점 수준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만불에서 3만불로 올라간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내년 4월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정당공천제를 의원들의 찬성하는지 여부를 직접 꼭 물어보고 투표하여야 한다.
지금 현재 299명의 의원중 191명이 정당 공천제를 찬성하고 108명이 폐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번 어느 소장파 지역 국회의원 빙모상에 문상을 갔었는데 나이 드신 구의원이 문상객의 구두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3,4류 한국정치의 슬픈 자화상을 본 것이다.
소장파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만이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다.
셋째, 최근 공법학자 출신 양건 감사원장이 새로 임명되어 감사계획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방정부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 나라 민주주의의 싹을 엄청나게 질식시키는 행태라고 본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이던 필자는 2005년 6월 20일 감사원장을 상대로 감사원이 지방정부를 감사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다라고 헌법재판소에 소(訴)를 제기했다.
이것은 지방자치를 규정한 헌법 117조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즉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이 시민이 임명한 지방정부의 장을 감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그러한 기능은 지방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에서 중앙정부 감사원이 지방정부의 예산을 감사하는 사례는 없다.
북한은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으니까 예외다. 만약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면 전 세계 감사원장 회의에 감사원이 시, 군, 구를 애매한 기준, 예를 들면 선심성 행정 이라는 잣대로 전면적으로 감사한다는 안건을 올릴 것을 제안한다. 전 세계 감사원장들이 배꼽 잡고 웃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와 우리 자식이 잘사느냐 못사느냐가 결정될 지방자치제를 3,4류 정치꾼이나 권한 확장, 자리 확보 만을 생각하는 관료들에 의해 질식당하고 있다.
이것을 막아줄 분은 오직 내년 4월 총선에 표를 던질 시민여러분 뿐이다.
■ 약 력
·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 제4회 행정고시 합격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