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명성이란 수갑과 쇠사슬에 불과하다.
노나라에서 형벌을 받아 절름발이가 된 숙산무지란 올자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발뒤꿈치를 끌고 공자를 찾아갔다.
공자가 말했다. “자넨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아 올자가 되는 화를 당했네. 이제 나한테 와서 배운다고 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나”
무지가 말했다.
“제가 비록 세상일을 제대로 알지 못해 처신을 가볍게 하여 벌을 받았지만 내가 찾아온 것은 발보다 중요한 것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전 이것을 제대로 간직 하고 싶습니다.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땅은 모든 것을 싣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하늘처럼 땅처럼 생각 했는데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내 생각이 옹졸했네. 안으로 들어오게. 내가 아는 바를, 모두 말해 주겠네. 그러나 무지는 뒷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열심히 배우거라. 무지는 절름발이가 되어도 열심히 배우기 위해 자기의 잘못을 돌이켜 갚으려 하는데. 온전한 몸을 가진 너희들은 더욱 학문에 힘쓰라.”
무지가 돌아가서 노자에게 말했다.
“공자는 지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자는 자기 이름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고 합니다. 그걸 보면 그 사람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지인에게는 명성이란 족쇄와 수갑에 불과합니다.”
노담이 말했다. “그렇다면 생사를 하나로 알고, 옳고 그른 것을 똑같이 여긴,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무지는 정나미 떨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공자는 하늘이 내린 형벌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하늘이 이미 형벌을 내리고 있는데 제가 어찌 그의 족쇄를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에 애태타라는 추남이 살았소. 그런데 사람들은 애태타와 함께 있게 되면, 그의 곁을 떠날 생각을 아니하고, 또 여자들은 부모에게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느니 차라리 애태타의 첩으로 살게 해 달라고 조른다오. 그런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있는데, 지금도 날마다 늘어나고 있답니다. 그런데 애태타는 일부러 나서서 남을 위해 도아 달라고 주장 하지도 않고, 언제나 다른 사람 하는대로 따라갈 뿐이오. 임금님의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준 일도 없고, 곡식을 쌓아놓고 남의 배를 채워 준 일도 없소. 게다가 너무나도 추하게 생겨 세상 사람들이 놀랄 정도입니다. 그래도 남녀를 불문하고 모여든 것을 보면 애태타는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 애태타를 불러 보았소?” “과연 소문대로 추합디다, 과인과 함께 지낸지 몇 달이 안 되어 그의 인품에 호감을 갖게 되었고, 일 년이 못되어 신뢰하게 되었소. 나라에 재상 될만한 사람이 없어 과인은 그에게 재상을 맡기려 했더니 몹시 불쾌한 표정이었소. 나도 좀 불쾌했지만 그래도 나라 살림을 맡기게 되었소. 그랬더니 금방 떠나 버렸소. 하루 종일 뭔가 잃어버린 듯 마음이 허전 하고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았소. 나라를 다스리며 함께 즐길 사람이 없어 안타까웠소. 도대체 그는 어떤 인물이기에 그렀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일찍이 사신으로 초나라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길옆에서 새끼 돼지 한 마리가 죽는 어미 돼지의 젖을 빠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새끼 돼지는 깜짝 놀라더니 죽은 어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살아있을 때의 어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새끼 돼지는 어미의 몸뚱이가 아니라 그 마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전사자의 장례식에는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이 필요 없고, 발이 잘린 사람은 신발이 필요 없습니다. 또한 임금님의 후궁들은 몸을 치장하지 않습니다. 새로 장가든 사람은 바깥일은 하지 않고 공공의 일도 면제 받습니다. 몸을 온전히 하는 일도 이처럼 중요한데, 덕을 온전히 하는 일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애태타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아도 남이 믿게 되고 공적이 없어도 사람들의 호감을 샀습니다. 또 나라를 맡기려 해도 오히려 거절할까 하여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태타는 자기 천성대로 사는 덕의 소유자입니다.”
애공이 물었다.
“온전한 재능이란 무엇이오?”
공자가 대답했다.
“죽고 사는 문제, 가난하고 성공 하는 것, 현명하고 어리석은 것, 비난과 칭찬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이 모든 것은 사물이 변화하는 모습이고 운명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사람의 지혜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변화에 신경 쓰지 말고 모두 자기의 운명으로 받아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도 사람은 항상 자연과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온전한 재능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럼 ‘덕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물은 완전히 고요해 져야만 평평해 집니다. 물은 자기의 본성을 간직하고 있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물의 표면이 평평해져요, 덕이란 만물과 한 몸이 되어 만물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덕을 갖춘 사람은 고여 있는 물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훗날 애공은 민자건한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태껏 임금으로서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 나라를 가장 잘 다스린 것이라고 생각했소. 그런데 공자의 얘기를 듣고 보니 임금이란 지위만 갖고 있을 뿐이지. 덕이 없다는 것을 알았소. 그 뒤로는 내가 경솔하게 행동하여 혹시 나라를 망치지 않을까 무척 걱정했소. 나와 공자는 임금과 신하가 아니라 덕으로 맺어진 벗일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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