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든 인류는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한다. 생(生)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 식(食)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를 해결하는 자만이 생을 유지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역문화의 중심에는 늘 음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유교의 이념인 인(仁), 예(禮)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음식문화가 가장 기본이다.
우리나라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예전에는 계절에 따라 농수산물이 생산되었으나, 현대는 사시사철 재배, 생산과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 장소에 납품이 가능한 시대로 탈바꿈하였다. 식재료가 다양해짐에 따라 음식문화 또한 변화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 식단에는 지역 농수산물보다는 외지에서 대량생산된 식재료가 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해 보고자 정부와 각종 기관에서는 재래시장 활성화와 지역 농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지역 농수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이웃나라 일본에서 시행 중인 “미치노에키”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 군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본의 “미치노에키”는 국도변(도로변)의 역(驛)으로 번역이 되며, 말 그대로 “국도변 또는 주민이 많이 생활하는 도심지에서 운영하는 직거래장터”를 말한다. 운영 주체는 시에서 직접 하는 경우, 우리가 방문했던 다테 시처럼 독립하여 운영하는 경우, 유바리 시처럼 농협에서 운영하는 경우로 다양하다. 현재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필요한 생필품과 농수산물 매매뿐만 아니라 정보를 교환하는 휴게소이자 주민의 집합지로서의 역할 또한 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다테 시”(伊達市)에서 부시장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후 시장의 권유로 다테 시 미치노에키 대표를 맡고 있는 오오쯔보 테츠오의 설명에 따르면, 당초의 다테 시의 미치노에키는 시(市)가 주체가 되어 소규모로 직접 운영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와 농업인들의 호응도가 너무 좋아 현재는 시민의 왕래가 빈번한 장소로 이전하고 규모를 확장하여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농민이 직접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 다테 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이곳에 들러 지역의 특산물과 품질 좋은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관광정보를 얻거나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인구 3만 6천명으로 많은 부분이 우리 군과 비슷한 다테 시는 농업과 관광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고 있다. 농어가가 생산한 농수산물 대부분이 이 미치노에키를 통해 출하한다. 운반과 선별, 계근(무게저울), 포장까지 이곳 작업장에서 농가가 한다. 그리하여 신선도가 높고 중간마진이 없는 직거래가 가능하게 되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판매자인 농어민들은 집이나 농장에서 일을 하다 자기 상품의 판매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점검할 수 있으며 상품이 고갈되면 다시 채워 놓을 수도 있다. 농어민들이 농수산물 생산이력을 부착하고 가격을 결정한 후 판매가 되면 대금은 통장으로 자동 입금된다. 수수료는 10% 내외다. 농민들이 재미를 붙이는 것은 판매대금이 그때그때 입금되어 생산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며, 소비자 또한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양자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치노에키가 4천여 개가 있으며, 홋카이도에만 104개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미치노에키와 비교할 수 있는 우리나라 직거래 농수산물 판매방식은 “로컬푸드(Local Food)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우리나라 로컬푸드 판매방식은 일본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치노에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로컬푸드 판매장이 없는 강진을 포함한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미치노에키 성공사례는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중간 유통단계가 많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생산자는 헐값에, 소비자는 비싸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로컬푸드 사업 추진에 대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군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할 시점에 놓여 있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우리 강진은 전형적인 농업 군이다. 농업인구가 30%로 단일 직종으로는 제일 큰 규모다. 주식인 쌀을 비롯해서 과수, 채소, 특용작물, 육류, 수산물까지 강진에서 생산되지 않는 먹거리는 거의 없다. 우리 고장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이 “로컬푸드”를 통해서 밥상에 오르게 된다면 군민 모두가 환영할 것이다.
강진농협에서 2003년 개장한 파머스마켓은 우리 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하여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지역 농산물의 직거래를 활성화하여 농가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유바리 시의 미치노에키처럼 강진농협 파머스마켓에서 우리 군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로컬푸드 사업이 운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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