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심리학 - 뼈와 근육(1)
우리 몸에는 생명의 기초 단위인 약 60조 개의 세포가 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전제는 몸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떤 체험도 몸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하기 때문에 자기 몸보다 더 귀한 것은 지상에 존재할 수 없다. 천하를 다 얻는다 해도 오늘 밤에 죽게 된다면 그것들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고통을 주는 방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음은 그러하지 않다 해도 실제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보살펴서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려고 하질 않는다.
인간 의식의 각성은 몸에서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 자신의 몸을 무시하는 사람은 삶의 에너지가 왜곡될 수박에 없다. 인간의 삶이 시들어가고 불행해지는 것은 바로 이 에너지의 왜곡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회복하기 위해서 몸을 깊이 이해하고 통찰할 필요가 있다. 몸을 이해하고 정화하는 일은 차원 높은 의식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토마스 카알라일은 “우주에는 성전이 하나뿐인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몸이다. 인간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곧 하늘을 만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몸속에는 하늘과 땅, 불과 물의 에너지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하늘의 기운을 받을 때 땅의 기운은 위로 솟아오른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 내 몸의 에너지가 맑고 충만할 때는 날아오르듯 가벼운 기분이다. 그런 사람들은 허황한 환상을 쫓느라 분주하지 않고 자신의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몸이 어디에 있든 머리는 하늘을 향하여 산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는 몸은 하늘로 마음은 땅으로 향할 때이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으른 생활습관을 벗어나고자하는 노력과 지속적으로 밀
려드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하고, 이미 누적된 스트레스의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체험이 필요하다. 몸은 상처와 질병에 대한 놀라운 자연치유력을 갖고있고, 인간은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반응을 스스로 조정할 능력이 있다. 바로 이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성인병 대란에 시달리는 오늘의 현실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
몸은 ‘모이다’라는 뜻으로 육체를 이루는 각 기관과 의식이 모여 있는 집합체로서의 몸과 마음을 의미한다. 육체기관이라고 말할 때 육체는 뼈를 중심으로 혈관, 근육, 피부, 신경으로 이루어졌고 기관은 심장, 간, 신장, 폐, 비장의 오장과 기타 내장기관을 포함한다.
의식과 물질로서의 몸은 서로 융합되어 있어 분리할 수가 없다. 따라서 몸은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이자 일종의 집합체이다. 지구에서의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몸이야 말로 너무나도 고귀하고 경이로운 대상이다.
인간의 몸은 들여다볼수록 신비롭다.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하나하나가 독립된 의식을 가지고 있고, 장기별로 모여 있을 때 해당 장기의 특성을 잘 나타내면서도 또한 몸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낸다.
우리 몸에는 생명의 기초 단위인 약 60조 개의 세포가 있다. 세포의 차원을 지나게 되면 무수한 원자와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의 단계가 있다. 입자는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에너지원이다. 나와 이 세계의 구성요소인 입자는 내안에 있는 ‘우리’이며, 동시에 ‘하나’이다. 그 ‘하나’안에서 신체의 온갖 기능이 발휘될 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능력이 나타난다. 도한 몸과 얼의 합성체인 인간은 사랑과 평화, 지혜 등의 고귀한 가치를 추구한다.
우주에는 단 하나의 입자도 죽은 것이 없다. 모든 물질의 원자량은 소수점 이하의 순환소수로 되어 있다. 그 입자들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모든 입자는 생명의 살아 있는 표현이며 증거다. 그러나 육체의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오감의 세계에 갇히면 그 실상을 보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오감을 초월한 다차원의 시간과 공간의 우주들이 있으며, 우주는 살아 있고 그 안에는 죽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우주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3차원 의식의 시간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변화의 한 시점을 죽음이라고 표현한다. 지구라는 공간에 서서 수평적 시간의 관점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입자는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늘 변하고 있다.
