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히딩크적 사랑을...
강진군 스포츠팀장 강성일
지난 5월 30일,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이 강진을 방문했다. 행사 참석차 순천으로 향하던 중 병영에 하멜기념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갑작스레 강진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하멜기념관에서는 전남생명과학고(전. 강진농업고등학교) 축구부 선수 30여명이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열렬히 반겨주었다. 히딩크 감독은 뜻밖의 환영 세레모니(?)에 눈이 휘둥그레 해지면서 놀라는 표정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강진 축구꿈나무들에게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것처럼 여러분도 열정과 긍지를 가지고 축구를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격려하면서 축구공에 친필 싸인을 해주고 기념사진도 함께 찍는 등 시골 고등학교 축구부에 남다른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순천에서 있을 공식 행사에 1시간이 넘게 지각하면서까지 자라나는 우리 축구 꿈나무들에게 예정에도 없던 시간을 일부러 할애해준 히딩크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진한 감동이 느껴졌다.
전남생명과학고 축구부는 2007년 4월에 창단되었다.
당시 강진중앙초등학교와 강진중학교에 축구부가 있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강진지역내 고등학교에도 축구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지역사회 여론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창단 초기에는 강진군민장학재단에서도 학교 축구부 육성을 위한 사업비를 전폭 지원해주었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장학재단에서 지원이 아예 끊겼다. 끊긴 이유는 매년 장학기금으로 접수되는 기탁액이 줄어든 까닭도 있었겠지만 축구부 스스로 자립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강진군에서 축구꿈나무 육성 사업비와 축구용품 구입비 등으로 매년 3천만 원이 지원되었고 금년 제1회 추경에서도 중․고등학교 축구 지도자 인건비 등으로 2천 6백여만 원을 반영시킨 것은 다행한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남생명과학고 축구부가 내년부터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져 있다. 2011년 11월 전남생명과학고가 전국 최초로 농업계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정식 마이스터고로 개교되는 2013년 3월부터는 운동부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와 전라남도교육청, 전남생명과학고에서는 농업계 마이스터고 지정을 추진하면서 맞춤형 교육으로 졸업 후 100% 취업을 목표로만 했지, 정작 운동부(축구부)에 대한 존치 여부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최근 필자가 전라남도교육청을 방문한 결과, 전남생명과학고 2013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 5학급 100명 안에는 축구부 정원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고, 별도 체육특기생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도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경북 울진군의 평해공업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자력 마이스터고로 지정되어 내년부터 마이스터고로 정식 개교하는 평해공고도 학교 축구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없이 축구부가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5년 전 어렵게 창단된 지역 고등학교 축구부가 모래성처럼 쉽게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게 지역 여론이다.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 전라남도 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마이스터고 운영 지침에 의해서만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으로 정책을 집행하지 말고 학교 운동부를 존치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새롭게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서도 축구협회와 체육회, 학부모회, 지역 스포츠인들과 함께 전남생명과학고 축구부 존치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모아서 우리의 결집된 의견이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회에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로수 한 그루를 전기톱으로 베어 내는데는 3분이 걸리지만, 가로수가 이 정도까지 오기까지는 30년이 걸렸다”답변으로써 가로수 제거보다는 존치의 중요성을 이해시켰다는 어느 동료 공직자의 말이 생각난다.
작금의 마이스터고 지정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전남생명과학고의 축구부 상황을 들으면 히딩크 감독은 뭐라고 말할까?
바야흐로‘히딩크적 사랑을 강진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아낌없이 보내야 할 시기가 아닌가’라고 잠시 사색에 빠져본다.
※ 마이스터고등학교(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란? 기술 중심 교육을 통해 예비 마이스터 (Meister)로 양성하여 졸업 이후, 우수기업 취업, 특기를 살린 군 복무, 직장생활과 병행 가능한 대학 교육으로 우리나라 최고 기술명장을 육성하는 학교를 말한다.
- 마이스터(Meister): 한 분야의 전문가, 명장, 장인(匠人)이라는 의미로 독일에서 유래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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