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교과서 사기열전 (4)
노자 ․ 장자 ․ 신자 ․ 한비 열전
노자는 무위(無爲)하면 백성들이 절로 감화되고 밝고 고요하면 절로 착하게 되도록 했으니…
노자(老子)는 초나라 고현사람이다. 성은 이(李)씨이고 이름은 이(耳)다. 그는 주나라의 장서를 담당하는 사관이었다.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노자에게 예(禮)란 무엇인가 하고 묻자 노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옛 성인도 이미 육신의 뼈가 다 썩어져서 이제는 그대들이 말했던 말만 남아있을 뿐이오, 군자는 때를 만났을 때 수레를 타는 귀한 몸이 되지만, 때를 만나지 못했을 땐 쑥밭을 헤매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오, 내가 들으니 훌륭한 장사치는 물건을 깊숙이 숨겨 놓고 밖에서 볼 때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실하지만, 군자는 풍성한 덕을 지니고서도 겉모습은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욕심, 방자함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그것은 그대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할 말은 이 것 뿐이오.”
공자는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새라면 잘 날 수 있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칠 수 있으며 짐승은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달리는 것은 그물을 쳐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것은 낚시로 잡을 수 있으며 나는 것은 화살로 잡을 수가 있다. 하지만 영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니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 같아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노자는 도와 덕을 닦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학문이 드러나지 않도록 힘썼다. 그는 주나라에 오랫동안 지내다가 주나라가 쇠락해지자 그곳을 떠났다. 그가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을 때 관령과 윤희가 이렇게 청했다.
“선생께서는 앞으로 운둔하고자 하시니 부디 저희들을 위해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노자는 상․하 편으로 지어진 도와 덕에 관한 약 5천 자를 써준 뒤 떠났는데, 그후 노자의 말년이 어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춘추시대의 노래자(老萊子:난세를 피해 몽산 기슭에서 농사를 지르면 살았다고 한다. 초나라 왕이 그가 현자임을 알고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는 초나라 사람으로 책 열다섯 편을 지어 도가의 깊은 뜻을 말하였는데, 그는 공자와 같은 시대의 사람이었다”고 했다.
노자는 대체로 160여 살 또는 200여 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는 도를 닦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
공자가 죽은 지 129년이 지난 후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주나라 태사(사관) 담(儋)이 진나라 헌공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진니라는 처음에 주나라와 합쳐졌다가 5백년 만에 갈라지고, 갈라진 지 70년이 지나면 패왕(霸王)이란 자가 나타날 것이다”
하였다.
어떤 사람은 담이 노자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하니 그 진위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노자가 숨어 사는 군자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노자의 아들은 그 이름이 종(宗)으로 그는 위나라 장군이 되어 단간 땅에 봉해졌다. 종의 아들은 주(注)이고, 주의 아들은 궁(宮), 궁의 현손은 가(假)였다. 가는 한나라 문제를 섬겼다. 가의 아들 해(解)는 교서왕 앙(卬)의 태부가 되어 대대로 제나라에서 살았다.
세상에서 노자를 배우는 사람들은 유학을 배척하고 유학자들 역시 노자를 배척한다.
“길이 같지 않으면 서로 뜻을 달리 한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노자는 무위하면 백성들이 절로 감화되고 밝고 고요하면 절로 착하게 되도록 했다.
찬란한 비단옷을 입은 소도 결국 죽게 되면 새끼 돼지만도 못하노니
장자(莊子)는 몽현(蒙縣)의 사람으로 이름은 주(周)이다. 그는 일찍이 몽현의 칠원이라는 곳에서 관리노릇을 하였고, 양나라 혜왕, 제나라 선왕과 같은 시대의 사람이다. 그는 박학다식하고 학문이 높아 통하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 그 학문의 뿌리는 노자의 학설이었다. 십여만 자에 달하는 그의 책들은 대부분 우화들이었다. 그는 ⌜어부⌟ ⌜도척⌟ ⌜거협⌟ 편을 지어 공자 무리를 비판하고 노자의 가르침을 알렸다. 외루허와 항상자 같은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 허구이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문장만큼은 매우 훌륭해서 세상사를 밝히고 사람의 마음에 어울리는 것을 들어 유가와 묵가를 공격했다. 당시의 이름높은 대학자들도 그의 공격을 맏지 못했다. 그의 말은 대양처럼 거침이 없고 자유로웠으므로 왕과 공, 대인들도 그를 등용하지 않았다.
