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참스승이자 고난 속에서도 부강한 나라 꿈 꾼 정약용
다산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 그에 따라 다산의 사상과 학문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7일에는 행당 윤복 선생 탄신 500주년기념 학술강연회가 열리고, 또 7월초 강진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9일에는 다산특별전 학술대회가 열리고, 16일에는 다산기념 다산전이 열린다. 7월에는 5일부터 7일까지 탄신 2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다산학술문화재단 주관으로 열리고, 강진에서는 28일 강진다산실학연구원 주관으로 탄신 25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10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이 열리는 것을 끝으로 음악회, 국제심포지엄, 가을음악회, 문화제, 퇴계학과 근기실학 학술대회, 여유당전서 정본출간기념회 등의 행사를 마치게 된다. 연중 쉬지 않고 다산관련 행사가 펼쳐지는 것이다.
강진고을신문에서는 이와 때를 맞추어 다산탄생 250주년 ‘다산은 누구인가’ 기획을 통해 다산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다산 탄생 250주년
다산은 누구인가
❶ 강진에서 가장 정약용을 연구한 양광식 강진군문화재연구소장
❷ 해남윤씨 자존심과 해남윤씨 귤정공, 그리고 정약용
❸ 다산탄신기념 다산전
❹ 다산의 제자 황상
❺ 다산 18년의 강진 귀양살이
❻ 다산탄신 250주년 학술대회
다산자료 간행 30권, 간행 예정 18권의 청광 양광식 강진군문화재연구소장
청광은 18년간 한문을 수학했다. 민족문화추진회 5기 청강생이기도 하는 그는 또 18년간 청광한문학원을 운영하기도 했고 1986년부터는 다산학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다산제자연구가, 전라남도 문화재위원, 강진군문화재연구소장, 문사고전연구소장 등이 그의 직함이다.
그는 1996년부터 다산자료를 간행하기 시작했다. 다산말씀, 강진과 다산, 다산초당관련시, 동문매반가, 보정산방과 이학래가, 나라의 길잡이 목민심서, 목민심서 경구, 다산과 茶, 다산과 혜장, 목민심서와 강진, 다산 二천자애학편, 다산의 자식사랑, 다산애학편 쓰기, 다산 열두 달, 흠흠신서경구, 경세유표경구, 치원황상이 받은 편지, 다산과 강진용혈암 등이다. 치원황상은 다산의 1등 제자로 정민 한양대 교수가 ‘삶을 바꾼 만남’이란 책을 낸 바도 있다.
청광은 지금까지 다산 관련 30권을 내놓고도 앞으로 또 다시 18권을 낼 계획을 갖고 있다. 심경밀험(心經密驗), 명(銘), 아언지하(雅言指瑕), 소학주천(小學珠串), 산재냉화(山齋冷話), 잠(箴), 모식지사(某食之事), 다산과 백운동, 다산시경구, 다산서체, 다산관련인물, 다산호보(茶山號譜), 강진다산기행, 다산 600권, 다산초당, 악서고존(樂書孤存). 다산시작(茶山詩作), 다산산문경구, 다산교육관, 청관물명고(淸館物名考) 등이 그것이다.
그가 다산에 가까이하기 까지는 그만한 연유가 있다. 도암 귤동의 윤재찬씨가 평생 다산을 연구한 자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고향의 스승이어서 모시고 다녔는데, 단산관련 얘기를 많이 해왔다. 듣다보니 자연 관심이 가져졌고 몸에 배어졌다. 청광은 생활이 어려운데도 ‘여유당전서’ 한 질을 구해 읽었다.
