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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작가가 자신의 작품보관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우리시대의 장인, 목공예가 이정옥 작가
강진 월출산에 둥지를 틀다
이정옥(53) 작가는 최근 ‘월출산人’이란 말을 사용했다. 아마도 광주에서 작업을 하다가 성전 월남리에서 사는 예인촌 김하나씨와 결혼을 하고 나서 월출산 아래에 둥지를 튼 이후가 아닐까 짐작된다. 그런 만큼 그의 작업장은 강진 월출산에서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월출산 기슭에 일망무제로 펼쳐진 설록차밭 회장의 별장 터 바로 곁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문을 열면 한 눈에 월출산이 내다보이고 푸른 기운이 질질 흐르는 설녹차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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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 학명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 |
얼마 전 그는 성전면 월남리 학명미술관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가졌다. 일명 CEO 책상이라고 부르는 큰 책상이 먼저 눈에 띄었다. 아프리카에 온 부빙가 나무로 만들었다는 큰 책상은 결이 아름답고 멋져서 호감이 갔다. 국산나무보다 5~10배가 비싸지만 국내에서는 그만한 나무가 없다 보니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나무로도 만들 수는 있죠. 하지만 나무를 붙이는 꼴이 돼버리고 말죠. 그러니까 한판짜리로는 우리나라에 재료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가격을 슬쩍 물어보았더니 3천만원 가량 가지만 1천 5백만원에 팔겠다고 한다.
결국 일반 서민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임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그 같은 대작 말고도 여러 종류의 과반, 다반, 찻상 등이 보였다. 단풍나무, 호두나무, 느티나무 등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칸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작품도 보이고 옷걸이도 보였다. 인체형상을 본떠서 만든 작품도 보였는데, 주로 찻상의 소품들이 많아보였다.
“디자인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자연이 곧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 길을 걷게 되었죠.”
그래서 그는 나무를 다루되 자유 분망하게 다룬다. 산림청 주최로 열린 2012 대한민국 산림박람회 ‘남도목공예 장인 작품 전시회’에 출품했던 ‘자연과 사람’ ‘고대의 사랑’ ‘옛시간’ 역시 나무가 생긴 대로 칼끝을 움직였다. 큰 거울과 함께 화장대가 되는 작품도 나무의 생김새를 최대한 살려 만들었다.
수십 년 간 모아온 수 백 점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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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보관실에 놓여진 그의 손때묻은 작품들 |
그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작품 소장처는 수 백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두 20년 전 작품들입니다”라고 운을 뗀 이 작가는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라며 “어떤 사람이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향이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큰 통나무 속에 성모마리아가 서 계셨는데, 바로 그곳에 부처를 모셔놓으면 부처에게 예배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될 터였다. 예수를 모셔놓으면 예수상이 될 것이고 달마를 모셔놓으면 달마상이 될 것이었다. 앙증맞게 생긴 찻상을 놓고 밥상을 하면 밥상이 되고 앉은 책상을 하면 앉은 책상이 될 것이었다. 모든 작품들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뜻에 의해 여러 가지로 그 용도가 바뀌어 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작품의 재료는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 그대로 만듭니다. 즉 비와 바람, 눈을 맞으면서 용도에 맞게 제작을 하기 마련인데, 1차 가공만으로는 완성할 수가 없죠. 나무가 두꺼울수록 끝낼 수 없는 것은 나무 자체가 수축 팽창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아름다운 무늬가 있을수록 사람에게 주는 감동이 크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아프리카산 부빙가 나무를 선호하는 것 같았다. 나무의 크기도 그렇지만 무늬가 너무 아름다움으로.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구슬도 꿰어야 한다. 자르고 문지르고 망치질해서 또 한 번의 가공을 해주었을 때 비로소 어떤 공간에 놓을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나무를 보면 속이 훤히 내다보이죠. 이해가 도지 않을 겁니다만 저는 속이 다 내다보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를 어떻게 손질해야할지 구상이 되죠. 그리고 그 나무를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 제 품속에서 구르다보면 끝내 작품이 나오곤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돌을 보면 돌 속이 훤히 보인다고 말했었다. 돌을 쪼아 그 유명한 작품들을 창작했듯이 이정옥 작가 역시 나무를 쪼아 우리들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강진 월출산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까지 목공예가로서 걸어온 역량을 이곳 강진에서 최대한 발휘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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