초나라 위왕이 장자의 높은 학문의 세계를 듣고 사신을 보내 넘치는 예물을 주고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했을 때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천금이라 하면 엄청난 거액이요, 재상이라 하면 높은 자리입니다. 그대는 제사를 지낼 때 재물로 바치는 소를 보지 못했소? 그 소는 몇 년간 길러진 후에 찬란한 비단 옷에 입혀져서 마침내 태묘에 바쳐지지요.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새끼 돼지가 되겠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대는 그만 돌아가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시오. 나는 차라리 더럽고 탁한 시궁창에서 내 맘 대로 노닐지언정 나라를 가진 군왕의 구속을 받으며 살고 싶지 않소. 나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벼슬자리에 나아가지 않고 내 뜻대로 즐거이 살고 싶소.”
신불해(申不害)는 경읍(京邑) 사람으로 원래는 정나라의 별 볼일 없는 하급 관리였다. 그는 법가의 학문을 배워 한나라 소후에게 유세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다. 그는 15년 동안 안으로는 정치와 교육에 힘쓰고 밖으로는 여러 제후들을 상대했다. 그가 살아서 활동하는 동안 한나라는 태평성대를 이루었고 병력도 막강해서 아무도 침범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황제(黃帝)와 노자에 바탕을 두고 형명학(한비자가 주장한 학문)을 내세웠는데, 두 편을 글을 쓴 것은 ⌜신자申子⌟였다.
역린
한나라 귀족의 한비(韓非)는 형명과 법명의 학설을 좋아하였지만 역시 그것은 황제와 노자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한비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더듬는 바람에 유세는 잘하지 못했지만 문장은 뛰어났다. 그는 이사(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병합했으나 환관 조고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람)와 함께 순자를 섬겼는데, 이사는 자신이 한비보다 못하다고 자인할 정도였다.
한나라가 차츰 쇠약해지는 것을 본 한비는 여러 차례 글을 올려 한왕(韓王)에게 간언했지만 한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비는 군주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법과 제도를 바로세우고 권세로써 신하를 다스려 부국강병을 꾀하는 한편 인재를 널리 구해서 어진 사람을 등용하기에 앞서 오히려 무능하고 쓸데없는 소인배들을 쓰면서 그들을 공로가 있는 자 위에 앉히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했다.
한비는 생각하기를 <유학자는 글로써 국법을 어지럽히고 협객은 칼로써 나라의 법을 어긴다> 여겼다. 나라가 평안할 때는 유학자를 귀하게 여기고 나라가 위급할 때에는 갑옷 입은 무인들을 등용한다. 지금 녹을 주고 기르는 사람은 나라가 위급할 때 쓸 수 없는 자들이고 위급할 때 쓰이는 사람은 평소 나라에서 쓰지를 않는다. 한비는 청렴하고 강직한 신하가 사악한 신하들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슬퍼하고, 지난 날 군주들의 성패 득실을 살펴 ⌜고분⌟⌜오두⌟⌜내저설⌟⌜외저설⌟⌜세림⌟⌜세난⌟ 편 등 10여만 자의 글을 썼다. 그런데 한비가 유세의 어려움을 알고 쓴 ⌜세난⌟ 편은 매우 자세하게 썼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신은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세난 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체로 유세의 어려움이란 자신의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말솜씨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자재로 다 말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대저 유세의 어려움이란 듣는 이의 심정을 통찰하여 듣는 이가 바라는 것에 맞추어 내 주장을 펼치는 데 있다.
