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젊은우수농업인8
강진군 도암면 귤동마을 윤효석 농업경영인
“몸은 힘들지만 즐겁고 재밌는 농사 일”
“아버지와 함께 하는 농사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다”
경영비 절감 위해 모든 것을 스스로... 마을 이장 일도 열심
강진군 귤동마을은 다산초당이 자리 잡고 있는 동네다. 다산초당은 조선 후기 대표적 사상가 정약용(丁若鏞)이 1801년(순조 1)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1808년에 윤규로(尹奎魯)의 산정이던 초당으로 처소를 옮겨 1818년 귀양에서 풀릴 때까지 10여 년간 생활했다. 이때 ≪목민심서》와 《흠흠신서》를 비롯한 그의 학문적 완결을 보여주는 수많은 저서를 탄생하였으며, 실학을 집대성함으로써 실학사상의 산실로 널리 알려졌다. 다산초당은 귤동마을을 거쳐 다산초당에 오르게 되기 때문에, 항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농업경영인 윤효석(39)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광주로 전학을 가서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왔다. 2남3녀의 형제자매가 일찌감치 도시에서 생활했던 것은 부모 윤웅일(73),선금옥(65)씨의 교육열 때문이기도 했다.
윤효석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2006년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 이상하게도 서울의 공기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 자꾸 건강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윤씨는 “처음엔 시골집에서 잠시 쉬고 다시 올라가려는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있다 보니, 도시에서 어렵게 직장생활하고 남에게 천대받고 일하는 것보다 시골에서도 서울에서처럼만 노력한다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뜩 생겨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윤효석씨는 농사를 지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어떤 농촌에 대한 깨달음 같은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이란 것이 도시사람들에게는 큰 소득 없이 일만 많은 곳이고 가난한 곳 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농사라는 것을 멀리하는 것이고, 본인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막상 시골에 와보니 나이 드신 분들만 많고, 젊은 사람이 없어 앞으로 농사일은 누가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농사를 지으면 괜찮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아버지와 함께 영농에 종사하게 됐다.
귤동마을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마을이기도 하다. 다산의 이름만 갖고도 문화관광 사업을 통해 그만한 부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산수련원 쪽에 있는 박물관이 귤동마을 쪽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시작되어 올해 말 완공예정이고, 농촌종합개발 사업으로 행복마을로 지정되어 경관사업 등 농촌체험마을로서의 규모만 갖추어도 농사를 짓지 않고도 돈벌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윤효석씨는 마을 어르신들과 많은 생각차이를 느끼고 산다. 2011년부터 이장을 맡아 마을일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지만, 정작 마을 어르신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반대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25가구가 있지만, 평균연령은 70대이고, 자신의 생각이 아버지와 영농을 하는 중에도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듯, 오히려 맞춰야 할 것들이 더 많기에 모든 일에 있어서 절충하려 애를 쓴다.
윤효석씨는 현재 아버지와 벼농사 100마지기를 하면서, 여주재배에 힘쓰고 있다. 아버지 윤웅일씨는 효석씨가 초등학교 때 소 12두를 키우던 중 소 파동으로 서울 데모에 참석했다가 TV등에 얼굴이 나오기도 했단다. 이후 아버지는 소를 전부 없애고 더 이상 소를 키우지 않고 벼농사만 해왔다. 윤효석씨가 영농을 함께 하게 되면서, 그동안 갖추지 못했던 농기계를 모두 구입했다. 이앙기, 트렉터, 콤바인 등을 구입하면서, 억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융자를 안고 산 것은 본격적인 농업인으로서의 출발이었다. 부모님의 농사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농사였지만, 젊은 효석씨로서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해 본인의 농사 100마지기를 전부하고도 이웃 400마지기 정도를 농기계로 더 일 할 수 있었다. “몸은 힘들지만 항상 재밌습니다”라고 말하는 윤씨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같이 일하는 게 좋다고 한다. “부모님이 곁에 계시니까 든든하고 무슨 일이든지 재밌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떨어져 살다가 함께 사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라고 말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모습이다. “그래서 남들이 미친놈이라고 해요. 그러나 농사일이 항상 즐거워요”라고 다시 말하는 윤효석씨.
