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군열전(商君列傳) (2)
그 이듬해 제나라는 위나라 군사를 마릉에서 물리쳐 위나라 태자인 신(申)을 사로잡고 장군 방연을 죽였다. 그 이듬 해 위앙은 효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와 위나라의 관계는 마치 사람에게 속병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위나라가 진나라를 병합하지 않으면 진나라가 위나라를 병합할 것입니다. 그것은 위나라가 험준한 산맥 서쪽에 위치하면서 안읍을 도읍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나라와는 황하를 경계로 하여 산동의 이익을 모두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서쪽으로 향하여 진나라를 치고 힘이 미치지 못하면 동쪽을 칩니다. 지금 진나라는 대왕의 성은으로 말미암아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나라는 지난해에 제나라에게 크게 패하였고 제후들도 위나라를 배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위나라를 칠 기회입니다. 위나라가 진나라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반드시 동쪽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위나라가 동쪽으로 옮겨 가면 진나라는 황하와 험준한 준령의 요새를 차지하여 동쪽의 제후들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대왕의 대업을 이룰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에 효공은 위앙을 장군으로 삼아 위나라를 치게 하였다. 위나라는 공자 앙(卬)을 장군으로 삼아 진나라를 맞아 싸우게 했다. 양쪽 군사가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 위앙은 위나라 장군 공자 앙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저는 원래 공자와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서로 적국의 장수가 되었지만 어찌 차마 공격을 할 수가 있으리오. 공자와 직접 만나 서로 마주 보며 맹약을 맺은 뒤 술을 즐겁게 마시고 싸움을 그칠 것이며 진나라와 위나라간에 평화를 누립시다.
위나라 공자 앙도 그 말이 옳다 여겨 서로 만난 후 맹약을 맺고 술을 마셨다. 그러나 그때 위앙은 숨겨두었던 병사들에게 위나라 공자 앙을 사로잡고 위나라 군대를 모조리 물리친 후 진나라로 돌아왔다. 위나라 혜왕은 제나라와 진나라에게 연이어 패배한 까닭에 나라 안이 텅 비고 날로 땅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사자를 보내 황하 서쪽 땅을 진나라에게 바치고 강화를 맺었다. 그리고 위나라는 안읍을 버리고 대량으로 도읍을 옮겼다. 위나라 혜왕은 이렇게 탄식했다.
“과인이 일찍이 공숙좌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위앙이 위나라를 물리치고 돌아오자 왕은 어(於)와 상(商)의 땅을 열다섯 읍에 봉하고 상군(商君)이라 불렀다.
상군이 진나라 재상이 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종실은 물론 외척들까지 그를 원망하는 자가 많아졌다. 진나라에서 숨어 사는 선비 조량이란 선비가 상군을 찾아오자 상군이 말했다.
“나는 맹난고의 소개가 있어 그대를 만날 수가 있게 되었는데 앞으로 사귀고 싶은데 어떠하오?”
조량이 말했다.
“저는 굳이 사귀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는 ‘현자를 추천하여 받드는 자는 번영하고, 어질지 못한 자를 불러 모아 임금 노릇을 하는 자는 몰락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질지 못함으로 감히 상군의 명을 따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듣건대 ‘자격이 없는 자가 그 지위에 있는 것을 탐위라고 하고, 받아야할 명예가 아닌데도 받는 것을 탐영이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상군의 말을 따른다면 탐위와 탐영이 있는 사람이라 하여 비난을 받을까 두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상군의 명을 따를 수 없습니다.”
상군이 말했다.
“그대는 내가 진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것입니까?”
조량이 대답했다.
“남의 말을 듣고 반성하는 것을 총(聰)이라 하고, 마음의 눈으로 성찰하는 것을 명(明)이라 하며,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彊)이라 합니다. 순 임금도 ‘스스로 낮추면 더욱 더 낮아진다’고 했습니다. 상군께서도 순 임금의 도를 따르면 되는 것이지 제게 물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상군이 말했다.
“처음에 진나라는 대대로 오랑캐의 풍습이 있어 부자지간을 구별하지 않고 한 방에서 거처를 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풍습을 고쳐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있게 했고, 또한 큰 궁궐을 세워 노나라와 위나라만큼 훌륭한 문화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그대는 내가 진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오고대부 백리해와 비교해 볼 때 누가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까?”
조량이 대답했다.
“천 마리의 양가죽이 있어도 한 마리 여우의 겨드랑이 가죽만 못합니다. 천 사람의 아부는 올바른 한 사람의 직언에 미치지 못합니다. 주나라 무왕은 신하들의 올바른 직언으로 일어났고, 은나라 주왕은 신하들이 입을 다물어 망하였습니다. 상군께서 만일 무왕을 잘못했다고 나무라지 않는다면 제가 온종일 말씀드린다 해도 처벌하지 않으시겠지요?”
상군이 말했다.
“옛말에 ‘겉치레 말은 허황이고, 마음 속에서 나오는 말은 진실되며, 듣기 싫은 말은 약이 되고, 달콤한 말은 독이 된다’ 그대가 진정으로 하루 종일 바른말을 해 줄 수 있다면 나에게 약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대를 스승으로 섬기려 하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계속 사양만 하는 것입니까?”
조랑이 말했다.
