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먹는 일, 또는 먹음새에 관련된 어찌씨들을 살펴보자. 음식이나 재물 욕심으로 염치없이 구는 모양은 ‘갈갈’ ‘걸걸’, 치사하고 구차스럽게 구는 모양은 ‘갈근갈근’ ‘걸근걸근’이라는 어찌씨로 나타난다. ‘껄떡껄떡’은 무엇을 매우 먹고 싶어서 연방 입맛을 다시거나 안달하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입맛을 다시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어찌씨로는 ‘짝짝’ ‘쩍쩍’과 ‘짭짭’ ‘쩝쩝’ 같은 것들이 있다. ‘껄떡이’는 ‘껄떡껄떡하는 사람으로, 음식이나 재물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뜻한다.
‘지범지범’은 음식을 체면도 돌보지 않고 이것저것 자꾸 집어먹는 모양, ‘아귀아귀’나 ‘어귀어귀’는 음식을 욕심 사납게 계속 입으로 가져가거나 잔뜩 입 안에 넣고 악착스럽게 씹어 먹는 모양을 가리킨다. 입의 양쪽 구석을 입아귀 또는 아귀라고 하는데, ‘아귀아귀’는 입아귀가 터질 듯이 음식을 밀어 넣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아니면 배고픈 귀신 아귀(餓鬼)가 먹는 모양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아귀는 계율을 어기거나 탐욕을 부리다 아귀도(餓鬼道:아귀들이 모여 사는 세계)에 떨어진 귀신으로, 몸은 앙상하게 말랐지만 배는 엄청나게 큰데 목구멍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늘 배가 고파 괴로워한다고 한다. 아니다. 아귀는 목구멍이 좁아서 음식을 ‘아귀아귀’ 먹을 수가 없겠다.
반대로 음식을 시원스럽게 먹지 못하고 다랍게 조금씩 먹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은 ‘쪽잘쪽잘’이다. 음식이 달갑지 않아서 자꾸 억지로 느릿느릿 먹은 모양은 ‘깨지락깨지락’ ‘께지럭께지럭’ ‘깨작깨작’ ‘께적께적’ 같은 말들로 나타낸다. 뒤의 두 낱말은 앞의 두 낱말의 준말이다. ‘깨죽깨죽’ ‘께죽께죽’은 음식을 먹기 싫은 듯이 자꾸 되씹는 모양을 뜻한다. ‘깨죽깨죽’은 깨죽이 두 그릇인데, 깨죽에 뭐가 그리 씹을 것이 있다고 깨죽깨죽 씹고 있는 걸까.
‘할짝’ ‘할쭉’은 핥는 모양, ‘깔딱’ ‘껄떡’ ‘꼴딱’ ‘꼴까닥’ ‘꿀꺽’ ‘꿀꺼덕’ ‘꼴닥’ ‘꿀떡’ ‘꼴칵’ ‘꿀컥’은 삼키는 소리나 모양, ‘호록’ ‘호로록’ ‘후룩’ ‘후루룩’ ‘호르르’ ‘후르르’ ‘홀짝’ ‘훌쩍’은 국물이나 국수 같은 것들을 마시는 모양이나 소리를 나타내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모두 ‘할짝할짝’ ‘꿀컥꿀컥’ ‘훌쩍훌쩍’과 같이 되풀이말을 만들 수 있는 말들이다. ‘홀홀’ ‘훌훌’은 죽같은 묽은 액체를 들이마시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번에는 씹는 모양이나 소리를 가리키는 어찌씨는 어찌씨들을 살펴볼 차례인데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야물야물’은 어린아이나 염소, 토끼 같은 것이 무엇을 먹느라고 잇따라 입을 귀엽게 움직이는 모양, ‘오물오물’ ‘우물우물’은 음식을 시원스럽지 못하게 자꾸 씹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가 빠진 입으로 오물거리거나 우물거리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은 ‘흐물흐물’ ‘후물후물’이다. ‘자근자근’ ‘지근지근’은 가볍게 자꾸 씹는 모양을 나타낸다. 껌이나 오징어 같은 것을 씹는 모양은 ‘잘강잘강’ ‘질겅질겅’ ‘아기작아기작’ ‘어기적어기적’ ‘아깆아깆’ ‘어깆어깆’ 같은 말들로 표현한다. 뒤의 네 낱말은 걸음새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연하고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을 씹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은 ‘아삭’ ‘아삭아삭’ ‘아사삭’ ‘아사닥아사닥’ ‘어석’ ‘어서석’ ‘어석어석’ ‘어서석’ ‘어서석어서석’ ‘아싹’ ‘아싹아싹’ ‘어썩’ ‘어썩어썩’ ‘아삭바삭’ ‘어석버석’ ‘으썩’ ‘으썩으썩’ 같은 것들이다. ‘아작’ ‘아짝’ ‘어적’ ‘어쩍’ ‘으적’ ‘으쩍’ ‘와작’ ‘와짝’ ‘우적’ ‘우쩍’ ‘아지작’ ‘으지적’ 같은 말들은 김치나 깍두기 같은 것을 씹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낸다. 이 말들도 역시 되풀이말을 만들 수 있다.
‘볼각볼각’ ‘불걱불걱’ ‘볼강볼강’ ‘불겅불겅’ ‘불근불근’ ‘볼근볼근’ ‘옴질옴질’ ‘움질움질’은 단단하고 질긴 것을 씹는 모양, ‘오독’ ‘오독오독’ ‘오도독’ ‘오독독오도독’ ‘우둑’ ‘우둑우둑’ ‘우두둑’ ‘우두둑우두둑’ ‘와드득’ ‘와드득와드득’ ‘올강볼강’ ‘울겅불겅’ ‘올강올강’ ‘울겅울겅’ ‘올공올공’ ‘올공볼공’ ‘올근올근’ ‘울근울근’ ‘울근불근’은 단단하고 오돌오돌한 것을 씹거나 깨무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낸다.
음식을 먹을 때 잔모래나 흙 따위가 섞어서 자꾸 씹히는 모양은 ‘자금자금’ ‘지금지금’ ‘자분자분’ ‘지분지분’ 같은 말들로 나타낸다. ‘저분저분’은 밀가루 같은 것이 부드럽게 씹히는 모양을 뜻한다. ‘저분저분’의 ‘분’은 ‘가루 분(枌)이 아닐까.
일껏 먹은 음식을 개워 내는 모양이나 소리를 나타내는 어찌씨들도 많다. ‘올각’ ‘올깍’ ‘올칵’ ‘울걱’ ‘울꺽’ ‘울컥’ ‘왈깍’ ‘왈딱’ ‘월떡’ ‘왈카닥’ ‘월커덕’ ‘월컥’ ‘왈칵’ ‘울커덕’ 같은 말들이다. 이 말들도 두 번 반복해 되풀이말로 쓸 수가 있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아물아물 : 어린아이나 염소, 토끼 같은 것이 무엇을 먹느라고 잇따라 입을 귀엽게 움직이는 모양
지범지범 : 음식을 체면도 돌보지 않고 이것저것 자꾸 집어먹는 모양
쪽잘쪽잘 : 음식을 시원스럽게 먹지 못하고 다랍게 조금씩 먹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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