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홀대인가? 편함의 추구인가?
윤달맞아 사라지는 ‘묘’
하루 평균 100기 봉분 소멸, 시대적 변화 물결, 국토 확장 긍정적
‘조상숭배 붕괴 조짐’ 유교사상 뿌리째 흔들려
음력에서 4년에 한 번 있는 윤달은 평년의 12개월에 1개월이 더 보태어지고 있는데, 윤달이 오면 손을 타지 않는다고 해서 이장(移葬)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장보다도 아예 봉분을 없애버리거나 현장에서 화장(火葬)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하루 100기 정도의 봉분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윤달에 한해서이지만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면적이 상상도 못할 만큼 크다.
매일 봉분을 제거하거나 이장을 해온 군동의 배 모(62)씨는 “고금도가 고향이지만 선대의 묘가 군동 선산에 있어 시제를 모시기 위해 이사를 온 사람이다”라고 밝히면서 “석재상 일을 하고 있는데 하루에 평균 10기씩은 제거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비석까지 제거해 버린 사람도 있는데, 강진의 여러 석재상들도 똑 같은 일을 한다고 볼 때 하루 100기씩은 제거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도 10기를 제거했다”며 “부모의 묘까지 없애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벌초가 귀찮고 그 일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기가 싫어서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함께 일하는 문모(52)씨도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고자 봉분제거를 하는 것 같다”며 “대부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진에 살고 있으면서 선대의 봉분을 포클레인으로 제거한 송모(52)씨는 “종손도 아닌 데 지금까지 벌초를 해왔다”며 “후손들 중에서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일도 없는 데 언제까지 하기 싫고 어려운 벌초를 하겠느냐”며 최근 5기 정도의 봉분을 제거했다. 찻길에서 불과 2m도 안되는 지점이었다.
석재일을 하는 홍모(59)씨는 “대밭 가운데에 있는 봉분을 없애면서 부친과 조모의 묘까지 깡그리 제거해 버린 것을 보았다”며 “그는 다시는 고향을 찾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종손인 배모씨는 “이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괜히 콧등이 아릿해 오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4년 전에도 이 같은 현상이 많았다고 말했는데,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을 사서 아무데서나 도치램프로 화장시키는 일도 한두 건이 아니어서 너무나 편리하게 조상의 흔적을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문하기도 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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