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
병영면 지로리
안명수 할아버지(90)
“6.25이후로 요리왔제.”
옴천에서 살다가 30살에 이곳 마을로 왔다는 안할아버지는 대뜸 그곳에서 못살겠으니까 왔다며 6.25때 이야기를 하신다.
“옴천면 동막이란 부락은 지방인민군들 사령본부여, 완도 진도 목포 해남 강진 이 금방에 있던 빨치산들이 후퇴하는 퇴로라 이거여, 여그서 장흥 유치로 넘어가 거기서 못 젼딘게 지리산으로 들어간거지, 좌익 우익으로 나뉘었는디 우익은 대개로 조금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좌익은 대중이 많았다고 봐야지. 해방 후 독립이 되아갖고도 낮에는 민주공화국 밤에는 공산공화국 그런 시상여······· 알기나 혀? 두가지로 살제, 나이를 묵은 사람은 다 그렇게 알고 50이나 먹은 사람은 그 말이 무슨 말이다냐 하제.”
안할아버지가 그 시대를 알기나 하냐며 살짝 눈을 흘기신다. 좌익과 우익으로 갈라져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여 버리는 세상이니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할아버지가 옴천 동막(東幕)을 한자로 써주신다. 몇 년 전에 영화로 제작되었던 웰컴 투 동막골의 영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성실하게만 살아온 안할아버지의 모습이 영화속의 마을 촌장 같아서일까. 같은 민족끼리 총대를 겨누고 싸워야 했던 6.25전쟁의 기억이 할아버지의 기억에서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우리 이렇게 말고 다른 곳에서 다르게 만났다면 되게 재밌었을 텐데··· 안 그래요?> 웰컴 투 동막골에서의 인민군 장교 리수화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9월28일 이라고 안할아버지는 날짜를 기억한다. 산으로 피난하여 사흘 동안 머리위에 이슬을 하얗게 맞으며 뜬 눈으로 지냈다. 마을사람들은 군경이 점령할 때는 군경의 뒷바라지를 했고 빨치산이 점령할 때는 그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그러던 중 빨치산100여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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