다산이 정석(丁石)이란 글씨를 다산초당 곁에 새겨놓은 뜻은
관광객들 중 더러는 다산초당 곁에 있는 바위에 ‘丁石’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다산이 귀양살이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말들을 한다고 한다. 그 말에 청광은 깜짝 놀란다. 정석은 다산 4경 4수에 들어가는 하나의 시인데 사람들은 그렇게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죽각서두석작병
용성화주이귀정
학비영락태문록
홍조흔심자적청
미노배시정오물
도잠취처억망형
부암우혈도무몰
하용구구우륵명
집서쪽 바위는 병풍이 되고
부용산 만물은 정씨와 함께 한다
조용한 숲속엔 학 그림자요
기러기 앉은 곳 자국만 남았다
미불은 바위에 절하고
도연명은 술 취해 귀거래를 지었다
부열의 담장 우왕의 동굴도 잡초뿐인데
어찌 자세한 사정을 새기리
다산초당 서쪽에 이끼낀 바위가 있어 정석(丁石)이란 두 글자를 새겼다. 그 바위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으면 뭐라고 불렀을까. 하늘도 깜박 잊고 이름을 짓지 않았나 보다. 오히려 크게 이름이 날 곳을 잊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름을 새겼다 하여 바위 혼자서만 빼어날 수가 있을까. 사람이 새긴 이름과 하늘이 불러준 이름은 같을 수가 없다
이 시의 ‘미불은 바위에 절하고 도연명은 술 취해 귀거래를 지었다’의 미불(米芾 1051~1107)은 송나라 사람으로 무위군의 의관을 갖춰 입고 큰절을 하며 선생으로 모셨고, 도잠(陶潛 365~427)은 동진 때 사람으로 80일 동안 팽택현령에 근무하다 그만 두고 돌아올 때 귀거래사를 지었다. 또 ‘부열의 담장 우왕의 동굴도 잡초 뿐이네’의 부열은 중국 은나라 때 왕이었던 고종이 죄수를 시켜 산성을 쌓을 때 이상한 꿈을 꾸어 조사해 보니, 죄수중에 일을 하지 않고 지시하는 자가 있었다. 데려다 연유를 물으니 죄수들이 받들어주고 자기는 공사를 힘들지 않고 쉽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고 하자 고종이 그에게 정승을 맡아달라고 애원하여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 그래서 그 사람의 성을 스승의 뜻으로 부(傅)라 하고 호를 부열(傅悅)이라고 하게 됐다.
우혈(禹穴)은 중국 최초로 강물을 다스려 사람들을 안심하게 살게 해준 우(禹) 임금이 집에 갈 시간이 없어 동굴에서 지내던 이야기이다.
다산은 중앙의 관료 중에 으뜸인 대부를 지녔지만 유배에 처한 스스로는 허접한 범부에 비교하여 언젠가는 속내를 알아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예시와 같다고 하겠다.
책에서의 내용대로 청광은 “이 시에서는 정치하는 사람 중에 왕은 우임금같이 일을 해야 하고, 정승은 부열 같이 일을 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사는 사람은 도연명 같이 살아야 하고, 장관을 하려면 미불 같이 해야 한다”는 주제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또 청광은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째로 만났을 때의 일인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다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다,라고 했었다. 또한 인수위 조직을 할 때 실세들에게 경세유표 내용을 집약실천 하시오, 라고 말한 점으로 보아 노무현 대통령은 민중을 위한 일을 최초로 시작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청광은 다산 관련 책을 많이 썼고 또 쓸 예정이다.
다산 관련 이외에도 강진군 관련 책으로 도자, 옹기, 강진시, 석비, 사암, 수원, 진, 백련상식, 인물, 수동고문헌, 강진향교, 목리, 전라도육군본부, 한훤차록, 족보지명, 강진관련자료집, 조자, 역원, 누정, 산, 치·령, 봉, 도서, 명기(名基), 남당, 강진년표, 강진읍관광, 성전고문헌, 동학, 6·25동란, 제주량씨 5세 학문가, 한자어지도서, 병영 한골목 등을 쓸 예정이다.
청광은 한평생 강진에서 태어났고, 강진을 떠나본 적이 없다. 젊었을 적에는 청자재현에 관심이 많아 애를 쓰기도 했으나 한평생 학문에만 열중을 해왔다.
“집사람이 밖에 일 나가면 혼자 밥 먹기가 뭐해서 쫄쫄 굶은 채 책만 보았더니 배가 등짝에 붙으면서 큰병을 얻게 되더라”
이 한마디 속에는 그가 얼마나 학문에 매진해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무릇 사람들은 비가 내려도 마당에 널어놓은 덕석을 덮을 생각일랑 하지 않고 독서만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이렇듯 한평생 강진관련 학문을 해오다 보니 학자나 교수들이 대거 그를 찾곤 한다. 청자에 대해서, 다산에 대해서, 추사에 대해서, 백련사, 무위사 할 것 없이 논문, 소설, 기행 등을 쓰기 위해 그에게 자문을 청해오는 것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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