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젊은 우수농업인9
강진군 성전면 오산마을 박경호 농업경영인
강진군 친환경농업분야 명인 지정 받아
‘열심히 하면 되더라’ 라는 신념으로
내가 이룬 농업의 가치, 누군가 탐내게 하고 싶어
농업인 박경호(50)씨는 최근 강진군의 친환경농업분야 명인으로 지정되어, 그동안 힘들게 이어온 친환경농업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인정받았고, 이에따라 군의 다양한 지원과 홍보를 지원받게 되었다.
박경호, 손영례씨 부부는 현재 논 25,000평에서 쌀과 겉보리를, 밭 10,000평에서는 보리와 귀리, 콩을 재배하며, 200평 하우스에서 대파를 재배한다. 이러한 농사규모는 농번기와 농한기 구분 없이 부부가 1년 내내 일하는 일터이고, 이곳에서 1년 유통되는 판매액은 1억5천을 넘고 있으며, 소득은 1억 가량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사규모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박 씨는 강진농고 졸업 후 바로 농사일에 뛰어 들었기 때문에 30년 동안 농사일만 해왔고, 10여 년 전 일찌감치 친환경농업에 뛰어들어 힘든 농업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야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수익 면에서도 안정된 농사에 접어들었다.
“친환경농업,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 날 정도로 기가 막힐 정도로 고생했지요. 그래서 후배들을 보면, 저처럼 고생 안하고 농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30년 걸려서 얻은 것이라면, 후배 농업인들은 10년이면 얻을 수 있는 농업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여건이 안 되어 제대로 농업을 하지 못하는 후배들 보면 안타깝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 있다 보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게 되고, 저절로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는 박경호씨는“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직업이라는 것이 우연한 계기에 주변 환경에 의해서 갖게 되는 것 같다”면서 “아버님의 농사일을 도왔는데, 아버님이 사업을 하신다고 2년이나 집을 떠나 광주에서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자연히 내 일이 되고 말았지요”라며, 고향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농사를 알아버렸다고 말했다.
박 씨는 22살에 콤바인을 사서 성전면 일대 안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콤바인 작업을 했다. 이때 콤바인 작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당시 연간 천여만 원이 넘었다. 그래서 광주에 가게 되면, 친구들과 술자리를 해도 자신이 돈을 낼 정도로 주머니가 든든한 농부였다. 아버지는 광주에서 추진하려 했던 사업이 잘 되지 않자 다시 내려오셨고, 지금까지 한 동네에서 살고 계신다. 박경호씨는 4남1녀 중 셋째다.“아버지한테 이 생전 꾸지람만 들었던 아들입니다. 잘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었지요”라고 말하는 박경호씨는 친환경 밭작물을 하던 중 풀 때문에 고생하자 “이제 고만해라 사람이 살고 봐야지 그러다 죽겄다”라고 말하던 아버지의 말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매사 칭찬받지 못했던 아들이었지만, 이제 아버지의 농사를 이어 친환경농업인으로서 강진군 명인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으니, 그보다 더 큰 효도는 없을 듯하다. 박경호씨의 아버지는 초대 강진군 군의원을 지낸 박재걸(83)씨다
아버지의 농사는 7,000평 벼농사였다. 당시로 봐서 적은 농사는 아니었지만, 젊은 아들이 농사에 뛰어들면서, 주변 논까지 임대하여 넓혀가게 되었고 점점 농업인으로서 포부도 생겼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니, 결혼문제도 문제로 닥쳤다. 박경호씨가 32세 때 성전면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여자와 국제결혼을 5명이 하였다. 그러나 박씨는 농업인으로서 상당한 패기가 있는 청년이었다, 여자들과의 대화에서 떳떳했던 것은 자신의 수입이 어느 월급쟁이 부럽지 않았고, 농업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기 때문에 여자들을 만나도 당당했다.“열심히 하면 돈이 되고, 실제로 노력한 만큼 돈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의욕이 대단했던 때였지요. 젊은 시절에는 패기가 있었습니다”라며 활짝 웃는 박경호씨다. 그래서인지 박경호씨의 부인 손영례씨는 8살이나 연하다.
박경호씨는 강진에서 일찌감치 친환경농업에 뛰어들었다. 2001년 농업에 엄청난 변화를 느꼈다는 박 씨는 새롭게 불어오는 친환경농업의 바람에 많은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때부터 동네 네 사람이 뜻이 맞아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였다. 저농약에서 무농약, 유기농업을 하기까지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웠던 때였다.
