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는다고 할 때의 움직씨 ‘입다’ 대신 쓸 수 있는 것으로는 ‘걸치다’ ‘두르다’ ‘꿰다’ 같은 말들이 있다. ‘걸치다’는 옷을 대강 옷걸이(이때의 옷걸이는 몸이다)에 걸어 놓는다는 느낌이고, ‘두르다’는 적당히 싸서 가린다는 느낌, ‘꿰다’는 팔이나 다리를 대충 끼워 넣는다는 느낌을 준다. ‘대강, 적당희, 대충’이라는 어찌씨를 쓴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런 말들에는 옷맵시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옷을 입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외양을 꾸미지 않는다는 뜻의 말로는 ‘퍼벌하다’가 있다.
옷차림이란 ‘옷을 차리는 일’이고 ‘옷을 차리는 일’은 ‘옷을 격식에 맞게 갖추어 입는 일’을 뜻한다. ‘차리다’라는 움직씨는 ‘밥상을 차리다’ ‘정신을 차리다’ ‘살림을 차리다’ ‘실속을 차리다’ ‘예절을 차리다’와 같이 쓰임새가 많은 말인데, 군대에 가면 지겹도록 듣게 되는 구령인 ‘차려’도 ‘차리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합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듣기 좋운 말로 바꿔 놓은 ‘얼차려’라는 말도 얼, 즉 정신을 차리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그러면 옷차림이라는 말뜻에 걸맞게 옷을 입는 것을 나타내는 움직씨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쪽’이라는 어찌씨와 함께 ‘쪽 빼 입다’의 형태로 많이 쓰이는 ‘빼다’가 있다. ‘빼뜨리다’는 ‘빼다’의 힘줌말이다. ‘뼈물다’는 옷치장을 한다는 뜻이고, 옷을 위풍당당하거나 매우 멋지게 입는 것은 ‘떨쳐 입는다’고 한다. ‘몽글리다’도 옷맵시를 가뜬하게 차려 모양을 낸다는 뜻이다. ‘몽글리다’는 원래 ‘몽글게 하다’라는 뜻이고, 그림씨 ‘몽글다’는 벼 같은 낟알이 까끄라기나 허섭스레기가 붙어 있지 않아서 깨끗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허섭스레기는 좋은 것을 고르고 난 뒤의 찌꺼기 물건, 까끄라기는 벼나 보리의 수염이나 그것이 도막난 동강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몽글린다’는 말은 벼에서 허섭스레기나 까끄라기를 골라내는 것처럼 옷차림에서 보기 싫거나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없애서 맵시가 나게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옷차림을 나타내는 그림씨들을 보자. 옷차림이 수수하고 아름다운 것은 ‘술명하다’고 한다. 저고리 같은 것을 입을 때 매고 여미는 뒷단속을 매무시라고 하고, 매무시한 뒤의 모양새나 맵시를 매무새, 옷을 입고 매만진 맵시를 맨드리라고 하는데, 매수새나 맨드리는 옷을 입은 맵시를 뜻하는 옷거리와 통하는 말이다. 매무시를 잘해서 옷거리가 좋은 것은 ‘옷답다’는 말로 나타낸다. 옷맵시는 ‘옷걸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옷거리가 좋아서’ 나는 것이니까 옷걸이는 옷장에 걸어 두고 매무시를 잘해서 옷거리가 좋게 만들자.
반대로 옷이 좀 낡거나 좀 싸구려인 듯하여 겉모습이 보잘 것 없을 때는 ‘허름하다’ ‘헙수룩하다’ ‘추레하다’ 같은 말들로 표현한다. ‘추레하다’는 ‘초라하다’의 큰말이다. 또 옷이 젖거나 풀기가 죽어서 보기 흉한 것은 ‘호졸근하다(큰말은 후줄근하다)’ ‘휘주근하다’고 한다. 옷이 맵시가 없이 때가 묻어 더러울 때는 ‘꾀죄하다’, 꾀죄한 정도가 심하면 ‘꾀죄죄하다’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꾀죄죄하다’를 ‘꼬지지하다’라고 말한다. 발음하기 어려운 ‘외’ 소리가 세 번이나 되풀이되니 그럴 만도 하다. 방아타령을 만들었다는 백결 선생이 입던 옷처럼 여러 군데를 덧붙여 기운 옷은 ‘나닥나닥하다(큰말은 너덕너덕하다)’ ‘노닥노닥하다(큰말은 누덕누덕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저기 기운 헌 옷을 나다기나 너더기, 또는 노다기라고 하지 않고 하필이면 누더기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심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서 노닥노닥 노닥거리기 딱 알맞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옷의 길이가 키보다 좀 짧을 때는 ‘살망하다(큰말은 설멍하다)’고 하고, 옷이나 신이 몸이나 발에 비해 지나치게 작을 때는 ‘째다’라는 움직씨로 나타낸다. 아랫도리가 드러나도록 옷의 길이가 짧을 때는 ‘덜름하다’ ‘강동하다(큰말은 겅둥하다, 센말은 깡똥하다)’ ‘깡동하다’고 한다. 짧은 바지는 깡동바지라고 하고, 짧은 바지나 치마, 흔히 ‘똥꼬바지’나 ‘똥꼬치마’로 불리는 옷들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깡동바지나 깡동치마보다 정도가 더한 것이니까 가장 크고 센말인 ‘껑뚱하다’를 이용해 ‘껑뚱바지’ ‘껑뚱치마’라고 하면 어떨까. 좀 생뚱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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