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되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은 실패하였지만 바로 온 힘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여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예로부터 위기 때 마다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 극복했던 것처럼 메르스가 점차 확산되자 국민들이 메르스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등 확산방지를 위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계속 발생되는 것을 지켜보았고, 메르스에 노출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이 자신의 병원 진료 이력을 숨기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닌 것이 확산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하루하루 불안에 떨었었지만 우리는 값진 경험을 했다. 전염병에 무방비한 보건의료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질은 저렴한 비용대비 효과는 아주 높아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한다. 의료서비스 질은 우수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전염병확산 방지 등 기본적인 보건의료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기회에 WHO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확산 원인으로 지목한 대만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족과 친족에 의한 간병문화를 개선해야겠고 체계적인 환자진료공유시스템을 갖춰야 하겠다.
다행히도 간병문화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18년부터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보호자 없이 전문 간호인력이 간호를 책임지는 포괄간호서비스를 실시하고자 2014년부터 공공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의 신청을 받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공단에서 포괄간호서비스 전국 실시 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른 원인으로 지목한 환자진료공유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하겠다. 15년 전인 지난 2000년초부터 공단은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주장하였으나 개인정보유출 우려를 염려한 많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도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전자건강보험증(IC)을 도입하면 건강보험증 도용으로 인한 보험재정 누수(1년 최대 7,500억 추산)를 방지할 수 있고 중복처방 방지 및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환자의 만성질환과 약물 알러지를 참고하여 즉시 환자에게 적합한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환자진료공유시스템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꼭 필요하다면 공단은 이미 도입하고 있는 독일과 대만 등에서 요양기관과 개인 그리고 공단 모두에게 유익한 점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전자건강보험증으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사례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자타가 인정한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기술적인 조치로 완벽하게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할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전자건강보험증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기술적인 조치로 완벽하게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공단의 주장이 맞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며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적정성을 검토하는 사회적 논의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에 무방비한 보건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이제는 어떻게 하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뜻을 모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건강보험공단 창립 38주년 기념사에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앞당겨졌더라면 우리 국민들이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에 가득 찬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말이 새삼스럽게 귓가에서 맴도는 것은 아마도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해야 제2의 메르스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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