“친환경 자료도 많이 없고, 자재도 별로 없기 때문에, 배운 대로 만들어서 써보지만 또 별로 효과가 없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박 씨는 당시의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고개를 흔든다.“뜨거운 여름에 남들 우산각에서 쉬고 있을 때, 창고에서 친환경 자재를 만들었어요. 어디 연구소 직원보다도 열심히 했을 겁니다. 연구소는 연구비라도 주지만 그런 것도 없는데, 열심히도 했지요”
그러나 박경호씨는 ‘열심히 하면 되더라’는 신념이 있었고, 행정에서도 많은 협조를 해주었기 때문에 “지금은 당장 힘들지만, 친환경농업을 해도 농업소득에서 손실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관행농업에 비해 친환경농업을 하면서는 수확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일반 벼농사를 할 때는 창고에 가득 차던 나락이 창고에 반도 안 채워지는 것을 볼 때는, 이렇게 계속 해도 되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는 박 씨다.
오산마을에서 네 가정이 친환경농업을 하면서, 점점 동네 어르신들을 설득하여 친환경 면적을 넓혀갔다. 그러나 2005년경 엄청난 병충해를 겪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친환경농업을 하자고 말하기 힘든 때를 겪기도 했다.
박경호씨의 경우 연중 농번기다. 겨울에는 하우스에서 대파를 생산하고, 미맥농사는 5월부터 11월 초경까지 이어지고, 밭농사의 경우 귀리를 6월에 수확하면, 콩을 파종하여 10월에 콩을 수확하게 된다. 기본적인 농기계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 규모의 농사 외에도 얼마든지 더 농사를 넓혀갈 수 있는 농업환경이다. 유기농 농사의 경우 군과 기술센터와의 계약을 통해 유통을 하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이러한 유기농 농업은 현재 일반농업에 비해 20%정도 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산마을에는 유기농업을 통해 4가구가 인증을 받았다. 박경호씨와 더불어 친환경농업을 꿋꿋하게 해온 네 가구는 한때는 주변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가족한테까지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힘들게 농사를 지어 수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농업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고 당연히 흘러나오는 말이었다. 일반벼농사가 농약살포기를 통해 뿌리면 되는 것을 친환경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푹푹 빠지는 논에 들어가 걸어서 직접 손으로 뿌려야 하는 것이었다. 여자들 또한 너무 힘들었지만, 누구하나 친환경농업을 그만두자는 말은 하지 않았기에 지속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다.
“나중 들어보니 모두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너무 힘드니까 그만하고 싶었지만,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지속해올 수 있었던 거지요”
고진감래라는 고사 성어처럼 박경호씨에게도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오는 때가 되었다. “다시는 그렇게 하라면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박 씨지만 이제는 농업을 통해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촌에서도 한 가구당 소득이 1억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도시 맞벌이와 같은 수준은 되어야죠. 부부가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농업도 어느 정도 기반이 있어야 뛰어들 수 있는데, 젊은 패기는 있는데, 기반이 없어 다른 일에서 하루하루 벌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것이다.
박경호씨의 경우, 농업에 뛰어들어 30년이 되었고, 나름대로의 기반이 닦아졌다. 세 아들을 둔 박경호씨는 언젠가 막내아들의 초등학교 교실에 갔다가 아들이 써놓은 장래희망을 보고 가슴을 퍽 치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대부분 의사, 변호사, 경찰관 등 대통령도 두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막내아이의 장래희망은 농부였던 것이다. 놀랍기도 하였으나,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었다. 그 희망직업 중 가장 쉽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아이는 우리 아이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또 한 번은 큰 아이가 아빠도 농협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때였다. 맨날 작업복만 입고 다니는 아빠와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농협에 근무하는 친구의 아빠가 비교가 되었던지 어느 날 아들이 꺼낸 말이었다. 그래서 박 씨는 교육을 많이 받으러 다녔고, 가방을 들고 나가면서 공부하러 간다고 아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아이들에게 언제나 농업인으로서 당당한 아버지라는 점, 농업인이지만 우리 모두 궁하게 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농림부장관상을 받은 아버지라는 것, 이런 환경이 막내아들에게 농부의 꿈을 갖게 한 것인지 모른다.
남들보다 일찍 친환경농업을 시작하고 유기농업까지 온 박경호씨는 오히려 이제는 편한 농사를 하고 있다. 땅이 살아난 것을 느낀다. 지난해 볼라벤 태풍에도 친환경농업을 해온 땅은 훨씬 피해가 적다는 것을 보기도 했다. 지금처럼 군이나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서 유통만 제대로 된다면, 큰 걱정 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농업환경이다. 또한 대파의 경우 성전면에 사는 젊은 농업인들이 뜻을 모아 사계절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단지화 해나가고 있다. 무안하면 양파라고 알려져 있듯, 강진 성전면 하면 대파라는 농산물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고, 이러한 일은 물량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지화 해서 면적을 넓혀가고, 함께 소득을 높여가기 위해 노력한다.
박경호씨는 자신의 농업가치를 높이고 싶다. 도시의 그럴듯한 아파트를 서로 갖으려고 탐내듯이 내가 가꾼 농업의 가치를 누군가가 탐내게 하고 싶다. 자신이 닦아놓은 농업기반을 누군가 욕심내고 이어가고 싶을 정도의 가치 있는 농업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또 하나의 꿈인 것이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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