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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군 해설사회 천산천지에서 기념촬영 |
돈황(敦惶) 막고굴(幕高窟)을 보고 와서
신영호(문화해설사)
돈황에서 2일째 되는 아침이다. 오늘도 돈황의 날씨는 쾌청하다. 쾌청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곳 돈황에서는 햇볕이 나지 않는 날씨가 좋은 날이다. 특히 우리 같은 여행객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번 7박9일 여행 일정 중에서 가장 기대되고 흥분되는 날이 오늘이다. 막고굴을 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1100㎞와 11시간의 먼 거리를 기차를 타고 또 2시간 30여분을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를 오가며 사막 길을 쉬지 않고 가로질러왔다. 우리 일행들 중에 받는 감흥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막고굴에 대한 기대와 흥분은 온통 감출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나는 더욱 그렇다. 하나라도 더 보고 들어야지 다시는 좀처럼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아침 식사를 숙소에서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랐다. 돈황 시내에서 막고굴까지는 30㎞ 10여분 거리며 사막 남쪽에 있다. 막고굴은 1907년 이곳을 관리하며 생활하던 허베이성 출신 왕원록이라는 왕도사가 영국탐험가 오럴스타인에게 설득당해 막고굴 유물들을 아주 헐값에 팔아 영국 대영박물관으로 반출되었고, 1908년에는 중국어에 능통하고 주변 국가 언어에도 소통이 가능한 프랑스 동양학자 폴페리오에 의해서 막고굴 유물들이 선별하여 많은 고문서와 경전 등이 프랑스로 가게 되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신라 때 혜초스님이 인도주변 5개 국가들을 방문한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여행기가 이때 함께 프랑스로 가게 된다. 몇 년 전에 서울 중앙박물관에서 프랑스 돈황유물특별전을 가졌는데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 전시한 것을 우연한 기회에 관람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러시아 일본 미국 등지로 막고굴 유물들이 헐값에 불법과 도난 등으로 유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때 당시에는 돈황의 막고굴 유물 가치에 대해서도 청나라와 왕도사는 전혀 알지 못한 것 같다. 청나라 정부가 처해있는 상황이 정치적으로 혼란기에 있었으므로 변방에 있는 돈황의 막고굴 유적과 유물에는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막고굴을 향해서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모래먼지만을 뒤로한 채 황량하고 삭막한 사막의 풍경을 계속 연출해 내고 있다. 좌우편으로 모래 산이 적고 클 뿐 모래로 만들어진 산이 분명하다. 온통 모래천지다. 저 멀리 모래산 밑으로 막고굴로 보이는 암벽에는 벌집같이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에 연신 디카를 눌러댔다. 가까워질수록 막고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일행이 탄 버스가 서서히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가이드의 주의 사항과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알려주는데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매표소를 오른쪽으로 끼고 입장하였다. 우리 일행보다 먼저 온 짐들과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의 관람시간은 8시 30분이다. 막고굴 정면을 향해서 걸어가다가 쌍탑 앞에서 단체기념촬영을 하고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의 하천 다리를 지나자 기와를 얹은 것 같은 모양을 한 막고굴이라고 쓴 고풍스러운 현판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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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0호굴 미륵보살 좌불상 성당시기 |
놀라움과 신기함의 막고굴
현판의 글씨를 디카에 담고 입구를 지나서 막고굴 중앙으로 걸어갔다. 우리 일행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 체 막고굴에 취하여 말들이 없다. 놀라움과 신기함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표정들이다. 막고굴 정면에 있는 조형물에서 또 한차례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한다고 한다. 강진에서 가지고 간 ‘중국선진견학’이라고 쓴 프랑카드를 펼치고 야단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우리들 말고는 여러 팀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순식간에 북새통이 된다. 중국 해설사로 보이는 예쁜 아가씨가 우리 일행들에게 이어폰을 나누어 주고 있다. 직감적으로 버스에서 가이드가 말한 한국 출신 중국 해설사 선생인 것 같다. 북경에 가서 한국어 어학연수를 2년간 받고 막고굴에서 한국어 해설을 하고 있다니 놀랍고 반가웠다.
