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우수농업현장을 찾아서(1)
일본 우수농업현장, 1차산업이 아닌 6차산업
일본 선진농업현장에서 성공사례를 듣다
*첫날-고베 미치노에키(농산물 직거래장) 견학
친환경농산물 개념은 보편화된 개념
강진군은 지난달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총 5박6일 동안 선도농업인 육성을 위한 일본 우수농업현장 연수를 실시하였다. 이번 우수농업현장 연수는 선진농업현장을 찾아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50세 이하 젊은 농업인으로 구성하여 농업후계자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20명으로 구성된 이번 연수단은 차세대 순수 전업농 및 유통인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일본 우수농업 현장에서 성공사례를 직접 들으면서 함께 우리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추진되었다. 본 기자는 이번 연수에 언론인으로서 취재차 동행했다.
연수단은 지난달 29일 새벽 2시에 출발, 일본 간사이공항을 통해 입국하여 당일 오후 2시경 고베 미치노에키를 견학했다. 미치노에키는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를 실천하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장이며 성공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일본 농산물 직매장의 하나다.
일본에서는 20년 전부터 농촌 고령화가 심화되었고, 농촌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소득 또한 줄어들어 지자체의 존립자체에도 위협이 왔다. 이처럼 농촌 지자체에 위기가 직면하게 되자 생산자 자신이 직접 활로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러한 작은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매장이 들어서게 됐다.
따라서 우후죽순 많은 직매장이 생겨나면서 현재 일본 내에는 17,000여개의 직매장이 생겨나 서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특성화를 시켜가고 있는 상황이며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왔지만, 5개중 2개는 잘되고 1개는 중간정도, 2개가 경쟁에서 악화되는 상태에 있다. 미치노에키 직매장은 그중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직매장이다.
미치노에키 직매장은 행정에서 장소만 제공할 뿐 생산농가가 직접 포장하여 가격까지 결정하여 바코드를 붙이고 진열하며 당일 팔리지 않는 상품은 생산자가 다시 가져가는 형태다. 따라서 생산자명이 붙어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간 철저한 신뢰에 따라 브랜드가 만들어지며 지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생산자는 본인만의 특별한 포장방법을 연구하여, 소비자의 눈에 들게 하여 판매고를 높이기도 하는 등 스스로 가공과 유통 서비스까지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니라 이제는 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형태다.
직매장은 생산자들이 직접 운영하며, 문자를 통해 출하를 알려 바로바로 농산물의 판매고를 확인시켜 준다. 따라서 언제나 신선한 농산물을 준비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찾는 소비자들이 계속 이용하고 있으며, 이곳 미치노에키 직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인근 1시간 반 거리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 고객들이다.
미치노에키 직매장에는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육류, 과일, 채소, 곡류, 그에 따른 가공품과 화훼, 과수까지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 특이한 점은 의외로 노인 손님이 많이 눈에 띄었고, 노인들도 꽃을 사서 바구니에 담는 모습이 흔한 점이다.
또한 친환경농산물이란 개념은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이어서 오히려 친환경 농산물이냐고 묻는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소비자들에게 안심먹거리를 알리고 구입하러 오게 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이 출하 시에 생산재배 일지에 모든 것을 기록하는데, 옆집 논까지 어떠한 상황인지 세세히 적는다. 왜냐하면, 옆집 논에서 농약이나 제초제를 쓸 경우 농산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도 인증마크에 따라 가격 신뢰도가 결정되지만, 저농약, 친환경 먹거리는 이미 소비자들이 먼저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의식도 소비자들이 바뀌어야 생산시스템 자체가 안전 먹거리로 빨리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일본인의 먹거리 의식에 비해 우리의 먹거리 의식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직매장 형태가 생겨난 것 자체가 내 먹거리를 같이 공유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으며,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는 80%의 이익을 가져가게 되면서 농민소득증대를 가져왔다. 그로인해 지역 인구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이러한 직매장이 성공하기 까지는 20년이란 세월이 흘러왔으며, 그동안 생산자들이 스스로 지속적으로 신뢰도를 높여왔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본 선진농업에서 한 가지 더 배워야할 점은 현재 일본교과서에는 식육 교육이 들어가고 있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교육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둘째 날 미에현 모쿠모쿠 농장 견학
생산, 가공, 체험으로 이어지는 지역 소득창출
