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박양배시인

출향인이 마음으로 접한 고향 소식

박 양 배 (시인,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나서 자라는 곳이면서 오랫동안 조상들이 살다가 간 선산이 있는 고향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직장 등의 형편 때문에 고향을 떠나서 살게 된 출향인의 마음 속에는 항상 고향이 그려져 있고 잊을 수 없는 엄마의 품처럼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고향의 그리움이나 정다움을 느끼는 일은 힘들고, 타향에서 느끼는 향수는 하루 빨리 고향을 찾게 만든다.

내 고향 강진은 규모는 작아도 여무지는 곳으로 생각된다. 강진은 ‘평안한나루’라는 뜻을 지녔기에 평화와 온화함과 인정의 고장이라는 선입감을 느끼는 곳인데, 가끔 지구의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강한 지진을 줄여서 ‘강진’이 일어났다는 음이 전하는 뉴스를 접할 때면 싫어진 감정이 일기도 한다. 물론 한자의 훈을 해석하면 엄연히 다르지만 소리로 듣는 순간은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고향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을 느끼게 된 것은 여우가 죽을 때는 제가 살던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인 즉 ‘호사수구’라는 생각이 가슴을 파고든다. 향신은 지방신문이나 고향에서 발행한 주간지를 통해 듣고 있으며 그 보다도 TV 등에 고향소식이나 풍광이 소개 되면 거의 시청하지만 친구들이 전화를 걸어서 고향 강진소식을 방송하고 있다고 전해 줄 때면 너무도 고마웠다.

내 고향이 강진임을 긍지로 삼고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이미 77년 9월에 월간 교육 잡지에 시제 「횃불을 든 고장 강진의 찬가」를 노래했었다. 그 당시 군립 공공도서관이 건립되어 기록 영화로 전국적으로 널리 소개되었는데, 횃불을 들고 앞장서는 고향으로 각인 되었었다. 가난한 당시였지만 마음의 양식으로 군민들의 마음을 살 찌우기 위한 일이었기에 값있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를 받지 않았는가 싶다. 시의 내용은 도서관 건립의 자긍심을 비롯하여 금릉 팔경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자랑삼아 으뜸 고장으로 고향을 시로 노래한 것이었다.

그 뒤 30여년이 흘러 또 다시 전국의 관심을 이끄는 군 장학재단이 설립되어 학생들의 학구열을 높이고 경제적으로 학자금의 도움을 얻으며 고장 인구의 감소를 막는 한편 증가를 가져와 또 한 번 횃불을 높이 든 고장으로 부러움을 받게 되었다. 느닷없는 감사원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어 조사결과 일단락되었는가 싶었는데 또 다시 지난 4월은 G경찰청에 군 책임자가 출두하게 되자 지역민을 비롯한 향우들 수백 명이 경찰청 앞에 몰려와 ‘H군수 힘내라 G경찰청 각성하라’ 라는 든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집회를 질서 정연하게 열리는 것을 보고 기미년 독립선언서에 적힌 공약삼장이 생각되었다.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 하지 말라,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 가장 질서를 존중하여 주장과 태도로 하여금 광명정대하게 하라- 항의 집회는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흔히 잘못한 것을 규탄하거나 바르게 조사하여 벌을 주라고 궐기한 일은 있지만 잘한 것을 지켜달라며 외친 궐기는 흔하지 않고 악을 처벌해 주라는 시위는 많아도 선을 지켜달라며 잘못된 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제는 안 보인 검은 손과 마음이 컴컴한 밤중에 활동한 것이고 천부당 만부당한 일에 군민심이 들판에 불 지른 악인에 대한 분노와 저항심이 저절로 발로 된 것이 분명하다. 아마 당사자는 하늘에서 이미 죄를 받았으니 더 이상 잘못을 빌 곳이 없게 되었고 그 당사자는 방화자가 되어 화재 진압 장소에서 불구경하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군민들의 시위는 에드먼드버그가 말 했듯이 악한 자들이 결탁할 때 착한 자들은 뭉쳐야 한다는 것을 군민들이 실행에 옮긴 것이 분명한 일이다. 단합된 모습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마치 대궐 문주에 북 달아 원통한 일을 하소연할 때 치게 했던 신문고제도가 생각되었고 또한 원통한 일이 있는 사람이 왕에게 하소연하고자 거동한 길가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쳐 하문을 기다리는 격쟁제도를 연상케 했었다.

악은 욕망의 부족과 허약성에서 생긴다고 철학자들이 말했는데 나쁜 의도는 탄로나게 마련이어서 30년의 한 세대를 지나면 껍질이 벗겨지고 50년의 반세계가 되면 속 알갱이인 진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더 이상 정치논리로 시비를 일삼는 논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 고향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된 39회 강진청자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데, 올해도 변함없이 향우의 입장에서 개막식에 참석했고 다음날은 가족들을 위해 선매한 입장권으로 온 식구들이 여름휴가 나들이 삼아 미항 마랑향을 찾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이제 고향에는 먹고 보고 즐기는 일이 풍부하고 어울리는 축제로 자리매김되어 찾아 온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 군민 모두 한마음되어 최고의 축제로 평가 받도록 힘쓰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