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배려하고 지역민과 함께한 청자배 낚시대회
- 강진 청자배 전국 바다낚시대회를 마치고나서 -
김선(강진군 스포츠산업단)
지난 11월 15일 마량항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11월 17일 일요일 새벽 5시부터 시작하는 강진 청자배 전국 바다낚시대회에 참가하고자 멀리 경기도와 경상도에서 5~6시간씩 손수 운전을 하고 찾아온 200여명의 조사(釣士) 그들이다.
내게 있어 낚시는 중학교시절 뒷산 대나무를 꺾어 만든 낚시대로 손바닥 반만한 메기 한 마리 낚아 어항에 길러본 경험이 전부인 터라 내 깜냥은 낚시의 매력이 무언지 전혀 모르는, 조졸(釣卒)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낚시가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라는 편견이 머리에 있었지만 마량항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보면서 낚시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제법 쌀쌀한 날씨를 등에 안고 대회 전 미리 손맛을 보고자 찾아온 손님들 구경도 할 겸 대회 준비과정도 챙길 겸 미리 내려간 마량 토요축제 무대에서 우리를 보자마자 한국프로낚시협회 박재홍 회장님은 한마디 툭 던졌다.
“주무관님, 어제 밤에 마량항에 식당이나 술집에 술이 다 떨어졌는데 소문 못들었습니까?“ 경상도 억양의 무뚝뚝한 말투이었지만 내게는 어떤 말보다 기분 좋은 말로 다가왔다. 대회기간이 1일이라 경제적 파급 효과보다는 아름답고 깨끗한 대한민국의 미항인 마량항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큰 목적을 두었던지라 ‘사전 손맛’ 위해 이틀 전에 오신 손님들이 너무 반가웠고 ‘내가 강진군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뿌듯함이 절로 웃게 만들었다. 또한 예전부터 ‘낚시’하면 이른 새벽에 와서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불청객이라는 편견을 확 깨는 말이기도 했다.
한가지 더 놀란 것은 조사(釣士)님들의 행동이었다. 아름다운 항구를 이용하는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전원 쓰레기 봉투를 꺼내들었다. 선착장 주변, 토요축제장 무대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것이 아닌가.
한편 대회장 한편에 마련된 아이스박스에는 제법 씨알 굵은 감성돔이 아이스박스에 가득 담겨있었다. 제법 잡히는 돔을 보고 출전 선수들이 만족 해 한다고 하니 대회 당일이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11월 17일 일요일.
대회 당일 새벽 5시 아직 깜깜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마량항으로 가는 길에 흩뿌리는 비를 보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물고기들이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 가버려 한 마리도 못 낚을 수 있다는 말에 ‘이 정도 비가지고 무슨 지장이 있으랴’했지만 내심 바다로 나가면 기상이 육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말에 걱정이 되었다.
대회가 성황리에 마쳐진다면 그리고 이들의 입소문만 빌릴 수 있다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낚시꾼들이기에 전국 250만 낚시 동호인들에게 마량항과 강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후 1시, 대회가 잘 진행되기를 간절히 기도 했던 것이 통했던지 제법 씨알이 굵은 감성돔들이 계측을 위해 측정대 위로 차례로 올라왔다. 50cm가 넘는 자연산 감성돔들이 펄떡펄떡 뛰는 것을 보면서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옆에 서계시던 박재홍 회장님은 한술 더 떠 “저 정도 자연산 감성돔은 서울사람들은 맛볼 수가 없어예. 강진에 사는 게 복이다”고 하시면서, “오늘 자연산 회 로 배불리 드시라”고 하셨다.
오후 2시 30분 시상식 겸 폐회식을 하는 순간이다. 박재홍 회장님은 더불어 사는 세상 지역주민과 함께해야 한다며, 마량면 독거노인을 비롯, 관내 어르신들 50여분의 겨울내의를 준비하셨다. 시상식에 앞서 마량어르신에게 내의를 전달하는 훈훈함을 주셨다. 지난 4월 제주시 추자면에서 개최한 낚시대회에서는 추자초등학교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 ‘인라인스케이트’를 풀세트로 선물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오후 3시쯤 시상식과 폐회식을 모두 마친 후 이번 대회를 돌아보면서 환경을 지키고 지역주민을 배려하는 낚시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느 생활체육의 종목을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의식이 높고 많은 변화를 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항구를 사랑하며 쓰레기를 줍는 모습,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모습, 대회개최한 시군의 지역경제까지 생각하는 모습. 한국의 수산업의 대모인 동원산업이 스폰서일 뿐아니라 크고 작은 기업들이 서로 스폰서를 자처할 만큼 ‘매력적인 낚시’임을 널리 알리고 싶다.
내년 대회 때에는 숙박시설과 음식점, 그리고 강진 특산품매장을 잘 연결시키고 연맹과 인연도 잘 이어나가 올 해보다 더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올해보다 더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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