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
나의 막내여식이 8년 전에 영구 귀국해버린 부모를 떠나보내고 외로이 지내다 못해 피지(fiji)에서 살기가 너무 외롭고 쓸쓸해 못살겠다며 이들도 영구 귀국을 결심한 후 경기도 용인 땅에 자리 잡은 어느 날 아파트 집들이 날에 집사람과 간 일이 있답니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니다온 손녀가 저에게 다가오더니 심각하게 묻기를 할아버지 “공부를 꼭해야 되는 이유가 뭐지요?” 밑도, 끝도 없이 묻는 말에 “왜? 한국에오니 공부가 싫어졌니?” 한마디로 ”예“ 라고 분명히 말해 다시 묻기를 ”이유가 뭔데?“ 하니 대뜸 하는 말이 ”피지에 있을 때는 학교 공부보다 노는 날이 더 많고 학원도 가지 않고 좋았는데 한국에 오니 학교수업도 매일 6시간이고, 끝나면 한국어 언어학원 개인수업(피지에서 출생한 때문)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컴퓨터학원까지 통 놀 시간이 없어요. 정말 지겨워 죽겠어요. 먹고 싶은 과자나 초코파이, 떡볶기, 라면은 많아 좋은데 잠도 실컷 더 자고 싶은데 엄마가 잠만 많이 잔다고 맨날 야단치고, 배운 학교공부 예습 복습 안한다고 야단치고 그래서 공부에 지쳐 정말 싫으니 엄마에게 할머니랑 같이 말 좀 잘해 주세요, 네?“
애원하듯 매달리며 말하는 손녀의 심정이 너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해 그래 꼭 말해주마. 그런데 할아버지가 지금 네가 공부를 꼭 해야 되는 이유를 말해줄까? 그건 간단 하단다.
공부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에 너의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도 옛날 옛날부터 너같이 그렇게 하기 싫은 공부를 매 맞아가면서까지 열심히 해서 모르는 것은 책에서 배우고 읽고 알게 돼 살아온 것이란다.
하기 싫은 공부를 도대체 왜 꼭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은 마치 철학적 질문과 진배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애에게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니까 시작하라는 거야! 그래서 네가 지금부터 공부를 마치려면 (앞으로 대학졸업까지 15년은 더 남았다는 말은 참아 가여워 할 수가 없어 겨우 말하기를) 이제 겨우 시작하는 거란다. 그러니 그냥 해, 너희 반 애들도 안하면 안되는 줄 아니까 그러려니 생각하고 다 하잖니! 공부는 지겨워도 꼭 해야 되는 거야. 그 말에 손녀가 그래도 난 하기 싫은데 하며 눈물이 글썽글썽해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은 표정에 그럼 넌 공부 안하면 뭘 할 건데? 이 물음에 할아버지! 나 돈만 많이 벌면 되지 뭐. 그래도 돈 많이 벌려면 돈 버는 방법을 책에서 공부해 알아야한단다. 책속에는 그런 방법이 자세히 적혀져 알려 주기 때문에 공부는 해야 하는 거야. 내 반 짝꿍 남자 지수 엄마는 공부 안했다는데 시장에서 장사만 잘해 돈 잘 번다고 하던데요?
그 말에 공부라는 건 말 야! 모르는 걸 더 알게 만들기에 오랜 옛날부터 책속에다 어떻게 돈이 만들어졌고, 어떻게 돈을 벌고, 피아노는 어떻게 치고,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너 가 가진 전화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처음 누가 발견해 만들고 책은 누가 쓰고, 집을 어떻게 짓고 하는 것들을 네가 이 세상에 오기 전 옛날 옛날부터 이미 만들어진 것들이 무지 많은데 그 책속에 써진 것을 배우는 것이 공부란다. 여기 할아버지가 쓴 책도 있지 않니! 봐라.........