백 년도 못 사는 인간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든 소멸이 죽음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의 세계에서는 무한한 생명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우주의 에너지가 때를 따라 공간 속에 나타난 존재이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갈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모든 것의 끝으로 오해한다. 죽음은 생명의 마지막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다른 얼굴이다. 병에 걸려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 섰던 사람들은 그제야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곤 한다. 즉, 이미 와 있는 생명의 다른 모습을 깨닫는 것이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엄청난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다. 사과 씨앗 속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과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세포는 지금의 ‘나’와 연결된 과거의 존재들과 미래의 ‘나’일 수 있는 모든 존재를 담고 있다. 생명은 이렇게 무한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몸이면서 몸 그 이상의 존재이다. 인간의 근원적 불행은 자기 몸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데 있다. 몸을 입고 지구에 나타난 이유와 목적을 모르는 데 있다.
여기서 잠시 신체에 대한 견해가 서양과 동양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신체에 대한 견해는 서양과 동양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신체>를 나타내는 유럽어(영어 body, 프랑스어 corps, 독일어 Körper 등)는 동시에 생명이 없는 <물체>도 의미하고 있어서 신체는 물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서양의 전통에서는 <물(物)>과 <심(心)>을 확실히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강하다. 이원론의 기본이 된 것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사고방식이다. 유대사상에서는 영(루아하)과 육(바사르)을 확실히 구분하였는데, 이 영육(靈肉) 이원론이 그리스도교에 계승되어, 근대의 물심이원론으로 발전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마음과 신체ㆍ물체의 구분방법이 더욱 복잡하였다. 이에 대해서 동양에서는 신체와 물체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신(身)>이라는 한자는 여성이 임신한 형태를 나타내는 상형문자이다. 한편 <체(體)>는 신체, 사지, 형, 모습 등을 나타내는 문자인 동시에, 사물의 이치, 본질, 도리 등의 정신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심(心)>은 원래 심장의 형태를 나타내는 문자인데, 심이 있는 곳이 심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을 의미하는 문자가 되었다. 따라서 <심(心)>도 원래는 신체에서 구분할 수 없다. 즉 동양의 전통에서는 신체는 정신과 물질의 중간으로, 양방을 하나로 결합시킨 것이며 서양처럼 확실한 물심(物心)이원론이 발달하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고대 인도에서 신체를 의미하는 말은 <카야(kāya)>와 <샤리라>의두 가지가 있는데, 카야는 요소의 집합, 샤리라는 <생체>나 <사체>라는 의미이다.근대에 들어와서 신체에 대한 견해에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데카르트의 물심이원론이다. 그리스도교의 영육이원론에는 도덕적 판단, 즉 육체를 죄의 원천으로 보고, 영혼만이 신에게 통한다는 견해가 있었는데,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도덕적 판단을 불식하고 이론적 견지에서 물질과 정신을 구분하고 있다. 근대의 과학과 철학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과학은 물체와 신체는 마음과 완전히 무관계한 물질적 메커니즘이라고 본다. 또한 철학은 정신의 본질을 이성에 구하고, 신체와 관계깊은 감각이나 감정ㆍ본능 등을 물리쳤는데 여기에 근대 합리주의의 인간관이 성립한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육체에 죄가 많다고 보는 그리스도교의 인간관을 부정하고, 성을 해방하는 힘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원론 그 자체는 남아 있다. 근대의 성의 해방은 한편에서는 물질로서의 육체의 해방 즉 성욕의 해방으로, 거기에서 성은 어떤 정신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 생물적 본능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근대 과학은 마음과 신체ㆍ물체를 확실히 구별하므로, 근대 의학도 마음과 무관계한 신체의 생리적 조직이나 기능만을 연구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병은 신체조직의 이변이기 때문에 수술이나 약물의 작용에 의해서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라고 생각된 것이다. 이와 같은 근대의 신체관에 대해서 현대에는 점차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니체는 근대 합리주의의 인간관을 비판하고, <근대인은 신체의 중요성을 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사고방식은 S. 