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사람 ․ 강진과 특별한 인연들을 모은 ‘정석회’ 탄생 주역
강진군과 중앙정부 교류 활성 디딤돌을 놓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감사원 감사위원 지낸
배국환 정석회장
정석회(丁石會)는 다산 선생이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할 때 다산초당 서편 뒤쪽 바위에 ‘丁石’이란 글씨를 새겼다. 바로 그 다산정신을 이어받아 다산을 닮아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 정석회다. 서울특별시 및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재경 강진 출신 공무원과 이에 상응하는 국영기업체 임직원으로서 강진출신이거나 강진과 특별한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이 모임을 탄생시킨 주역이자 지금까지 회장직을 지키며 200여 명의 조직관리를 하고 있는 배국환 회장을 서울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질문 : 고향분들이 어느 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정석회를 통해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입니다.
-- 인구단위당 강진출신 공무원이 가장 많습니다. 회원 수만도 200여 명 되니까요. 정석회는 한 마디로 강진출신 공무원의 네트워크입니다. 그동안 객지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면서도 네트워크가 없다보니 고향을 위해 일하기가 어려웠었지요. 그런데 정석회를 조직하고 나니까 호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김창식 전 교통부 장관님은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데, 당신께서는 그 당시 생각지도 못했다며 회의 때마다 반드시 참석을 해주십니다. 정석회가 생기고부터는 강진군청 간부들과 교류가 이뤄지면서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정석회에는 단순히 재경 강진출신 공무원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정기총회에 주요 인사로 박재승 변호사, 최현만 미래에셋 수석부회장, 김정열 재경강진군향우회장 등이 참석했고, 김천식 통일부차관도 참석해 모임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질문 : 대학 재학 중에 행정고시에 패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네. 어려서 목포로 간 저는 목포북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청운중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경복고등학교 50회 졸업생인데, 서울대에 1차 실패를 한 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후기에 합격해서 재수하지 않고 성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실망감으로 대학 1~2학년 때에는 방황을 일삼았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3학년 초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3학년 때 1차에 합격했으나 2차 시험은 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방황하느라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한 탓이지요. 그래서 4학년이 되어서야 2차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 : 공직생활을 기획예산처에서만 해 온 특별한 이유라도?
-- 고시 합격의 성적순으로 발령이 났었는데, 당시 상공부가 굉장히 인기가 높아 성적이 좋은 저는 상공부를 지원했고 5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재무부와 5급 사무관 인사교류가 있었는데, 결국 그 인연으로 경제기획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가서 보니까 괜찮아서 눌러 앉게 되었습니다.
질문 : 그곳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였습니까?
-- 주로 예산실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경제기획원이 93년도에 재정경제원으로 바뀌었는데, 거기서 과장이 되었습니다. 나중 MB 정부 때 기획예산처가 재경부와 합쳐져서 기획재정부로 바뀌었는데, 2008년부터 초대 차관을 지냈습니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 79년 5월 행정고등고시 22회 출신으로 87년 경제기획원예산실 총괄계장, 94년 대통령비서실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과장, 98년 기획예산위원회 정부개혁실 개혁기획팀장, 2000년 1월 기획예산처 예산실 건설교통예산과장, 2000년 9월 기획예산처 예산실 예산제도과장(부이사관), 2002년 기획예산처 예산실 예산총괄과장, 2003년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재정세제팀장(국장), 2004년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국장(이사관), 2005년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2006년 기획예산처 공공혁신본부장(고위공무원단), 2007년 2월 기획예산처 정책홍보관리과장(고위공무원단), 2007년 8월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고위공무원단), 2008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그가 걸어온 길이다.
질문 : 감사원 감사위원은 그 후 되신 겁니까?
-- 제2차관을 지내다가 대통령 임명에 의해서 감사위원(차관급)으로 3년간 일했습니다.
2012년 2월에 그만두었는데, 임기가 4년이지만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1년 앞당겨 용퇴를 하고 지금은 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2월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질문 : 우리나라 국가재정제도 선진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 아무래도 예산실에서 잔뼈가 굵다보니 재정관료로서 정통코스인 예산총괄계장, 총괄과장을 거쳐 재정기획관, 재정전략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칠 수 있었습니다.
질문 : 주요 업적으로는 뭡니까?
-- 시대에 맞지 않은 예산회계법을 50년만에 대대적으로 바꾸어서 ‘국가재정법’이라고 하는 21세기형 재정제도의 틀을 마련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5년 단위 중기재정계획수립, 탑다운 예산편성제도의 도입, 임대형 민자사업제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성과중심재정운영, 예산낭비대응 시스템 구축, 국가채무관리의 제도적 장치마련 등 혁신적인 재정제도 도입의 주역으로서 그 역할을 해온 것이 평생 잊지 못할 일입니다.