상대방이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큰 이익을 바라면서 고귀한 명성에 대해 말한다면 그를 상식 없고 세상 물정에 어둡다고 여겨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는 큰 이익을 바라면서 겉으로는 큰 명성을 내세울 때 명성에 대해 말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내심으로는 멀리할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큰 이익을 말한다면 내심으로는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멀리하는 채 할 것이다. 유세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릇 세상일이란 비밀을 지킴으로써 이루어지고 누설하면 그르친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유세자가 우연히 군주가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비밀을 말한다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군주에게 과실이 있을 때 유세자가 거침없이 그 잘못을 들추어낸다면 그 몸 또한 위태로워진다. 유세자가 군주의 신임을 아직 받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지혜를 다해 말한다면 설령 공을 세운다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 실패하면 또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대체로 군주는 타인에게 계책을 얻었다 할지라도 자신이 한 것처럼 내세우려고 하는데, 유세자가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면 목숨이 위태롭다. 또 군주가 겉으로는 이 일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그 일을 멈추게 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군주에게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거나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을 막으려 한다면 목숨이 위태롭다.
그러므로 현명하고 어진 군주에 대해 말하면 자기를 비방한다고 의심할 것이고, 미천한 자를 말하면 군주의 권세를 팔아서 이용한다고 오해할 것이며, 군주에게 미움을 당한 사람을 논하면 자기를 떠 본다고 오해할 것이다. 말을 꾸미지 않고 직언하면 무식하다며 가볍게 여길 것이고, 사실에 근거해 이치에 맞는 말을 하면 겁이 많은 겁쟁이라 할 말을 다 하지 못한다 할 것이고, 거침없이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유세의 어려움이니 잘 새겨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추켜세우고 단점은 말하지 않고 덮어주는 것이다. 군주가 자신이 세운 계책을 지혜로운 것으로 여기면 그 단점을 꼬집어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되고, 자신의 결단을 용감한 것이라고 여기면 그를 반대해 군주를 노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군주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자부한다면 실행의 어려움을 들어 용기를 꺾지 말아야 한다.
유세자는 군주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함께 하려 한 자가 있으면 격려해야 한다. 또한 군주와 같은 실패를 하는 자가 있으면 실패를 탓하기에 앞서 두둔해 주어야 한다. 충성이란 군주가 깨달을 때까지 거스르지 않고 주장을 내치지 않아야 비로소 군주의 신임을 얻고 의심을 받지 않는 길이다. 이렇게 하여 오랜 세월이 지나 군주의 신임이 두터워지면 그 때 군주에게 자신이 아는 바를 다 말 할 수 있다. 분명히 이해를 따져 공을 세우고 솔직하게 옳고 그름을 지적해도 자신의 몸을 빛내면서 군신의 도리를 지킬 수 있을 터이므로 이것이야말로 유세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윤(상나라 때 유명한 재상)은 요리사가 되었고 백리해(본래 우나라 대부였으나 진나라 헌공이 우나라를 멸할 때 생포되었다)는 포로가 되었는데 이는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길을 택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면서도 이처럼 자신의 몸을 수고롭게 하여 천박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보건대 재능이 있는 인재라도 수고로운 일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송나라에 어떤 부자가 있었다. 비가 쏟아져 집의 토담이 무너지자 아들이 말했다.
“고쳐 쌓지 않으면 도둑을 맞을 것입니다.”
이웃집 주인도 똑같이 충고하였다. 밤이 되어 역시나 도둑을 맞아 재물을 잃었는데, 부자는 아들이야말로 현명하다 여겼고, 이웃집 주인에게는 의심을 품었다.
옛날 정나라 무공(武公)은 호(훗날의 흉노족)를 치려고 자기 딸을 호나라 군주에게 시집보냈다. 그런 뒤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짐이 군사를 일으키려고 하는데 어느 나라를 치면 좋겠소?”
그러자 관기사란 자가 말했다.
“호나라를 쳐야 합니다.”
무공은 바로 관기사란 자를 주살하라 이르고는 이렇게 말했다.
“호는 형제의 나라인데 어찌 그대는 호를 쳐야 한다고 말하는가?”
호의 군주는 이 말을 듣고 정나라를 가까운 나라라 여긴 나머지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틈을 노린 정나라 군사는 호나라를 습격하여 함락시키고 말았다.
송나라 부자의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은 말이었지만 의심을 받거나 죽임을 당했다. 이는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것이다.
