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수농업현장을 찾아서(3)
농업기반 다음엔 상업기반으로 소득 올려
일본 선진농업현장에서 성공사례를 듣다
넷째 날-➀나가사키 슈슈농장 방문
농업인들이 직접 설립하여 직영 레스토랑까지 운영
일본 우수농업현장을 찾은 연수단은 셋째 날 10월 31일 저녁 6시 고베항에서 한큐훼리에 승선했다. 오후 5시가 넘으면 금방 어둑해지면서 차가운 기온이 감돌지만, 저녁노을과 어우러진 항구의 아름다운 야경에서 쉽게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녁을 먹는 사이 배는 어느새 바다의 한 가운데에 떠있고, 밤사이 일본 내해를 지나 아침 7시 큐슈지역 신모지항에 도착했다.
나가사키에 위치한 슈슈농장은 1995년 마을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생과일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슈슈농장 사람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 모여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데, 인기가 많아지면서 주문량을 다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대박이었다고 한다.
연수단은 슈슈농장 관리자 야마구찌상으로부터 먼저 농장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스크림 판매를 통해 대박을 낸 슈슈농장은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불고기 식당을 지었으나 완전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점심고객은 주로 여자 손님이었는데 다이어트가 대세였던 당시와는 전혀 맞지 않는 불고기 식당을 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식당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했기 때문이었다고 야마구찌씨는 설명했다.
이곳에서 야마꾸찌씨는 배 농사를 하면서 슈슈농장의 전반적인 일을 관리하고 있으며, 부인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알고 보니, 그는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2년간 유학까지 한 유식자였는데, 1995년 당시 38세에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더 이상 못하겠다며 손을 놓은 배 농사를 하게 됐다.“젊은 나이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표현한 그는 “8명이 뜻이 맞아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될 줄은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고 말했다.
2000년에 다시 한 사람당 5억씩을 투자하고 행정에서 50%를 지원하여 본격적으로 시작한 슈슈농장은 현재 140여 농가가 출하하고 있으며, 연간 1인 매출액은 평균 200만 엔, 4명 정도는 천만 엔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현재 직매장이 계속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에 직면해 있기에 또 다른 농업 대책이 필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서는 농업 후계자 지원 사업으로 내년부터 5년간 연간 2,000만 엔 지원에 들어간다. 그러나 야마구찌씨는 “그 지원에 반대 한다”며 “후계자 지원 사업이 결코 농업을 이어갈 정책은 아니다”고 부정했다.
농업인이 생산 가공 유통, 서비스까지 책임지면서 1차 산업이 아닌 6차 산업이라는 인식은 일본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농업을 시작할 때는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처음에는 농업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다음일은 사람이 오게 만드는 상업 기반을 닦는 일을 통해 소득을 올려야 하고, 농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 매스컴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서 제대로 홍보가 되게 해야 하고 계절에 맞는 가공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모든 일을 농업인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슈슈농장은 농업컨설팅도 해주며, 농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찾아오는 여러 계층 사람들에게 학원비를 받고 농업교육을 실시한다. 또 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많이 이용되어 이곳에 와본 학생은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온다는 점과,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을 찾아오게 하는 방법 또는 결혼식 장소로 대여하기도 한다. 특별한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자기만의 농작물을 생산 가공하여 본인들의 사진을 붙여 하객들에게 선물로 사용케 하는 것이다. 이날도 교복을 입은 일본 수학여행 학생들이 농장에서 직접 고구마를 씻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야마구찌씨는 현재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며, 농민 한 사람이 5억이라는 큰돈을 투자 했기에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실패와 힘든 과정 20여년 겪어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을 키우려면 세 명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참 그럴 듯한 표현이었다. 그 세 명의 인재는 바깥에서 온 사람, 젊은 사람, 재밌고 웃기는 사람이다.
넷째 날-➁야메시 관광과 방문
사람으로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정책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참 물이 귀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디가든지 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 혜택인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야메시 관광과를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녹차 대접을 받았다.