질문 : 저서가 몇 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책입니까?
-- 저서로는 ‘생동하는 SOC' (1996, 사법행정문화원), 대표집필로는 ’한국의 재정 2001’(2001, 매일경제신문사), ‘한국의 재정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007, 기획예산처)이 있습니다. 책 말미에 이렇게 썼습니다. 비로소 우리 재정시스템이 반석 위에 섰습니다. 후배들에게 지적 재산을 안겨주었습니다. 숙제도 남겨 주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안도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혁신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라는 멘트였습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묻자 몇 마디 하다가 뚝 그치고 만다. 워낙 전문용어이다 보니 필자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데서 그런 것 같았다.)
질문 : 지방재정제도의 획기적 혁신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 중앙재정 뿐 아니라 지방재정 분야에서도 제 업적이 획기적이었다 하고 평가하는데, 그것은 지난 2004년 부처간 국장급 교류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국장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몇 십년 묵은 지방재정제도를 단 1년 4개월만에 개혁함으로써 당시 행자부 직원들로부터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방재정평가제도의 도입, 지방재정 공시제도의 도입, 분권교부세의 신설, 지방계약 및 물품관리제도의 개선 등 혁신방안을 마련하여 10개 법률을 제정, 공포한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로 인해 저는 2005년에 타부처인 행자부에서 홍조근정훈장을 받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 고시출신 젊은이가 관료사회에 들어오면 너나없이 정부미가 되어버린다, 란 말로 과거 언론에 대서특필이 된 적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십시오.
-- 지방재정국장 시절에 혁신이 부족한 공직사회를 강하게 질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옳은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무원치고 누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고시출신 젊은이가 관료사회에 들어오면 너나없이 정부미가 되어버리는데도 관료들은 자기들이 일반미 보다 우수한 것으로 착각한다, 고 간부연찬회에서 공무원 조직을 단도직입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말은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됨으로써 공무원들의 혁신 마인드를 자극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질문 : 우리나라 공기업 선진화의 주역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하였습니까?
-- 공기업의 평가제도가 도입된 1984년 공기업 업무를 처음 담당했었어요.그 때 경험이 밑거름 되어 훗날 공공혁신부장이 되어서는 우리나라 공공기관제도를 선진화하는 공공기관운영법 재정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지요.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혁신, 감독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오늘 날의 공공기관제도의 법적 틀을 만든 것입니다. 이후 차관시절에 5차례에 걸친 공공기관선진화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통해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공기업을 환골탈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질문 : 올해 제주대학에서 명예행정학박사를 받았는데 제주도와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었습니까?
-- 남다른 인연이 있습니다. 제주도 발전과 보존에 일찍이 관심을 갖고 제주도와 제주대학교에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교류를 활발히 함으로써 2009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명예도민증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무관 시절부터 예산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제주도 관련 사업을 지원했는데,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지난 2002 월드컵 때 서귀포를 관통하는 국도확장 사업의 추가 연장하는 제주도의 민원을 해결했고, 제주대학병원 건립시 개원을 위한 장비예산을 획기적으로 지원(100억)함으로써 개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주도 영어마을 조성, 제주공항확장 당시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한 바 있습니다. 수차례 제주발전을 위한 강의를 통해 보존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질문 : 강진과 관련된 사업 지원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이 대목에서 그는 말을 멈추고 난감해 하면서) 예산을 자기 것이나 되는 양 고향에 주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산 문제만큼은 답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굳이 말한다면 DJ 정부시절 목포에서 강진을 경유해 여수로 가는 2번 국도를 확장할 때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목포-광양간 국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제가 강진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는 알만한 사람이면 알만큼 해왔습니다.
질문 : 평소 좌우명은 무엇이고 취미는 무엇입니까?
-- 기소불욕 물시여인(己所不欲 勿施旅人)이란 말인데, 내가 싫으면 남도 싫으니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로써 이렇게 살아갔을 때 사회가 편안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평소 논어읽기를 좋아해 논어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기획재정부 재직 때나 감사원 감사위원 근무할 때도 논어학습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는 물론 널리 알려야한다는 생각에 문화재에 관심이 많고 국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게 취미라면 취미입니다.
배국환 정석회장은 업무적으로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있으면서 자기 계발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려 왔다. 대학 졸업 후 1985년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선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편, 청렴한 성품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매끄럽게 일을 처리해 여러 분야에 지인들이 많고, 다양한 모임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국장급 교류공무원 모임의 회장, 경복고 공직자 모임의 회장직이 그것이다. 대담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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