옛날 미자하란 사람은 위나라 군주의 사랑을 받았다. 위나라 법에는 군주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두 다리를 자르는 월형(刖刑)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갑자기 미자하는 어머니가 병이 나자 급했던 그는 군왕의 수레를 타고 궁궐을 나섰다. 나중에 군주는 이 말을 듣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효성이 지극하구나.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월경까지도 마다하지 않으니 얼마나 효성이 깊은가.”
한번은 미자하가 군주와 함께 과수원에 행차하였다. 미자하는 군주와 함께 과수원을 거닐었는데,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맛이 너무도 좋아 먹던 복숭아를 군주에게 바쳤다. 그러자 군주가 이렇게 말했다.
“임금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구나. 얼마나 나를 생각했으면 자신이 먹고 있었던 사실도 망각한 채 내게 건네주다니.”
그런데 미자하가 늙고 군주의 사랑이 식었을 때 어떤 일로 꾸중을 듣게 되었다. 이 때 위나라 군주는 이렇게 말했다.
“미자하는 일찍이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탄 일이 있으며 또 내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주었다”
미자하의 행위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변함이 없었지만 처음에는 현명하다는 칭찬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죄인이 되고 말았다. 이는 미자하에 대한 군주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에게 총애를 받을 때는 그 지혜가 군주의 마음에 든다 하여 더욱 가까워지지만, 미움을 받을 때에는 죄를 짓는다고 하여 더욱 멀어지는 것이다. 일러서 군주에게 간언을 할 때나 유세하고자 할 때는 군주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군주의 마음을 살핀 연후에 해야 한다.
용이라는 동물은 길을 잘 들여놓으면 그 등에 타고 놀 수도 있다. 그 목에는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난 비늘(역린이라고 함ㅂ)이 있어 그것을 건드리는 자는 반드시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이러한 역린이 있는데, 유세자가 그것만큼은 건드리지 않는다면 성공한 유세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한비의 책을 가지고 진나라로 갔다. 진나라 왕은 ⌜고분⌟⌜오두⌟ 두 편의 문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 내가 이 책을 쓴 사람을 만나 서로 사귈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그러자 이사가 말했다.
“이것은 한비라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진나라는 이 때문에 갑자기 한나라를 쳐들어갔다. 한나라 왕은 처음에는 한비를 등용시키지 않고 있다가 사정이 다급해지자 그를 진나라 사신으로 보냈다. 진나라 왕은 한비라는 선비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등용까지는 그를 믿고 할 수가 없었다. 이 때 이사와 요가(姚賈)가 한비를 헐뜯으며 말했다.
“한비는 한나라의 공자입니다. 왕께서 제후국을 합치고자 하시는 지금 한비를 등용한다면 결국 그는 한나라를 위해 일할 뿐 진나라를 위해 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아울러 지금 왕께서 한비를 등용하지 않으시고 많은 세월 동안 잡아두었다가 돌려보내신다면 나중에 화를 입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니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진나라 왕은 그 말이 솔깃해져서 한비를 옥리에게 넘겨 죄를 추궁하게 했다. 이사는 사람을 시켜 한비에게 독약을 보내 스스로 자진(自盡)토록 하였다. 한비는 진나라 왕에게 알현한 후 진언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진나라 왕은 나중 후회를 하고 한비를 삭방코자 했으나 한비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후였다.
신불해와 한비는 모두 책을 지어 후세에 전해졌는데, 이것을 배우는 자가 많았다. 한비는 ⌜세난⌟편을 지었건만 정작 자신은 화를 면하지 못했으니 슬플 뿐이다.
태사공은 말한다.
노자가 귀하게 여기는 도는 허무(虛無)해서 실체가 없고 자연의 변화를 따라 무위(無爲)에서 변화에 호응한다. 따라서 그가 지은 책은 미묘하여 알기가 어렵다. 장자는 노자가 말한 도덕의 의미를 부연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쳤는데, 그 주제는 역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신불해는 스스로 노력하여 명분과 실질에 적용시켰고, 한비는 먹줄을 그어 놓은 것처럼 세상일을 법규로 재단함으로써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자 했으나 너무나 가혹하고 박정했다. 이 모두는 모두 도덕을 근본으로 하는데 그중 노자의 사상이 가장 깊다.
<정리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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