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불러 대접하는 일을 손겪이, 크게 손님을 치르는 일은 일결이라고 하는데, 집들이는 대표적인 손겪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 남부 지방에서는 새 집을 지어 이사한 날 저녁에 마을 사람들과 일가붙이들을 불러다 큰 잔치를 배풀어 집들이을 했는데, 농악대가 합세하여 흥을 돋웠다고 한다. 마루나 마당에서 한바탕 농악을 치고 나서 상쇠가 덕담을 늘어놓기를 “마루 구석도 네 구석, 방 구석도 네 구석, 정지 구석도 네 구석, 삼사십이 열두 구석 좌우 잡신 맞아다 맞아들이세” 했다고 한다. 다른 곳은 다 놔두고 구석에 먼저 관심을 나타내는 그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비록 귀신의 거처로서의 구석이라고 해도 말이다. 정지는 부엌이다.
요즘 집들이를 가 보면 조금 과장해서 밥 먹고 술 마시고 고스톱 치는 것이 집들이의 처음이고 끝이며 전부다. 덕담을 주고받을 분위기도 아니다. 그 집의 구석구석에 대한 관심은 고사하고 나중에는 내개 어떤 집에 갔다 왔는지, 그 집이 어떤 느낌을 갖고 있었는지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들이 같은 집들이가 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집들이는 주인쪽에서 말하는 것이고, 찾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집 구경 겸 인사로 가는 것이니까 집알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집들이같이 새 집에 들거나 이사했을 때 내는 턱을 들턱이라고 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남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턱이라고 하는데, 한턱낼 만한 일은 한턱거리, 한턱낸다고 큰소리만 치고 실제로는 보잘 것 없거나 먹잘 것 없이 내는 턱은 헛턱이다.
돌림턱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음식을 내는 턱인데 그렇게 음식을 내어 함께 먹는 일을 도르리라고 한다. 도르리는 똑같게 나누거나 나누어 주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밥상이 두리반인데, 두리반에 차린 음식상은 두리기상, 두리기상에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먹는 일은 두리기라고 한다. 세뚜리는 한 상에서 세 사람이 밥을 먹는 일을 뜻하는데, 새우젓 같은 것의 한 독을 세 몫으로 가르는 것도 세뚜리라고 한다.
책씻이는 옛날 서당에서 아이가 책을 한 권 떼거나 베끼는 일이 끝나면 부모가 훈장과 동접들에게 한턱을 내던 풍습이고, 반살미는 신혼부부를 친척집에서 초대해 대접하는 일, 박쌈질은 음식을 박쌈으로 도르는 일인데, 박쌈은 남의 집에 보내려고 음식을 담고 보자기로 싼 함지박을 가리킨다. 박쌈에는 아마도 음식보다는 인정이 더 푸짐하게 담겨 있었을 것이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도르리 : 음식을 내어 함께 먹는 일. 똑같게 나누거나 나누어 주는 일.
도리기 : 여럿이 추렴하여 나누어 먹는 일.
반살미 : 신혼부부를 친척집에서 초대해 대접하는 일
손겪이 : 손님을 불러 대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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