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옥설
김현임(수필가)
서옥설은 화사, 수성지와 더불어 16세기 조선의 대표적 문장가인 백호 임제 선생의 뛰어난 결작 소설이다. 당시 시대 상황은 유교사상이 벼슬아치를 지배하여 나라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던 때였고 문학 역시 唐詩(당시)나 중국문학을 높이 우러러 보는 형식주의가 팽배하였다.
특히 서옥설이라는 작품은 한 마리 도둑쥐를 주인공 삼아 뭇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 소설로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이런 류의 작품은 실명으로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터. 하지만 백호선생의 작품 경향, 특히 ‘게으름을 전송하는 글’이라는 게으름을 의인화한 짧은 소품에서 엿보이듯 서옥설 역시 백호선생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시가적 운취와 빈번하게 인용되는 고사, 또한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사관류의 역사적 평가까지 백호선생 문학의 특성이 너무도 확연하게 나타내고 있다. .
이 작품은 연변 인민출판사에서 1957년 10월 간행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사를 강의하고 있는 창해 최익한 선생의 번역본을 입수하여 원문을 참조 보강하여 현대동화로 재각색하였다. 특히 우리말의 아름다운 흥취와 재미있는 의성어, 의태어, 속담 등등을 비롯해 사자성어와 고사를 곁들여 소개해 고전동화의 깊은 맛과 함께 바란다면 머리맡에 놓아두고 두고두고 읽어도 좋을 책을 만들어 보고자 역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
혹자는 이 서옥설을 백호선생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나 창해 선생의 작품 설명에 ‘1927년 박윤원이라는 분의 ’송산문고‘에서 필사본 1권을 반가이 접독. 그 묵지 등사본 첫 머리에 ’나주 림제 백호 저‘라고 명백히 저자명이 밝혀져 있음을 당당히 밝혔다. 다만 앞 서 밝혔듯 그 시대의 부패한 관료층과 통치자를 풍자, 조소하는 작품 경향 상 드러내지 못한 관계로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켰으리라. ’온갖 어려움 가운데서도 민족문화를 지키려는 정신이 맑은 샘물처럼 솟구치고 있다는 증거.... ‘라는 북한의 우리고전 문학 연구에 대한 정희창 교수(동의대)의 겸허한 칭송처럼 백호선생의 대표적 작품인 ’화사‘ 역시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백호작품 속에 합류될 수 있었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가 우리나라의 어종을 망라하는 어류도감이듯 백호 선생의 서옥설은 ‘동물도감’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동물들의 특색이 살아 숨쉰다. 북한이나 중국 등지에서는 이미 예술적 가치로 광채를 발휘한다는 호평을 받은 서옥설, ‘앉으나서나 꾀쟁이’라는 신나고 재미난 동화로 변신한 서옥설이 이번에 개관하는 백호문학관에서 어린 독자들 뿐 아니라 백호선생의 문학을 기리는 이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기원하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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