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강진 문화재의 추억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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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전 언론인)
'김비장네' 건물들 중, 그 보다 10여 년 앞서, 역시 '도로 신설'을 이유로 철거당한 전 김형식 선생(현 캐나다 거주 현승씨 선친)의 고택은 그 가치를 높이 산 어느 재력가가 자기 고향(경기 양주)에 이를 모방한 똑같은 건물을 지어 오늘 날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또 김현장 선생의 고택은 김정옥 전 문예진흥원장이 이 건물을 너무도 사랑했던 나머지 남양주에 '얼굴박물관'을 열면서 내실로 쓰기 위해(사랑채는 재정이 부족해서 포기) 백여 년 묵은 강진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해서 안채만 옮겨 놓았다는 말을 듣고 강진태생인 필자는 너무도 창피함을 느꼈다.
이렇게 이 건물들의 문화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분들은 남의 동네에 있는 건물조차 옮겨 가거나 그대로 모방한 한옥을 짓는 판에 강진군 담당자들은 어쩌자고 관내의 이 훌륭한 문화재들을 보존하지 못하고 '철거'라는 이름의 사형집행이나 다름없는 무지막지한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단 말인가!
필자는 몇 해 전,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와 경주 양동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그곳이 그렇게 유명한 이유는 '김비장네' 건축물 같이 최고 수준의 한옥(경산서당 등)들이 여기 저기 많이 널려 있는데다 그 규모가 약간 더 크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재의 가치는 그 수가 많다거나 규모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당시 강진군 문화재 담당 공무원들이 강진 유지들의 높은 문화재 보존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로테이션(너무 잦은 순환근무) 인사제도와 당시의 문화재에 무지한 지자체장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젊은이가 어느 관청의 직원으로 한 번 채용되면 대부분이 한 부서에서 은퇴할 때까지 수십 년씩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근무하기에 그 분야에서는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권위자로 성장한다. 그러니 지자체장도 그 부문에만은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 부하직원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직원을 1~2년 마다 다른 부서로 순환근무시킴으로써 어느 부서에도 전문가가 자라날 기회가 없으니 해마다 각 부서에서 매년 재발하는 똑같은 실수가 계속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거기에다 대부분의 역대 지자체 장들이 그래 왔듯이 문화재에 너무 무지했거나 문화재의 가치는 알지만 그 보다 본인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에 눈이 어둡다면 군민들이 아무리 소리쳐도 문화재 보존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할 얘기는 '영랑생가‘의 경우, 영랑선생 살아 계실 때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책무인데도 자기들의 욕심대로 사랑채 기와집을 초가로 바꾸고 더구나 안채와 사랑채의 문간채를 철거해 버리는 등 유가족 입장에서는 ’문화 담당 직원들‘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중 유가족의 항의로 안채의 문간채만 복원되었을 뿐 아직 사랑채의 문간채 복원은 요원한 실정이다. 국민의 혈세가 몇몇 공무원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이렇게 낭비되다니...
필자가 국내법에 무지해서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해당 지자체장 및 관련 공무원들은 ‘문화재 손괴죄’로 감옥 생활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고장의 문화적 품격을 보호하고 높여야 할 공무원들이 거꾸로 품격을 몹시 떨어트렸다면 당연한 죗값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낭비되다니...
60년 전 옛날, 그 아름답던 고택을 드나들던 어린소년이 70대 노인이 되어 이제는 옛 자취조차 찾을 길 없는 그 자리에 서서 아래와 같은 허황된 꿈을 꾸고 있었다.
-- 우리 강진군민의 강렬한 문화재 보존 의지와 함께, 문화재에 일가견이 있는 지자체장이, 강진읍 서문안의 '김비장네집' 두 건물을 중심으로 옛 서문안 마을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해 '서문안 현구생가'와 '탑골 영랑생가'에 이르는 문화재 밸트(Belt)를 형성해서 길가에 화려한 꽃밭을 가꾸고 호남에서도 드문, 자동차가 안 다니는 훌륭한 관광명소를 만드니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꽃향기에 취해 떠날 줄을 모르는 그림 같은 꿈을 -- (끝, kajh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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