“일을 안 하면 아버님과 대화가 별로 없는데, 일하면서는 대화가 많아 좋지요. 어머님과는 TV드라마를 본다든지 하면서 대화를 하게 되지만, 아버지와는 일 없으면 대화가 없는데, 가끔 의견 충돌도 있지만, 그 자체도 좋아요”
윤효석씨는 귀농 후 4년 동안은 활동을 전혀 안했다. 첫해에는 강진군 녹색대학에 다녔고, 둘째 해에는 나주농업생명대학, 또 나주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대학 등을 졸업했다. 4년간 영농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윤씨는 5년째 해에 본격적으로 아버지에게 의견제시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어필할 수 있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해왔던 농사방법과 교육을 통해 얻었던 농사방법이 조금씩 달라,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서로 이해하게 되고 절충하여 농사를 지으려고 노력한다는 윤효석씨다.
윤효석씨가 하는 벼농사는 일부 친환경농업과 일반 벼농사를 함께 한다. 친환경농업으로 확대하려니 매우 힘이 들었다는 윤씨다. “친환경농업은 노동력이 많이 들면서, 수익은 적고, 판로도 힘들었어요. 해보니까 앞으로는 친환경농업으로 조금씩 늘려나가지만, 친환경농업이 쉽지 않아요”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윤씨가 하고 있는 일부 친환경 벼농사는 스스로 퇴비를 만들어 쓴다. “친환경농업은 토양자체를 바꾸었을 때 가능하지, 친환경자재만 썼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병충해에 강하게 땅을 바꾸고, 퇴비도 만들어 써야 경영비를 절감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하는 윤효석씨는 실제 황토유황합제라는 친환경재료를 만들어 경영비를 10분의1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면적의 친환경을 실제로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씩만 늘려나가면서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또한 윤효석씨는 특별한 작목인 여주재배를 하고 있다. 강진에서 7농가가 함께 시작하여 참여 했지만,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당뇨에 여주가 갖고 있는 식물성인슐린이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주생산을 통해 어머니의 당뇨가 좋아진 것도 사실이고, 주변 사람들도 효과를 보았다고 들었단다. 그래서 여주재배의 경우 판로가 수월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미래 작목으로서는 괜찮은 작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벼농사 기간 중인 한여름기간에 여주는 수확을 하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에서 좀 더 일하면, 되는 작목이라는 것에서도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2014년에는 여주재배를 특산물화 시키고 널리 홍보하여 관광상품화 할 예정을 하고 있고, 돈이 되는 작목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여주재배도 자신이 먼저 해본 후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면, 주위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자연히 참여하는 농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사일은 농번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농한기에는 매우 한가하다. 윤효석씨가 보는 아버지의 경우 일을 안 하면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놀 일도 없고 취미도 없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너무 일에 매달려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농업이 농번기와 농한기가 없이 일을 해야 돈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효석씨는 다르게 생각한다.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살 때, 일도 즐겁다고 생각하죠, 농번기에 열심히 일한만큼 농한기에는 가고 싶은 여행도 하고, 교육도 받는 등 여유 있는 시간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효석씨는 농한기에는 평소 하지 못했던, 여행과 취미생활, 교육 등으로 시간을 여유있게 쓰고 있다.
이처럼 윤효석씨는 농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연봉으로 볼 때 젊은 농부의 현 수익이 오천만원을 넘고, 1억의 수익도 조금만 더 일하면,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일 량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윤효석씨다. 더 농사를 늘릴 수도 있지만, 혼자만 다 하려고 하면 욕심으로 비칠까 염려되는 점이다.
언제나 원하는 대로 모두 되는 것은 아닌 듯, 역시 윤효석씨는 미혼이기 때문에 결혼문제에 있어서는 농업인이라는 직업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시골로 내려올 때만해도 결혼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윤씨다. 그러나 실제로 소개팅에 나가서 직업을 말하게 되면, 여자들의 얼굴이 변하고, 말투도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농업인은 한마디로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과 다름이 없는 농업경영인인데도, 농촌이라는 곳은 고생하고, 여자도 힘들게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일단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었다.
“직업에 대해서 말 한마디 하기 전에는 대화가 잘되죠. 그런데 농업을 한다고 말한 순간 대화가 안 되는 겁니다. 농업이 아직도 천대하는 직업이라는 선입견이 계속 되고 있는 거지요”라고 말하는 윤씨는 “친구들도 농사짓는 것을 숨기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당당한데 어떻게 숨기나요”라고 되묻는다. 그래서 효석씨가 원하는 결혼상대는 어떤 여자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했을 때, “자기 부모님한테 잘하는 여자는 상대 부모에게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마음씨 착한 여자가 최고 아닐까요”라고 대답했다.
윤효석씨는 이제 농촌에서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과 여유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농사일이 몸은 힘들지라도 즐겁고 재밌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장으로서 마을일을 추진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먼저 해나가며 보여주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무조건 열심히 착실히 일하면, 결국 좋은 쪽으로 이루어질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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