“제 오고대부는 초나라의 보잘 것 없는 미천한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진나라 목공이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알현하고자 했으나 노자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몸을 진나라로 가는 여행자에게 팔아 그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남루한 옷을 걸치고 소를 치며 따라갔는데, 1년 후 목공은 그의 현명함을 듣고 천한 소치기를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진나라에서는 아무도 불만을 가진 자가 없었습니다.
그는 재상이 된 지 6~7년이 지나 동쪽으로는 정나라를 쳤고, 세 차례나 진나라의 군주를
세웠으며, 한 차례 형나라의 재앙을 구해 주었습니다. 재상이 된 뒤 그는 지쳐도 수레에 앉는 일이 없었고, 수레에 차양을 치지 않았으며, 나라 안을 순행할 때 뒤따르는 수레도 무장한 호위병도 없었습니다. 그의 공적은 조정의 서고에 보존되어 그 덕이 후세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오고대부가 죽자 진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며, 절구질을 할 때도 방아타령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오고배부의 덕정(德政)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상군께서 진나라 왕을 알현하게 된 것은 군왕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는 신하 경감의 소개로 인해 된 것이므로 명예로운 것이 아닙니다. 진나라 재상이 되어서는 백성들의 이익은 돌보지 않고 화려한 궁문만 세운 것은 공적이 아닙니다. 태자의 태사와 태부를 죽이고 이마에 먹물을 들이며 무서운 형벌로 백성을 상하게 한 것은 원한을 사고 재앙을 쌓는 일입니다. 상군께서는 왕명보다도 깊게 백성을 교화시키고 백성은 왕명보다도 빠르게 상군의 명을 따릅니다. 상군께서 세운 제도는 도리를 등졌으므로 이치에 어긋나니 이것을 교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왕처럼 남쪽을 향해 앉아서 과인(寡人)이라 일컬으며 날마다 진나라의 공자들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상군께서 외출을 할 때는 무장한 군사들과 힘센 시종들을 태운 수레가 수 십 대 뒤따르니 「서경」에서는 ‘쥐한테도 예의가 있는데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구나.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으면 어찌 빨리 죽지 않을까’라고 하였습니다. 이 시를 보더라도 상군께서 저지른 몇 가지 일은 하늘에서 내려 준 목숨을 다 누릴 수 없는 행동이라 하겠습니다. 공자 건은 코 베인 것을 부끄럽게 여겨 두문불출한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상군께서는 축환을 죽이고 공손고를 경형으로 다스렸습니다. 상군의 처지야말로 아침 이슬처럼 위태로운데도 아직 목숨을 연장하여 더 오래 살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상과 오의 성 열다섯 개를 돌려주고 전원으로 물러나와 꽃에 물을 주며 살지 않습니까? 동굴 속에 숨어 사는 현명한 사람을 세상에 나오도록 하여 진나라 왕에게 추천하고, 노인을 받들어 모시고 고아를 보살피며 부모와 형을 공경하고, 공을 세운 자에게 그에 걸맞은 지위를 주고 덕 있는 자를 존중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 질 것입니다.
그런데 상군께서는 아직까지 상과 오의 잘사는 것을 욕심내고 진나라의 정치를 맘대로 주무르기 때문에 백성들로부터 원망을 사고 있습니다. 상군을 죽이는 것은 한쪽 발을 들고 넘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순식간의 일입니다.“
그러나 상군은 이 말에 따르지 않았다. 그후 5개월만에 진나라 효공이 죽고 태자가 자리를 이어 혜문왕이 되었다. 공자 건과 그를 따르는 자들이 상군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밀고하였다. 그러자 새 왕은 관리를 보내 상군을 사로잡게 하였다. 상군은 달아나 변방 함곡관 부근의 객사에 들려고 하자 객사 주인이 상군인 줄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상군의 법률에 의하여 증명서가 없는 손님을 묵게 하면 연좌하여 죄를 묻는다고 했습니다.”
상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 법의 폐해가 내게까지 미쳤구나.”
상군은 진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갔다. 위나라 사람들은 상군이 공자 앙을 속여 위나라 군대를 친 것을 원망하고 있으므로 받아 주지 않았다. 상군이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하자 위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상군은 진나라의 적이다. 진나라는 강성한 나라로 그 나라의 적이 위나라로 들어왔으니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위나라는 상군을 진나라로 돌려보냈다. 다시 진나라로 들어가자 상읍으로 가서 따르는 무리와 봉읍의 병사를 동원하여 북쪽으로 정나라를 쳤다. 진나라에서는 군사를 내어 상군을 치고 정나라의 맹지에서 그를 죽였다. 진나라 혜왕은 상군을 거열형으로 다스린 후 이렇게 말했다.
“상군처럼 모반하는 자가 되지 말라.”
그리고 상군의 일가족을 모두 죽였다.
태사공은 말한다.
상군은 타고난 성품이 잔인하고 덕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효공에게 등용되기 위해 제왕의 도를 말한 것은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를 지껄였을 뿐 본심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다. 상군은 군주의 총애를 받던 태감을 이용했고, 자리에 오른 뒤에는 공자 건을 처형했으며, 위나라 장군인 공자 앙을 속였으며, 조량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이 또한 그가 각박한 자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는 일찍이 상군이 지은 「상군서」에서 「개색」과「경전」 따위를 읽은 바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은 그가 행동한 궤적과 비슷하였다. 상군이 결국 진나라에서 그의 악명이 높았던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리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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