어눌한 한국어 말솜씨가 오히려 더 귀엽다. 간수성 출신이고 27세이며 이름은 이로(李路)라는 아가씨였다는 것을 우리 일행 중에 중국 칭다오에서 시집온 조림건 해설사 선생이 나에게 나중에 귀뜸 해 주었다. 우리 일행은 중국 해설사 선생의 뒤를 따라서 324굴로 안내 되었다. 중국해설사 선생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열쇠를 꺼내서 문을 연다. 출입을 철저히 통제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굴 안으로 들어서니 앞쪽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고 본 굴이 시작된 바닥은 기와도판으로 깔려있다. 일부 바닥과 도판은 새로 간 것도 있고 당나라 때 깐 바닥도 있다고 말한다. 참으로 놀랍다. 정면에는 석가모니가 좌불로 모셔져 있고 좌우에는 제자 가섭과 아난이 서 있는 자세로 있다. 실제크기는 176㎝와 171㎝크기이다. 그 옆에는 이름 모를 보살들이 서 있다. 좌우 벽과 천정에는 불교에 관련된 내용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중국해설가 선생이 후레쉬를 비추며 열심히 설명한다. 발음이 서툴러서 전문용어는 알아듣는 말은 알아듣고 못 알아듣는 말은 그냥 짐작으로 생각한 것 같다. 온통 사방이 벽화로 도배 되다시피 했다. 천불상도 요철법(입체감)으로 그린 벽화, 비천상, 채발도 등 7세기 당나라 때 만든 굴이란다. 색체의 선명함과 다양함에 놀라움 그 자체다. 암벽으로 된 벽면을 원하는 모양으로 파서 굴의 형태에 따라서 짚과 흙을 잘 섞어서 평평하게 바르고 그 위에다 미세한 흙으로 벽과 천정을 마감한 뒤 잘 말려서 천연 안료로 벽화를 그리고 불상과 조형물을 만든다고 한다. 천연안료는 중국뿐 아니라 멀리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특수한 광물질 안료로 금값과 같다. 이런 천연 안료를 사용해서 그려야 오랜 세월에도 변하지 않고 선명하다는 설명이다. 군데군데 까맣게 색이 변한 것은 안료의 색이 변한 것이라고 한다. 모셔져 있는 불상과 조형물들은 토불이다. 1300여 년 전 당나라 때 그린 벽화와 불상이 이렇게 생생하게 보이다니 벽화와 불상을 만들고 그리는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더덕더덕 떨어져나간 부분은 통째로 잘라서 뜯어간 곳을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다. 수탈해간 나라들의 만행을 보여주기 위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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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8호굴 열반상 중당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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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호 굴과 제17호굴 장경동 만당시기 |
전시관 벽면에는 전 세계에 유출된 유물들이 세계지도와 함께 도판으로 표시해 놓았다. 그 지도를 보니 우리나라도 표시되어 있다. 나는 돈황을 오기 전에 관련된 서적을 몇 권 읽어서 그 내용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시기에 일본인 오타니 탐험대가 이곳에서 벽화와 고문서 일부를 입수하여 한국으로 와서 보관하고 있다가 미리 일본으로 가지고 가지 못한 유물들이 갑자기 해방을 맞이하게 되면서 중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오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어서 328굴을 보고나서 16굴과 17굴을 보게 되었다. 16굴과 17굴은 입구가 하나이다. 그런데 굴이 둘로 되어 있다니 여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이곳에서 굴을 관리하며 생활하던 왕도사는 중국어 경전과 고문서에는 해독이 가능하지만 산스크리트어와 호탄어, 쿠차어, 소그드어 등에는 전혀 알지 못해서 현지인 양씨성을 가진 사서를 고용하면서 여러 가지 고문서, 경전 등을 분류하고 필사시켰다. 그런데 어느날 작업을 하던 중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다가 갈라진 벽면에 담배를 비벼끄는데 담배 연기가 벽 틈새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상이 여긴 사서는 왕도사에게 이를 알리고 왕도사는 확인하는 과정에 벽 뒤쪽으로 공간이 있는 것을 알고 벽을 헐어서 17굴은 장경동방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방에서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고문서와 경전 등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후 왕도사는 이곳으로 프랑스학자 페리오를 안내 했던 것이다. 페리오는 그날의 사건을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2중3중으로 책이 산이라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으면 책을 다시 쌓을 수 없다. 지독하게 피곤하다. 그러나 나는 오늘 하루를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그날의 감동을 쓰고 있다. 중국 청나라 연호광서 26년 5월 6일(1900년 6월22일) 막고굴에서 살고 있는 왕도사가 발견하였다고 전하다. 굴을 16굴로 북쪽벽측실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쪽과 남쪽으로 각각 향하고 있다. 높이가 3m 면적은 2.8㎟이며 북두식 천장이다. 중앙에는 당나라때 고승인 혼삐에(홍변)소상이 앉아 있다. 이러한 사연으로 17굴은 우연히 발견됐다. 여기에서 나온 대부분 유물들이 페리오 손에서 선별되어 프랑스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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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에서 본 월하천 전경 |
