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유적지 순례 11
제7회 다산유물전을 관람하고
안경순 (전 초등학교 교장)
청자축제와 함께 다산유물전이 「다산과 추사의 만남」이란 주제로 강진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7.30~8.7).
다산과 추사. 당대 최고의 지성이요, 실학의 선구자요, 시.서.화의 최고봉이었던 두 거성이 이 고장 강진에서 만나다니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40여 점의 전시 작품은 그동안 우리가 초미의 관심과 호기심을 가졌던 진본 명품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예술의 전당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의 전문적 작품 해설을 들으면서 더욱 감동을 느끼게 하였는데, 다산선생의 간찰문과 시화 속에서 선생의 유려한 필체와 문장의 뛰어남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 모작품으로만 보아왔던 추사선생의 국보급 진품 시작들을 한꺼번에 많이 볼 수가 있어, 큰 기쁨이었다. 「보정산방」「노규 황량사」「죽로지실」「소창다명」등을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작품의 오묘한 예술적 표현과 작품 속에 담겨있는 연유를 알게 되었을 때 작품의 소중함과 진가를 더 느끼게 되었다. 추사가 다산선생을 보배롭고 존경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편액을 써준 「보정산방」은 귤동의 다산 제자 금계 윤종진에게 써 준 작품이며, 「노규 황량사」「죽로지실」 두 편액 작품은 추사가 다산의 제자 치원 황상에게 써준 작품으로써 추사연구 전문가 이충구 박사는 당일 학술강연회에서 「노규 황량사」작품은 국보로 지정되어도 손색없는 작품이라 품평하였다. 강진에서는 집집마다 이 편액을 걸어도 좋을 작품이며 전국적으로 상품화시켜도 좋을 것이라 하였다. 게다가 우리가 평소 많이 듣고 관심을 가졌던 다산과 관련된 인물들의 간찰과 대표적 작품도 많았다. 헤장선사, 석파 이하응, 우선 이상적, 이재 권돈인, 위당 신헌, 이청(이학래) 그리고 추사의 아들과 형제들 제자들의 작품들이 모두 빛나고 있었다. 추사와 강진의 인연은 참으로 깊고도 운명적이다.
추사는 누구인가. 그의 고조부가 영조시대 영의정이었고 증조부가 영조대왕의 부마 월성위이다(화순옹주) 조부 김이주는 형조판서였고 생부 김노경은 이조판서를 역임하고 고금도에서 3년 유배생활을 하였다(1830년~1833년).
추사는 청나라 연경을 수차에 오가며 그곳의 최고 학자인 옹방강, 완원, 섭지선 등과 부모형제같은 교분을 쌓으면서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을 가장 먼저 입수하고 금석고증학과 서예에는 그곳에서도 최고로 인정을 받는 조선의 최고의 가문과 학문으로 문인화의 대가이며 금석고증학의 제일인자로 실사구시의 실학자로서 “세상에서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할 만큼 거대한 학자요 예술의 대가였다. 그러한 최고의 명문가요 자존심도 많아 때로는 거만한 것 같은 그가 무안에서 부모도 잃고 오갈 데 없어 절을 찾아 몸을 의탁한 빈민 출신의 초의 스님과 가장 절친하였고 다시 초의 스님의 소개로 진도의 시골청년 소치를 자기집 사랑방에 묵게 하고 지도하여 조선의 제일 화가로 키웠다. 대구 항촌 시골에 묻혀 사는 치원 황상을 만나려고 제주에서 해배되어 상경길에 일속산방을 찾아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상경하여 또 만나러 마재에 갔으나 치원은 하향하고 없어 만나지 못하면서 기러기와 제비의 신세라 한탄하고 돌아올 만큼 치원을 생각하였다. 나중에 서로 가깝에 교류하면서 황상의 「치원유고」에 추사의 형제가 서문까지 써주며 중앙시단에 소개하고 유명인사들과 교류시키면서 명실공히 유명 시인이요 문장가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아! 다산이여, 추사여, 당신들로 하여 초의선사(대둔사 13대 종사)가 알려졌고 소치가 탄생되고, 치원이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진도문화며, 해남의 문화며, 강진의 문화가 다산과 추사의 음덕이라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강진은 다산은 말할 것도 없고 추사와도 많은 인연이 있는 고장입니다. 그의 부친 김노경께서는 고금도에 3년 유배하였으니 자식들로서 어찌 이곳을 찾지 않았을 것이며 다산과 치원의 보살핌도 컸으리라 생각된다. 추사가 제주도 유배를 갈 때에는 강진을 거쳐 후풍을 기다릴 때 백련사를 들리고 다산초당을 넘어 귤동의 다산 제자 감천 윤종심과 금계 윤종진 등을 만나고 남당포 점사에 머물다 떠났다고 한다. 올때에도 해남 일지암에 들리고 강진에 와서 일속산방을 들렸으나 치원을 만나지 못하고 상경하였다.(양광식 선생 강연집 2011.7.30)
제주 유배시에는 초의와 소치는 수차에 걸쳐 제주를 내왕하며 9년의 유배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위로와 힘이 되었다.
그의 제자 이상적은 스승을 위해 청나라에 역관으로 드나들면서 수 많은 새로운 저서들을 구입하여 이곳 강진을 경유하여 전달되었으며 저 유명한 「세한도」작품도 강진을 경유 청나라에 오고 가면서 불멸의 명작이 탄생된 것이다.
우리는 다산과 추사의 대인관계를 보면서 그분들의 생각과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알 것 같다.
나는 7월30일 강진청자축제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참으로 가슴벅찬 감동을 느꼈다.
서막에 금년 영랑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성부 시인의 자작시 「청자」에 대한 시 낭송으로 우리 민족의 대표적 문화제인 청자에 대한 우월성을 높이 찬양해 주었으며 우리나라 축제 중 오직 둘 뿐인 「대표축제」로 우리 「강진 청자문화 축제」가 선정되었다는 김황식 총리의 축하 영상메세지는 한결 우리의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다. 이어서 내빈소개순서였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 옛 원로정치인 정대철, 권노갑, 유인학, 유선호 국회의원 박준영 도지사와 우리 군의 홍보대사 연예인들, 그리고 20만 향우들을 대표하는 대표단들이 소개되고 20여개 국에 가까운 외국 축하 방문사절단들이 소개되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 강진, 다산과 추사의 문화가 있고 세계적 고려청자문화가 있고, 영랑의 문화가 서로 어울리며 우리의 마음과 생활을 드높이고 있으니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기반(경제)이 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강진의 문화는 세계 속에 있다는 자부심이 솟구친다.
정정 : 지난 번 10회 글 중 「백학루」건립은 옹산이 아니고 그분의 손자 방산 윤정기가 건립했습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