프로이트의 심층심리학의 선구이다. 프로이트는 신경증이나 히스테리가 생리적 원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병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콤플렉스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고, 심신의 상관성을 밝혔다. 융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의 성욕설을 비판하고, 성은 단순한 생물적 본능을 의미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의식에 잠재하는 깊은 정신적 요구, 가령 예술이나 종교 문제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프로이트나 융의 사고방식은 처음에 강한 비난을 받아서 정신 의학자중 일부에게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생리심리학의 연구가 진행되고, 특히 대뇌의 <구 피질>이나 자율신경의 작용과 정동작용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심층심리학의 임상상의 지식을 신경생리학의 입장에서 증명하게 되었다. 또한 파블로프 이후의 조건반사학의 성과와도 관계 있는 영역이 많아져, 심신 상관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심신의학, 또는 홀리스티크 의학(전체 의학)이라는 연구분야도 생겨났다. 즉, 마음과 신체를 일체 불가분의 것으로 보는 견해는 정신의학이라는 특수한 한 분야만의 견해가 아니라 내과학을 비롯한 임상의학의 전 분야에 관련된 문제로, 근대의학의 신체관에 대해서 재인식하게 되었다. 과학 영역에서 보는 이와 같은 동향의 배경에는 현대의 사회상황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사회의 관리화가 진행하고, 변화의 템포가 심해짐에 따라서 사회의 압력이 인간의 마음에 왜곡을 가져오고, 신경증, 심신증, 자율신경실조증 등의 심신 상관성의 강한 병이 소위 <시대의 병>이라고 할 정도로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또한 기업의 영리주의에서 탄생한 약해가 현저해지며, 인간 부재의 의료나 마음을 버린 신체관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신체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요구되고 있다. 철학 분야에서도 베르그송이나 메를로 퐁티처럼 심리학이나 정신병리학의 연구에 주목하면서 심신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분석하여 데카르트 이후의 물심이원론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실존철학이나 현상학도 신체 문제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철학 세계에서 보이는 이와 같은 움직임은 근대 의학의 전제에 있었던 합리주의적 인간관, 즉 신체와 관계깊은 본능이나 정동의 역할을 무시하고, 이성에만 신뢰를 두어온 사고방식에 대해서 반성을 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동향과 함께 동양사상의 전통중에 있는 신체관이나 인간관이 점차로 주목된 점이다. 처음에 말한 바와 같이 동양에서는 정신과 물질, 또는 마음과 신체를 확실히 구별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은 없었다. 그 기초에는 동양 종교의 수행법이나 동양의학의 사고방식이 있다. 가령 선이나 요가나 도교 등의 명상법이나 수행법은 마음의 작용과 신체의 움직임이 일체가 된 <심신일여>의 경지를 이상으로서 추구하고 있으며 또한 동양의학의 사고방식은 종교와 관계가 깊다. 인도의학은 요가의 철학과 관계가 깊으며, 중국의학의 침구요법은 도교와의 관계가 깊다. 이와 같은 동양사상의 가치에 일찍이 주목한 것은 융이나 프롬과 같은 정신 의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선이나 요가나 도교의 수행법 중에 현대의 심층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이 추구하고 있는 문제와 동일한 테마가 오래전부터 거론된 점에 주목했다. 오늘날의 심신의학에서는 선이나 요가의 방법에서 힌트를 얻은 심리치료의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으며, 동양의학의 신체관에 대해서 현대 생리심리학의 견지에서 그 의미를 밝히려는 연구도 점차로 왕성해졌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일어난 것인데, 일본에서도 최근 요가나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로 높아졌다.신체론은 철학이나 의학만이 아니라 종교, 예술(특히 연극), 스포츠 등 여러 영역과도 관계가 깊다. 현대 연극의 동향에는, 지적관념으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정념의 심층에 있는 것을 신체표현에 의해서 표현하려는 사고방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에서는 유도, 공수, 합기도 등의 무도가 서구에서 주목받게 된 것도 하나의 움직임으로써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현대 세계에는 언어표현에 대한 불신감이라고 할 수 있는 경향이 보인다. 정치 세계에서의 이데올로기 불신의 경향 등은 그 현저한 예이다. 거기에는 언어에 의한 지적표현의 바닥에 숨어있는 신체적 관념의 의미를 다시 물으려는 모색하는 자세가 보인다고 하여도 좋을 것이다. 현대의 신체론은 그런 의미에서 근대적 인간관을 극복하는 큰 계기를 도모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됩니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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