영국의 탐험가 스타인이 영국으로 가져간 돈황 유물이 일만여 점에 이르고 프랑스 페리오가 가져간 유물이 5000~6000여점이며 러시아가 1만여 점으로 추정된 유물을 가져갔으며 일본이 가져간 유물은 1000여점이다. 이렇게 돈황의 유물은 불법과 도난 등으로 헐값에 반출된 것을 늦게나마 중국정부에서 심각함을 느끼고 북경도서관에 9800여점 돈황 막고굴 유물을 보관하게 된다. 돈황에서 유출되어 세계로 나간 유물과 중국에 보관된 유물 수는 5만여 점으로 통계되고 있다니 가히 돈황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막고굴 중앙에 위치한 35m 130굴은 대불로 측천무후 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수리중이다. 포장이 덮어져 있다. 볼 수 없다니 안타깝다. 대불을 지나고 공개하지 않은 몇 개의 굴을 지나서 지하 쪽으로 내려갔다. 또 큰 굴 입구가 나타났다. 22m 크기의 미래 세상에 온다는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당나라 때 만들어졌고 송나라 때 일부 수리를 했다. 군데군데 흙이 떨어진 사이로 짚이 보인다. 아마 짚 위에 흙을 바른 토불인 것 같다. 머리만 7m다. 인체학 상 머리 부분이 너무 커서 균형이 안맞을 것 같은데 밑에서 위를 쳐다보면 인체의 비례칭이 잘 맞는다고 한다. 얼마나 과학적인지 감탄스럽다. 미륵불은 좌불 형태인데 왼무릎 가사위에 왼손을 살포시 얹어 노여 있다. 손의 모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고 중국 해설사는 강조하여 설명한다. 해설이 끝나고 굴을 나오면서 해설사 선생은 우리 일행에게 한국어로 아름다운 손을 무어라 표현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순간적으로 섬섬옥수라고 말하였다. 해설사 선생은 자기 메모장을 꺼내면서 한글로 적어주라고 한다. 그 외에도 부처님 열반상이 있는 158굴은 열반 굴로서 서쪽벽 불단에서 16m 크기로 와불 형태로 있는 석가열반성이다. 머리가 남쪽을 향하고 발이 북쪽에 나란히 모으고 누워 있다. 오른 손을 베고 두 눈은 반쯤만 뜨고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얼굴 표정이 자연스럽고 점잖다. 좌우벽면에는 열반에 드는 부처님을 기념하는 벽화가 천정까지 가득 그려져 있다.
관 모양을 한 열반굴은 남쪽과 북쪽벽까지 벽화로 가득찼다. 부처님 뒤쪽으로는 제자들이 열반에든 부처를 지켜보고 있다. 막고굴 조성은 진(秦)의 건원 2년 366년 낙준스님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실크로드를 따라서 무역했던 상인들과 여행객들이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면서 한번에 4~5년 걸리는 사막 길을 인간의 나약함을 느끼면서 깊은 불심으로 시대에 따라서 각계각층의 시주자들에 의해서 조성되었던 것이다.
현존하는 486굴 중에는 위, 수나라를 거쳐서 당나라 시대에 가장 많은 247개의 굴이 생기게 되었으며 원나라와 명, 청을 거치면서 점차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지금도 굴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한 국가가 안정되고 부를 누릴 때 문화가 융성하게 된다는 사실을 막고굴 역사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역사를 통해서 가장 화려하고 안정된 당나라 때 문화의 꽃을 피웠으며 우리나라도 문화적으로 화려하고 안정을 누린 고려시대 때 상감청자라는 세계의 걸작을 만들지 않았던가. 우리의 청자가 앞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세계에 알려진다면 막고굴 같이 세계 관광객들이 방문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공개된 9개굴과 불상과 벽화를 보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돈황 막고굴 도록을 한권 구입하였다. 막고굴에 대한 감동을 길이길이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우리 일행은 막고굴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였다. 모래먼지만을 뒤로한체 우리가 탄 버스는 사막을 힘차게 달렸다.
막고굴이여 영원하여라!
-2013년 6월 29일 하미로 향하는 야간열차에서-
돈황의 막고굴을 보고 우루무치(서역)여행 후 7월3일 아침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여독이 채 풀리기 전인 7월 6일자 조선일보 1면 톱기사로 돈황 막고굴 기사가 실려 있지 않은가. 막고굴 관람에서는 61호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우리 일행들은 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막고굴 매점에서 구입한 막고굴 도록에는 오대산도 안에 신라인, 고려인 등 고대 한국사와 관련된 귀중한 자료라고 돈황 연구원 리신은 경주 실크로드 학술발표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 백제와 고구려 멸망 이후 유민들이 대거 돈황으로 이주하여 설굴을 만들고 불교활동에 참여했다니 또 한번 놀라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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