수하야! 자주 보는 tv 연속극이나 다큐멘터리 속에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옷을 훌러덩 벗고 사는 것 봤지? 그건 배우지 못했고 모르기 때문에 옷 만드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란다. 아 그래요 하며 그때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꺼떡거립니다. 그러니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도하고 뭐든지 배우면서 살아가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란다. 알겠니?
수하야! 사람이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 엄마 젖 빨고, 그 다음 밥 먹는 것부터 전기도 전화기나 컴퓨터도 발견했듯이 세상 모든 것을 배우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어 벌거벗은 원시인처럼 살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까 공부를 해야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거란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도 옛날에 발명된 것들을 다시 다 알아가는 과정인거야! 그제야 좀 알아들었는지 묻기를 그럼 늦게 태어날수록 손해네, 공부할게 많으니까요? 꼭 그렇진 않고 요즘에는 네가 모르는 것들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다 알게 된단다. 네가 지금 제일 궁금한 것을 한번 검색해보면 그 답을 알려주게 되지, 그러니 그 찾는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겠니.........
그렇지? 예. 그렇게 말해주는 할아버지의 말에 손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그럼 난 뭘 찾으면 좋을까? 라고해서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 너 학교 친구들하고 놀던 하루일이나 뭔가 너 혼자 생각나는 것들을 매일같이 ‘일기’로 한번 써보기로 하면 아주 재미있고 쉬운 공부가 될 것이란다. 그래요? “헐” 그럼 오늘부터 나 일기 쓸래요. 다음 할아버지와 만났을 때 그동안 쓴 일기 보여주기 손가락 약속할까? 약속 할께요. 손가락 걸고 바닥까지 비볐답니다.
손녀와 이런 대화를 나눈 후 생각해보니 실상 옛날 같으면 필자의 나이가 팔순이 넘어 벌써 고려장되고도 남을 나이인데 세상 오래 살아가다보니 손녀와 나눈 말들이 새삼 나에게로 옮겨지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실상, 나 자신도 아직까지 깨우치지 못하는 것들이 산더미 같은 미완성 투성으로 공부하고 익혀야할 일들이 까마득하게 남아있음을 실감하며 이러다 죽어버리면 얼마나 아쉬운 일일까? 생각해보면서 살아있을 때 지금부터서라도 미루지 말고, 열심히 해 봐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세월을 복구하는 일보다 남아있는 세월을 더 잘 관리하겠다는 정신이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집사람과 둘 다 건강이 허락하기에 안달하지도 않고 계획한 공부에 착수하고 있지요. 집 사람과 난 남 잠잘 때 글 읽는 공부부터 시작하며 우선 모르는 것을 읽어 깨우치기도 하고, 아직 더 배워야하는 어중간한 영어나 일본어 공부, 성경읽기나 종교서적 음악 그리고 고등학교 적부터 배워둔 바둑을 인터넷 넷마불께임(아마추어 7단)으로 9단까지가 목표라 낮에 시간나면 즐기고, 하면서 신문사에 칼럼까지 한밤중에도 열심히 글 쓰고 있답니다. 그러니 tv에 뉴스를 빼고는 거의 보질 않습니다. 집 사람이나 제가 초저녁 잠이 많아 8시면 잠들었다 11시 경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면 집사람은 그때부터 독서를 시작하고 난 거실에서 날이 세도록 컴퓨터를 두드립니다. 독서광인 집사람이 현재 읽고 있는 책을 보니 영혼을 두드리는 작가“파울로 코엘료”의 “브르다”(brda) 장편소설(권미선 옮김)이었고, 난 꿈꾸는 이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코엘료의 “알레프” 책입니다. 고요한 밤에 독서는 큰 도움이 되지요.
마치 인생살이가 사는 연습처럼 평생을 익히고, 배우고, 느끼고 깨우치면서 이렇게 공부해도 공부가 끝없이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그 연습을 지우고, 다시 써보고, 외우고 알아야하는 인생 공부가 인생사에 얽히고 설킨 일들이 마치 연습장인 삶의 연속인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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