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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걸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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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강 맑은 물은 보림사의 정화수 되고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우주가 만들어지면서 중앙에 수미산이 우뚝 솟고 그 수미산을 중심으로 산과 바다가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데 이를 구산팔해(九山八海)라고 한다. 그리고 그 바깥에 네 개의 대륙인 북구로주, 서우화주, 동승신주, 남섬부주가 있는데 우리 인간이 사는 곳이 남섬부주이다. 이러한 불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시설이 사찰이다.
사찰을 불교세계관과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쉬운데 하천, 다리, 가람(토지와 건축물을 모두 포함해 사원을 총칭하는 말)은 사찰을 구성하는 3요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릿속으로 사찰을 떠올리며 걸어보자. 사찰을 향해 가다보면 가장 먼저 냇물을 만난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다리를 통해 사찰로 이어지는 길을 걷게 되는데 이 냇물과 다리는 수미산 우주론에서 성지(聖地)와 속세(俗世)를 구분하는 향수해(香水海)를 상징한다. 그 다음에 일주문이 나타난다. 이 일주문은 수미산의 최하단으로 성역(聖域)의 시작점을 상징한다. 그 다음 천왕문은 수미산의 중턱으로 사왕천을 상징하며 해탈문은 수미산 정상의 방형(方形:네모 반듯한 모양)공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사찰의 핵심인 대웅전은 수미산 꼭대기(도리천忉利天)에 있는 선견성(善見城)을 상징한다.
달리 말하면 남섬부주에서 사는 사람이 바다를 건너 수미산까지 가는 과정을 축소시킨 것이 마을에서 사찰의 대웅전까지 가는 길과 같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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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진강 상류의 물줄기는 장흥 보림사를 휘감고 돌아 나온다 |
그런데 이 탐진강의 맑은 물이 지나는 곳에 보림사가 들어선 것이다.
사찰 앞에 냇가가 있는 것은 발을 씻고 들어오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는 인도나 남방불교권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 사는 풍습과 관계가 있다. 우리는 맨발로 불전에 들어가는 것이 결례이지만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는 맨발로 들어가는 것이 예의라고 하니 하천을 지나는 물은 단순한 음용수나 생활용수가 아니라 정화의 상징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찰 앞 하천을 지나는 다리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발을 씻는 문화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통 그 다리의 명칭은 해탈교(解脫橋)나 피안교(彼岸橋)라 불리는데 이는 번뇌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의 해탈, 속세(俗世)또는 차안(此岸:이쪽 언덕)으로부터 벗어난 성역의 의미인 피안(彼岸:저쪽 언덕)의 세계로 건너간다는 의미가 되겠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연꽃이 불교의 상징이 된 이유를 감지할 수 있다. 연꽃이 뿌리는 더러운 진흙(속세)에서 나왔으나 물을 통해 정화되고 물 위로 올라와 깨끗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특징이 불교세계관은 물론 사찰을 구성하는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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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의 경내임을 밝히는 일주문과 그 앞을 지나가는 냇물 |
보림사는 동양 3보림(인도의 가지산 보림사, 중국의 가지산 보림사, 한국의 가지산 보림사)의 하나로 신라말 원표대사가 창건했다. 가지산(迦智山) 보림사(寶林寺)는 원표선사가 세운 암자에 860년경 신라 헌안왕의 권유로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해 선종을 도입함과 동시에 맨 먼저 선종이 정착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두 가지 국보와 여덟 가지 보물을 보유해 단일 사찰로는 상당한 량의 유물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보림사의 상징처럼 불리는 국보 제 117호 철조 비로자나불(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지혜의 빛이 세상을 두루 비추어 가득하다는 뜻으로, 부처의 진신(眞身)을 이르는 말이다) 좌상은 우리나라 철불 중 조성연대가 가장 빨라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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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외호문에 들어서면 일직선 상에 놓인 대적광전 앞의 삼층석탑을 볼 수 있어 방문객에게 사찰 감상의 묘미를 선사한다 |
보림사는 특히 외호문, 사천문, 대적광전에 이르는 길이 일직선으로 놓여있어 입구에서부터 대적광전을 바라보면서 사찰 경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보림사를 찾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면 자유낙하식(自由落下式) 화장실이 있다는 것인데 한옥 형태로 지어져 있어 기둥과 대들보, 그리고 나이테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근심을 해결(解憂)해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
보림사를 휘감고 도는 맑은 물 탓일까? 보림사 뒷산에는 선사들이 중국에서 들여온 차나무가 있어 수행과 차는 둘이 아니라는 선차일여(禪茶一如)의 도량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곳에서 만들어진 차인 보림백모는 다성 초의선사가 직접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탐진강물은 그렇게 수 천년 보림사를 휘감아 돌면서 선승들과 도량을 찾는 중생들에게 영혼을 씻어주는 정화수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보림사 앞을 지난 물줄기는 지도에 숫자 3자를 그리고 봉덕리에서 용문리로 들어선다.
시냇물이 탐진강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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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를 벗어난 물줄기는 탐진강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
용문리에 도달한 물줄기는 이제부터 탐진강이라고 불린다.
탐진강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여러 곳이 있겠지만 나는 녹룡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서 유치면사무소 방향으로 잠시 이동했다. 유치면사무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풍갈대습지는 장흥댐 물문화관, 생태문화공원, 심천공원, 정남진 물과학관 등 시설물과 더불어 탐진강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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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댐 신풍갈대습지에서 고니가 먹이를 포착하고 갈대숲으로 내려오고 있다 |
신풍갈대습지는 지난 2004년 12월, 장흥군 유치면 신풍리 수몰지에 47,050㎡(14,220평)의 면적으로 조성됐다. 수생식물식재를 통해 비오염원 제거로 저수지 수질 개선과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 보호를 목적으로 위해 조성된 이 갈대습지는 현재 의도대로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지친 날개를 쉬었다가 다시 날아가곤 한다.
갈대숲 사이로 약 50m의 관찰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현재는 안전상의 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나중에 시간되면 신풍갈대습지로 소풍가서 김밥을 먹으며 한나절 동안 고니떼의 군무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먹이사냥을 하는 고니를 지켜본 후 다시 장흥댐 물문화관을 방문하기 위해 갈대습지에 마음을 두고 떠났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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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림, 3대 사찰, 3보 사찰?
가끔 동양 3대 사찰로 설명하면서 본래의 뜻을 왜곡하기도 하는데 동양 3보림과 3대 사찰은 그 의미가 다르다. 동양 3보림은 각기 다른 세 나라에서 동일한 지명의 산과 동일한 사찰명(보림)을 사용해서 동양 3보림이라 불리는 것이지 3대 사찰과는 엄연히 다르다.
3대 사찰이라는 표현도 사실 옳은 것은 아닌데 3보 사찰이 옳은 표현이다.
한국의 3보 사찰은 불·법·승 3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찰을 의미하는데 조계종 기준으로 불보 사찰인 양산 통도사(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있는 사찰), 법보 사찰인 합천 해인사(팔만대장경이 있는 사찰), 승보 사찰인 순천 송광사(16국사를 배출한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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