야메시는 현재 인구 7만의 작은 도시다. 그러나 2006년 인근지역과 합병하기 전에는 인구 38,000의 더 작은 지역으로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야메시는 합병이후 차별화된 관광정책으로 야메지구의 핵심도시가 되었는데, 지역 농 특산물을 개발하여 관광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시청 관광과는 시청에서 분리되어 별도로 현장에 사무실을 두고 근무하며 지역 관광산업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차 생산지로 유명한 야메시는 전국 2%의 차를 생산하지만,‘차의나라’라는 브랜드로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좋은 기후 덕분에 모든 작물이 잘되는 지역으로 전통국화와 장미생산지이기도 하다.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열악한 지자체를 인근지역으로 합병시켜 왔고, 지금까지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을 끊으면서 열악한 지자체는 인근 나은 지자체로 합병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작은 지자체를 서로 합병하고 있지만, 지역 반대로 무산 되는 경우를 보았다. 그러나 지역 합병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우리 지역을 살리는 일에 모두 힘을 합쳐 나서지 않으면 입학생이 없어서 학교가 폐교 되듯, 결국 타 지역에 합병될 수밖에 없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야메시청 관광과장의 설명을 통해 야메시의 관광정책을 통한 지역 농특산물 개발과 지산지소 운동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관광과 직원은 휴일 없이 교대 근무를 하며, 관광객에게 지역 농특산물을 알리게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야메시는 아직 도약의 단계에 있는 듯하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통해 경제적 창출을 하고 있는데, 지역적 특성화 관광정책은 사람으로서 뭔가 보여 주겠다라는 정책이다. 따라서 이곳 직매장에는 공예품 등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현재는 하루 평균 80명 정도가 관광 문의를 해오고 있으며, 관광과 사무실 마당에는 매일 부스를 세우고 관광객을 위한 직거래장을 열고 있었다.
연수단이 이곳을 떠나려 할 때 야메시 기타지마 부시장이 막 도착했다. 부시장은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여 달려왔는데, 마치 고향 사람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반가워하더니 한국말도 제법 잘 하였다. 우리가 탄 관광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작은 것의 소중한 한 가지를 배우는 날이다.
다섯째 날-➀아소디자인 센터 방문
칼데라를 중심으로 에코 투어리즘, 그린 투어리즘, 타운 투어리즘
아소지역은 2005년 12개 지자체를 1개시와 7개 정촌으로 합병했다. 이곳 아소디자인센터는 아소지역을 네트워크로 연결 하나라는 것으로 광역화 하여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예전에 아소를 찾는 관광객들은 많았으나 단순히 분화구를 구경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정도였다. 이러한 관광객을 체제형 관광으로 바꾸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여유로움 또는 한가로움을 컨셉으로 각종 투어리즘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소디자인 센터는 1990년 지역특산물과 연계하여 천혜의 자연조건을 관광화하기 위해 12개 지자체가 출자하여 설립하였다. 이러한 광역화 관광 추진에 각 지자체들의 기득권 목소리가 있고, 여러 목소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새로운 관광화 사업 추진에 따라 지역민들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민간단체와 주민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 이후 모두가 일심동체로 움직여서 아소전체를 잇는 순환버스 등 공공교통을 먼저 재편했다. 따라서 아소 전체를 돌아다니며 즐기는 관광형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역 경제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일본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울창한 산림을 보게 된다. 일본의 경우 목재를 많이 필요로 하는 생활방식에 따라 일찌감치 편백나무 등 경제적인 나무로 조림을 권장하였고, 전 산림의 40%가 조림으로 이루어져 산이 빽빽하다.
아소디자인센터는 행정에 의해 설립된 단체지만, 아소 지역 전체를 아울러 생각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사업을 추진하는 재단형태로 운영된다. 큐슈지역 중앙에 위치한 아소는 128km의 분화구 안에 6만여 주민이 농업을 통한 관광산업을 하며 거주하고 있는데, 화산분지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지역이다. 국립공원이 있으며 초원 자체를 자연그대로 살려 목초지로 사용한다. 목초지 조성을 위해 매년 2~3월에 분화구를 삥 둘러 에워싼 산을 태우는데 그 광경이 장관이어서 그 시기에 찾는 계절 관광객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목초지 조성을 위한 산태우기 작업에는 주민자치회에서 지역을 지키기 위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산꼭대기까지 이어지는 목초지에서는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거나 자유롭게 쉬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아소디자인 센터는 2005년 12개 지자체가 합병한 이후 아소지역 농촌과 교류할 수 있는 그린 투어리즘을 실시해왔으며, 상가를 산책하는 타운 투어리즘, 이 지역의 자연과 유적지를 돌아보는 에코 투어리즘을 총칭하여 칼데라 투어리즘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이러한 투어리즘은 스토리를 만들어 꾸준히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자체 인터넷 방송국을 통해 슬로우스티 아소 만들기의 전체구조와 칼데라 투어리즘을 즐기는 방법, 지역민들과 교류하는 모습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이 합병과 관광객 유치를 통해 어느정도 소득은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도 농촌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현재의 상태를 좀 더 이어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현재 일본과 우리나라가 똑같이 직면한 농촌 문제임은 분명하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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