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맹 사상과 노장 사상
장자를 읽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장자라는 인물은 어느 때 사람이고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았을까? 이렇게 생각하기에 앞서 그의 선배격인 공자와 노자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공자의 이름은 구(丘)이고 노자의 이름은 이(耳) 이다. 옛날에는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 사람의 생김새나 그가 태어난 고향의 산세를 봐서 지은 경우가 많았다. 공자가 태어났을 때 머리 생김새가 울퉁불퉁하여 마치 산의 언덕과 비슷하다하여 언덕구자를 써서 공구라 했다고 한다. 혹은 니산(尼山)의 산신령에게 기도를 올려 태어났다고 해서 구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노자는 태어났을 때 귀가 매우 특이해서 귀 이(이(耳)자를 붙여 이(耳) 라고 불렀다고 한다. 원래 자(字) 라는 글자는 이름과 연관이 있어 쓰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이름이 구였던 공자는 자를 중니(仲尼)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자가 태어난 근처에 니(尼)산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이름이 이 였던 노자는 자를 담(聃)이라고 불렀다. 담이라는 글자는 귓바퀴가 없다는 뜻으로 귓가 축 늘어져 윤곽이 뚜렷하지 않는 귀를 말한다.
사기 등에는 노자의 자를 백양(白陽))이라고 적고 있다. 공자가 서른 너덧 살 때 쯤 주나라 수도인 낙양에서 유학 하면서 노자에게 예(禮)를 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노자는 공자의 선배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즈음 노자는 공자를 어린애 보듯이 했다고 한다.
그대의 잘난 척하는 태도와 욕심, 속된 모습, 지나친 생각을 버리게. 이런 것들은 그대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걸세.(노자 한비열자) 이런 식으로 질타하는 것을 볼 때, 나이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는 선배 인듯하다.
또 사기의 열전 뒷부분에 노자의 자손에 관한 기록이 적혀있다.
노자의 아들의 이름은 종(宗)이며 위나라 장군이 되었으며 5대 손, 가(假)는 한나라 효문제 밑에서 벼슬 했다는 기록이 있다.
만년에는 서쪽지방 즉 함곡관(函谷關)으로 가서 그곳 관지기의 요청으로 5천여자의 글을 써 주고는 거기서 다시 서쪽으로 갔으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기록이 있다. 어떤 책에는 서역; 천측(인도)로 갔다는 기록도 있다. 다시 말하면 연기처럼 사라져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노자는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다음은 장자의 시대적 상황을 얘기해 보기로 하겠다.
사기에 의하면 장자는 양나라의 혜왕과 제나라의 선왕과 같은 시대 사람이라고 적고 있다. 장자의 연대를 살펴보면 대체로 장자는 공자의 학문을 이어 받았다고 하는 맹자와 거의 비슷한 시기의 사람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성선설을 부르짖고 왕도정치를 주장하여 공자의 학문과 사상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따라서 맹자를 유교에서는 공자와 함께 공맹이라고 부르며 높이 받들고 있다.
그런 맹자가 장자와 동시대 사람이라는 데에서 장자의 연대를 어림잡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좀 이상한 점은 장자에는 맹자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맹자 역시 장자의 이름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자의 학설을 이어받은 사람 중에서 가장 말을 잘 하는 이가 맹자다. 맹자 스스로도 내가 어찌 변론을 좋아한단 말인가? 라고 말했지만 언변으로 치면 맹자만한 인물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 노자의 학통을 가장 많이 받는 안물 중에서 말솜씨가 뛰어났던 사람 역시 장자이다. 장자는 우언(寓言). 중언(重言), 치언(卮言)이라고 해서 때로는 마구 지껄이는 말로 말을 쏘아대기도 한다. 그렇다면 맹자의 책에 장자가 한번도 나오지 않고 장자의 책에 맹자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이상 하지 않는가? 태어난 나라가 그렇게 먼 나라도 아닌데 설령 시대가 다소 어긋났다 할지라도 두 사상가가 전혀 말이 없었다는 것은 역시 의아해 하지,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두 사상가의 태어난 곳을 살펴 보기로하겠다.
장자는 몽(蒙) 사람이고 맹자는 추현(鄒縣) 사람이다. 몽은 오늘날 하남성 귀덕현이고 추현은 산동성 연주시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장자가 받들고 있는 노자는 초나라 고현 사람인데, 이곳은 오늘날의 하남성 귀덕현이다.
한편 맹자가 숭상하는 공자는 곡부 사람으로 곡부 또한 오늘날 산동성 연주시이다. 그리고 공자와 맹자의 고향인 곡부와 추현은 불과 20내지 25키로 정도 밖에 떨어있지 않고 노자와 장자의 고향 역시 80키로 되는 거리에 있다.
유교의 시조인 공자와 맹자가 가까운 산동성 안에서 태어났고 도교의 창시자인 노자와 장자 역시 하남성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공맹의 가르침은 현실 생활을 벗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생활, 윤리, 도덕적인 가르침이고 노장은 자유분방하고 이상적이며 때로는 초월적이고 허무적인 사상도 포함되어 있다.
사상사를 논하는 학자들 중에는 공맹을 북방 사람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지방 사람들은 원래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라서 여기서 태어난 공맹의 가르침 역시 자연의 현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쪽 지방에서 태어난 노장은 일상적인 남방 사람들의 기질에 영양을 받아 자연 주의적, 무위의 삶을 강조 했던 것이 아닌가 추축한다.
이와 같은 점으로 보아 공맹과 노장은 정 반대의 사상에 접해 있지만 동양철학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 아세아 사람들의 삶속에 공맹과 노장의 사상이 녹아들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까지도 그들의 사상은 면면히 내려와 동서의 이데올로기로 융합 하면서 머지않아 새로운 논쟁의 틀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문명의 역사가 탄생될 런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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