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일상
이동근(강진군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장)
갑오년을 새해를 시작하면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 인기 드라마의 가훈인「입장 바꿔 생각하자」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이것이 바로「배려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배려는 인간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기본 행위라 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실천이 그리 쉽지 않다. 남들이 또는 내 스스로가「그럼 당신은 타인에게 배려를 잘 하고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고「너나 잘해!」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항상 품고 있으며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가치관 변화로 우리 생활 속에서 어디까지가 배려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강제적인 규율을 통해 이를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다. 「배려」의 사전적인 의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내심과 친절함 속에 나 혼자만이 아닌 상대방이 느끼고 만족해야 만이 비로소 성립된다.」라고 한다. 경쟁시대 성과주의로 인해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에서가 아닌 체면치레, 질서유지를 위한 규정에 따라 수동적이고 강제적인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배려가 잘 되지 않으면 국가․사회적으로 법적 규제가 강해지고 구체화 되어 구속이 동반되기 쉬울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상대방이 만족을 얻을 리 만무하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법제화 된 틀도 중요하지만 사회통념과 도덕성을 우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써 자발적인 배려가 이루어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배려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현대 대중매체와 인터넷에서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요즈음 대세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치고 나가지 않으면 자기 순서를 놓치게 되고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또 「나만 아니면 돼!」하는 사고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폭로하여 나만 우뚝 서면 되고 과정은 필요 없다는 식의 TV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진정 배려하는 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울러 정보화 시대 인터넷 댓글이나 자유게시판 등을 이용한 비방과 인신공격 등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중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대중매체와 인터넷은 재미뿐 아니라 교육의 역할도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배려를 우선 모습으로 서로가 공존 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 해 본다.
사실 배려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늦가을 감나무 끝에 외로이 매달려 있는 까치밥에서 겨울나는 새들의 먹잇감을 걱정하는 조상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고, 뼈를 발라주시는 부모님의 거친 손에서 자식을 위하는 내리 사랑을 읽을 수 있으며, 쌀이 부족하던 시절, 어르신께서 쌀밥을 조금씩 남겨 놓는 모습에서 부엌식구를 생각하는 온정을 살필 수 있었다.
최근 모 신문에 보도 된 외국인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 ‘로드 레이지(Road Rage/도로 위 분노)’는 차량 이용이 절대적인 우리들에게 공감을 준 바 있었다. 차량 운행 중, 본인에게 양보 해 주신 분들을 위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손을 흔들어 주거나 묵례로 감사의 표시를 해 준다면 어떨까. 사소하지만 상대방에겐 배려있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으며 도로위의 분노를 삭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마음은 정화되고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삶이 될 수 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작고 사소한 데서부터 일어난다. 나부터 시작된 배려는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 그리고 또 다른 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2014년 화두를 배려로 삼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 실천에 옮겨 보시기를 조심스레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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