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에 다산기념관이 새로 개관하였다. 기존의 다산유물전시관은 폐관하였고 10월 28일에는 법적으로도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언뜻 보면 당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큰 의미와 책임을 동반하고 있다.
그 의미를 살펴보기 앞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먼저 살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 하면 떠올리는 것이 ‘전시’이다. 실제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시는 유물만 있다고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시를 하기 위해 동반되는 과정들이 있다. 첫째는 자료의 수집·관리·보존으로 박물관으로서 최우선이 되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전시를 위해서는 자료가 필요하고, 설령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존상태가 좋지 않다면 공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문적·학술적인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여야 한다. 소장 자료가 아무리 많고 상태가 좋을지언정 자료의 가치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전시품으로 가치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흥미를 끌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박물관의 역할은 강연회·연구회·전시회·답사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박물관 자료에 관한 간행물 제작과 배포 등이 있으며, 타 박물관과 정보 교환과 학예사 간의 교류 등 유기적인 협력 등도 추진해야할 사업들이지만, 박물관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역할은 앞서 말한 두 가지이다. 이 두 가지 역할이 전제가 되어야만 의미 있고 내실 있는 전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산기념관으로 발령을 받고 온지 이제 5개월이 지나간다. 7월 26일 개관을 앞두고 7월 1일부터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첫 출근하고 소장유물 현황과 관리 실태를 확인하니 눈앞이 막막해졌다. 필자의 전공이 다산 선생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고고학이다 보니 더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정작 유물을 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지 않았었다. 이 문제는 신축 다산기념관을 건립하면서 해결되는 부분이었지만, 그 동안 유물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보존상태는 괜찮은지,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간 구입하고 기증받은 유물들이 기 공개된 유물들 몇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료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었다. 유물 수집은 구 유물전시관 시절부터 꾸준히 해왔지만, 유물의 해제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정작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이 어떤 의미와 무슨 내용인지 파악할 수 없는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각종 언론사에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곳이 공립박물관들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건립하였지만 박물관 미등록, 학예연구사가 같은 전문인력 미배치, 수장고 미비, 콘텐츠 부족 등으로 부실 운영을 하는 곳도 많은 실정이다. 일례로 인근의 한 지자체의 박물관은 올해 초 개관한지 22년 만에 박물관 등록이 취소되기도 하였다. 이는 현행법상 박물관 등록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해당 지자체의 박물관 운영 의지가 부족한 탓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 등록을 한다는 것은 박물관으로서 시설과 인력, 소장유물 등이 최소한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요건을 갖춘다는 것은 해당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이야기한 다산기념관 박물관 등록은 우리 강진군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다산기념관은 우선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무엇보다 내부 안정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유물의 체계적인 정리와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표준유물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유물관리 조례를 제정하여 체계적인 유물관리를 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지속적으로 유물을 수집하고, 그 동안 수집한 유물들의 가치를 규명해야 한다. 수장고에만 보관되고 아무런 가치를 밝혀내지 못하다면 그 유물은 죽은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이윤 창출의 개념으로 본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차피 박물관은 비영리기관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할 수도 없는 것이며 문화콘텐츠 확보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며 영구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활동이다. 결국 이러한 결과물은 특별전시와 도서자료 발간을 통해 군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다산기념관의 학예연구사로서 요즘 많은 책임감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예전보다 좋아진 시설에 감탄하는 분도 있지만, 전시물에 대한 비판을 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결국 현재 필자의 역량 부족이겠지만 앞서 지적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잡아가면서 다산기념관을 온전한 박물관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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