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
도(道)만이 참다운 스승이다.
자연의 이치와 사람을 지배하는 법칙을 깨닫는 것이 앎의 최종 목표다. 하늘의 일을 아는 사람은 자연과 함께 일체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살아 갈 수 있고, 사람의 하는 일을 잘 아는 사람은 무슨 일에도 무리하지 않고 형편에 맞추어 잘 살아 갈 수 있다.
이리하여 하늘이 준 생명을 다 받아서 천수(天壽)를 누리는 사람을 지자(知者)라 한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러서도 앎에는 여전히 근심이 남는다.
지적인 인식은 대상에 대해서 알고자 함인데, 대상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 하므로 명확한 인식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람과 하늘의 대립마저도 명확하지 못한다.
진인은 이런 약점을 갖지 않는다. 진지(眞知) 즉 진실로 아는 것을 인격화 하는 것이 진인(眞人)이다.
태고의 진인은 역경을 거역하지 않고 달성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연에 내 맡겨 인위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았다. 실패해도 속을 썩이지 않고, 성공해도 자랑 하지 않았다.
진인은 높은 곳에 올라가도 겁내지 않았으며, 물속에 들어가도 옷이 물에 젖지 않고, 불속에 들어가도 뜨거워하지 않았다.
도와의 일체화가 진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의 진인은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고 잠에서 깨어나도 근심이 없다. 음식을 먹어도 맛에 이끌리지 않고, 발뒤꿈치로 천천히 깊은 숨을 쉬었다. 그러나 범인들은 목구멍으로 바뿐 숨을 헐떡거리고 말은 패배자의 울부짖음 같다. 지나친 욕심이 타고난 생명의 힘을 고갈 시키고 있는 것이다.
진인은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을 기피하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났음을 기뻐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고 슬퍼하지 않았다. 무심히 왔다가 무심히 갈 뿐이다. 자신을 자연현상의 하나로 보고, 죽음에 개의치 않는다. 주어진 삶을 즐기다가, 죽을 때가 되면 일체를 망각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마음으로 도리에 벗어난 일이 없고 인위로 자연의 도를 돕지 않았다. 진인이란 바로 이 같은 존재이다.
진인의 마음은 무심하고 용모는 한적하며 이마는 넓고 편편하다. 추상처럼 엄한가 하면, 봄날처럼 온화하여 감정의 움직임은 계절이 바뀌듯이 자연스럽고, 정신은 바깥 사물과 조화를 이루어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그러므로 성인은 무력을 사용하여 한 나라를 멸망 시켜도 인심을 잃지 않으며, 혜택을 만세에 걸쳐 베풀지만 어느 한 사람만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연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물에 통달 하고자 하는 사람은 성인이 아니고, 의식적으로 사람들과 친하려는 사람은 인자한 사람이 아니며. 언제나 변화하는 자연을 따지려 하는 사람은 현자가 아니다. 이익과 손해에 깨닫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다. 명예를 느라고 본성을 잃어버리면 남을 다스리지 못한다.
호불해, 무광, 백이와 숙제, 기자, 서여, 기타, 신도적 같은 사람들은 자기의 신념을 관철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남의 의사에 영합하고 세상 형편에 이끌려 자기의 본성을 포기한 사람이다.
옛날의 진인은 그 모습이 지극히 높아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았고, 어딘가 모자라는 듯해도 덧붙일 것이 없고, 유연하고 고고한 듯해도 고집하지 않고, 그 마음이 넓어 비어 있는 듯해도 가볍지 않았다. 즐겁다 해서 그것이 진인의 기쁨이라고 말 할 수 없고, 세상일에 재촉 하는 것 같지만 자연의 도리에 따르는 것일 뿐 이다. 안락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도 본성을 잃은 일이 없고, 사색에 잠겨 침묵하는 것은 무아의 경지에서 노닐기 때문이다.
진인은 형벌을 자기의 몸처럼 생각하고, 예의를 날개처럼 여기며 지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것으로, 덕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으로 알았다.
형벌을 자기 몸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남을 죽임에 있어 관용을 베풀 수 있고, 예의를 날개처럼 여기기 때문에 자유로이 세속적인 규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식이 시대의 흐름에 따른다는 것은 필연적인 움직임에 순응한다는 것이고, 덕이 자연의 섭리에 따른다는 것은 남과 함께 도달 할 수 있음을 말 한다.
진인은 이와 같이 자연 그대로의 존재다,
남이 보기에는 그것이 노력의 결과에 도달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진인은 자연 그대로를 따르기 때문에 차별이 없으며, 모든 것을 동일하게 본다.
모든 것은 동일하게 보는 것은 하늘의 도리를 따름이요, 동일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사람의 작위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도리를 따르든, 또 사람의 도리를 따르든, 진인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할 뿐이다,.
하늘의 도리와 사람의 작위가 대립함이 없는 사람을 진인이라 한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이 정해준(운명) 이치이고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은 대자연의 이치인데, 이것은 인간의 지혜로서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하늘을 어버이로 존경한다. 그러니 하늘이 만든 사람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도 높게 보고 목숨까지 받치는데, 하물며 만물을 만든 주인에게 자기의 목숨을 바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연못의 물이 말라붙으면. 물고기가 연못 바닥의 진흙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말라붙은 연못에서 물고기는 살기위해서 진흙위에 몸을 모으고 서로의 입으로 물을 뿜고 거품으로 적셔주어 목숨을 지탱한다. 이렇게 서로 살기 위해 돕고 사는 것 보다 넓은 강이나 호수 속을 헤엄쳐 다니며 서로를 잊고 사는 것이 훨씬 자유로운 것이다, 인간의 형체를 하고 태어나 고생하며 살 다가 늙어서는 마음을 편안히 하고, 죽어서 영원히 휴식하는 것이 인간의 한평생이니 삶을 긍정한다면, 죽음도 긍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삶에 집착한 나머지 자기의 삶을 유지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것은 배를 깊은 산골짜기에 감추고, 산을 못 속에 숨겨두고는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어부와 같다. 아무리 교묘하게 감춰 두었다 할지라도 더 큰 힘을 가진 자가 어둠을 틈타 흠처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은 것을 큰 것 속에 감춰 두었다 해서 안전 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천하를 천하 속에 감춰 둔다면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사물의 참된 모습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기뻐한다.
그러나 사람의 모습이란 언제나 무궁무진하게 변화한다. 순간순간 살아가는 즐거움을 어찌 가질 수 없겠는가? 옛날 성군, 요임금을 칭송하는 일이나 폭군, 걸 임금을 비난하는 것 자체도 도의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일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입장을 버리고 도와 함께 사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자신을 자연에 맡기며 살아간다.
남이 보기에는 그것이 노력의 결과로 목표에 도달 한 것처럼 보이지만 성인은 자연 그대로를 따르기 때문에 차별이 필요 없으며 모든 것을 같은 것으로 본다. 모든 것을 같음으로 보는 것은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것이요, 동일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사람의 작위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도리를 따르든, 사람의 작위를 따르든, 진인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 한 것이다. 하늘의 도리와 사람의 작위가 대립하는 일이 없는 사람을 진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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