연수 둘째 날인 10월 30일에는 미에현에 있는 모쿠모쿠 농장을 방문했다. 모쿠모쿠란 뜻은 우리말의 모락모락과 비슷한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모쿠모쿠 농장은 설립 24년째 된 농장이다. 처음 당시 농가는 쌀농사 정도가 전부였고, 생산기반 대체를 위한 양돈농가를 병행하는 16명, 그리고 30대 중반의 농협직원 3명까지 총 19명 정도가 마을에 살고 있었다. 24년 전 이곳 농가 소득은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을 사람들의 고민이 시작됐고, 농협직원 3명이 농협을 퇴직하고 함께 참여하자 농민들이 움직였고, 스스로 지역농가를 살리는 일에 뛰어 들어서 직접 판매를 통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면서 출발했다.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중매인을 거치지 않는 직접 판매를 모색하게 되었다. 따라서 소득증대를 위해서 가공품을 만들었으나, 전혀 팔리지 않아 매우 어려움이 따랐다. 처음엔 햄 가공품을 만들어 무조건 판매에만 급급하다보니 팔리지 않자, 안심먹거리를 알리기 위해 일본 내에서는 처음으로 농가에서 햄, 소시지 만들기 체험장으로 이용하면서 고객을 차츰 확보하게 되었다. 이어서 맥주도 직접 제조하는 가공시설을 만들자 점점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고, 어느정도 숙박이 필요하게 되면서 점차 시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곳 모쿠모쿠 농장 주변의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모두 가공품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지고 있으며, 90%가 가공품을 직접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가공품은 270여종에 이른다. 각종 가공품 생산자체가 체험학습장소로 이용되며, 계절에 따라 체험학습을 변화시켜 나간다,
예를 들면 딸기 체험장에서는 시간제로 해서 15분을 교육한 후 많이 따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맛있는 딸기를 골라 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 농업의 가치까지 전달해준다. 따라서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먹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목장운영을 통해 목장 체험 장소로 이용하며 가공품으로는 저지유를 만든다. 숙박 후 아침에 소 먹이를 주는 것부터 우유를 짜는 체험 등을 통해 주저지유가 왜 비싼지 그 이유를 전반적인 설명을 통해 전달하고 소비자가 납득될 수 있도록 체험을 하게 한다. 이러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식육교육의 중요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 방식도 다양하게 연결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콩 등을 사들여 빵과 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게하고, 체험고객이 만든 것을 판매하는 등 이 지역 농업의 전반적인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각종 이벤트를 개발하여 고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돼지 달리기, 동물 탈 쓰고 인형극을 하게 하는 것 등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을 계속 만들어내어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고객을 유지한다. 이러한 체험학습은 연간 10만 명이 다녀가며, 시찰 교육연수는 8만 명, 숙박은 년 2만 6천여명정도가 다녀가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48~50억엔에 이르고 있으며, 레스토랑 등의 운영에서 30%를 차지한다. 곳곳에 있는 간판 제작 또한 직원들 스스로 하여 제작비를 줄이며, 모쿠모쿠 글씨체 자체가 브랜드화 되었다. 모쿠모쿠 농장을 찾는 고객들은 이곳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사람들로 주로 오사카와 나고야 등지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또한 회원등록으로 4만 세대를 관리하고 있으며, 카달로그를 통해 3분의1 수입을 올리고 있다.
모쿠모쿠 농장의 성공은 지역특성에 맞는 차별화를 두고 여러방면으로 계속 연구하며 발전해왔으며, 지역 여건에 맞춰 전기 수도의 절전 숙박 등 환경교육에도 중요성을 두었다는 점도 있다. 또한 24년이나 되는 긴 세월동안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성장해왔고, 설립당시의 멤버 중 현재 5명만 살아 있는 정도며, 새로운 농업 후계자들이 이끌어가고 있는 형태로 변화됐다. 이처럼 일본 농업현장도 고령화가 문제이며, 농촌을 이끌어갈 농업 후계자 문제가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일본의 볍씨는 농협에서 일괄 보급하기 때문에 90%이상이 한 품종이다. 도시락이 발달한 일본의 밥은 신선도가 2주를 가고 단백질 함량을 줄여 찰지고 찬밥이 가능하다. 또한 태풍을 대비하여 조생종을 주로 하며, 1인당 쌀 소비량은 60kg이지만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한국 또한 쌀 소비량인 60kg으로 비슷하여 똑같이 대체음식이 계속적으로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휴경지 대책으로 밀을 장려하고 보리와 벼를 이모작한다. 또한 사료 값이 오르는 것을 대체하기 위해 휴경지를 많이 이용하며, 농가의 보조금은 개인부담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실정은 농가의 소득안정은 농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으로 농가 스스로가 시장을 개척하는 형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10개국 참여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통한 강도 높은 농산물 개방을 앞두고 농산물 타격에 대한 대책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 그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로 학교 식육교육을 통해 자기 밥상을 그리게 하여 일찍부터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자급자족율은 현재 25%인데 비해 일본은 35%이고 48%까지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교육을 통해 먼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연수 이틀간 방문한 일본의 선진농업 현장에서 연수단은 각자 농업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인 질문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연수단의 모습에 일본 현장 관리자는“젊은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부럽기도 하다”며“기존의 다른 연수단과는 매우 큰 차이가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연수단을 이끌고 있는 강진원 군수와 함께한‘강진군의 농업정책 발전 방향과 농업인 의식 변화’라는 주제로 현장토론을 하는 자리에서도 분야별로 허심탄회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군의 신규 현안 사업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을 교류하면서 일본 선진농업 현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일본에서 이현숙 기자) 다음주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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